프로야구 2군에 별볼일 없는 외야수 동치성(정재영)은 첫사랑이라 믿었던 여자에게 차인 날 3개월 시한부 판정까지 받는다. 엉망진창인 마음 달래러 단골 술집에 가는데 석잔만에 뻗어버린다. 알바생 한이연(이나영)은 10년 간의 짝사랑에 마침표를 찍을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치성을 여관으로 옮긴다. 너무나도 기쁜 마음에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고 은근슬쩍 사랑 고백을 한다. 한편, 우연히 이 사연을 듣게 된 치성은 이연을 찾아가고, 이때부터 두 사람은 엮이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장진 감독의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이다. 다시 말하면 <아는 여자>를 기점으로 장진 영화는 내공을 잃어가고 있다. 이 영화는 장진 감독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다. 시한부 인생에 대해 무덤덤하게 대화를 하는 의사와 동치성, 정체불명의 모임이 진지하게 정모를 하는데 뒤에서 난리를 피우는 이연과 친구, 치성의 집으로 숨은 도둑 등 어떻게 저런 상황을 만들어 낼까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또한 그의 모든 작품 중 가장 이야기가 튼튼하다. 이나영은 그 해 연기대상을 받은 걸로 기억되는데 이연을 연기한 이나영은 10년간 짝사랑을 한 그야말로 무딜대로 무뎌진 평범한 여자에 대해 정확하게 연기를 했다. 전체적인 영화의 시선은 아무래도 이연에게 맞춰 있다. 동치성의 나레이션이 주를 이루지만 10년 간의 치성과 달리 10년간 예의 주시한 이연의 시선과 장진식의 코미디와 연출이 곁들여져 멋진 앙상블을 만들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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