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지체아와 헌신적인 아버지, 딱 <허브>와 성별만 바꾼 설정이다. 똑같지는 않지만 설정이 비슷한 지라 비슷한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체적인 영화의 느낌은 <허브>뿐만 아니라 이전에 봐왔던 소위 '착한영화'라 불리는 영화들과는 사뭇 다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한데 전작들이 진부하고 뻔한 스토리였다면 이 영화는 그것을 답습하지 않는다. 가정의 달을맞아 나온 가족영화들 실제로 눈물이 나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이 영화도 군데군데 숨어 있지만금새 환한 미소로 바뀌어 버린다. 그만큼 일부로 가슴을 쥐어짜려하지도 않고 오히려 진실로 다가오고 있고 진심으로 호소한다. 동구는 I.Q 60밖에 안되는 정신지체아다.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걸 외우는 데 3년이 걸렸을 만큼 또래 보통 아이들과는 천지차이이다. 학급 분위기를 저하 시킨다는 이유는 학부모들의 원망 대상이고 시험치는 날은 반 평균 점수를 위해 등교를 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동구가 이를 알리가 없다. 다만 물주전자를 채우고 아이들에게 물을 주는것이 유일한 낙이기에 밤새 아침해가 뜨기를 기다린다. 그의 짝은 이런 동구를 못마땅하게 여겨 주전자에 개구리를 넣고 전학 갈 위기를 초래하지만 물주전자를 들던 능력 덕분에(?)우연히 야구부에 들어가게 된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러하다. 상황마다 아주 작은 일로 인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아이의 입 속에는 비싼 은니를 씌워주고도 자신은 정작 아픈 배를 쥐어 짜며 암일 수도 있다는 말에 오히려 가난한 지금의 처지를 생각해 보험금이라도 동구에게 물려주려는 아버지. 하지만 이런 신파속에서도 동구의 다소 모자라고 천진난만한 행동은 웃음으로 변환시킨다. 태어나서 난생 처음 친구에게 초대받아 집에 돌아오는 길 아버지는 동구가 없어졌음에 난리가 났는데 동구는 조그만 파이프 속에서 비를 피하고 있다. 주위 사람들은 동구를 걱정하며 난리를 피우지만 아버지는 동구를 알기에 둘만의 교감을 한다. 아주 슬픈 이 장면에서도 동구는 말없이 씩~~웃어보인다. 또한 아버지는 주위 사람들이 동구를 흉보면 도리어 보통 아이들과 똑같다고 화를 내면서 전학 보내려는 학교에 가서는 무릎을 꿇고 친구 앞에서 보통 아이들과 같냐며 머리를 숙인다. 이전 영화에서는 오직 헌신적인 모습들만 보여줬는데 유연하게 세상과 소통하는 두 부자의 모습이 솔직하게 다가왔기에 난 이 영화가 너무나도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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