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가 시리즈물로서 모습을 드러낼때 가장 염려되는 것은 기대감으로
엇갈리는 희비와 극과 극의 평이 자연스럽게 돌출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히어로'
물에서는 언제나 끊이지 않는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고 블록버스터의 신호탄처럼
제일 먼저 스타트 라인에 선 '스파이더맨 3' 도 이 논란에서 결코 자유로울수 없다.
스파이더맨에게 기대하는 사람들의 시선은 블록버스터급에 어울리는 액션구도이다.
스파이터맨의 거미줄을 이용한 공중 부유 서커스의 독특한 촬영기법은 샘 레이미
만의 전매특허로서 전작들이 그 효과를 톡톡히 본채 이번 편까지 기대가 이어졌다고
말할수 있을 것이다. 피터 파커(토비 맥과이어)이자 스파이더맨인 이중생활로 사람들에게
영웅적 이미지를 굳힌 시점에서 새롭게 강적으로 부상한 베스트 프렌드였던 해리
오스본(제임스 프랑코)이자 '뉴 고블린', 파커의 삼촌을 죽인 진범이자 독특한 물리
실험에 노출된 플린트 마코(토마스 헤이든 처치)가 보여주는 '샌드맨' 캐릭터,
파커에게 증오심을 품고 심비오트에 잠식당해 '베놈' 화 된 기자 에디 브록(토퍼 그레이스)
까지 함께 한 '스파이더맨3' 에 대한 기대감은 강렬했다. 하지만 정작 개봉후
'스파이더맨3' 를 관람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기대감만큼 강한 충격을 받은 듯
블록버스터로서의 스파이더맨을 뇌리에서 지우는 사람들이 늘어 갔고, 본인도
관람 전 심히 불편한 마음을 다스리기 힘들었다. 하지만 '스파이더맨3' 의 엔딩
크래딧이 올라 올때까지 나의 감상은 다른 이들과는 조금 다른 기분이었다. 복잡하고
상당히 비정상적인 구도로 보여지는 오늘의 적과 내일의 동료와 같은 개념으로 마무리
하는 '스파이더맨' 의 이야기를 통해 원작 만화로서의 느낌과 동시에 인간적인 다양한
고뇌를 그리는 영웅의 일면들과 사람의 마음속에 내재된 다양한 감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춘 것임을 알았다. 샘 레이미감독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영웅으로서의 스파이더맨의
이미지가 아니고, 국민영웅으로서 다양한 액션을 구사하는 스파이더맨의 이야기를 원한
것이 아님을 확실하게 알수 있는 장면이 너무나 많다. 메리 제인 왓슨(커스틴
던스트)과의 로맨스를 이어가는 면에서도 그러한 부분이 많이 드러난다.
영웅으로 부상한 스파이더맨의 기분과 데뷔하자마자 악평으로 추락하고 마는 메리 제인
의 모습을 통해 상반된 상황에서의 엇갈리는 두 연인의 갈등요소는 인간적인 로맨스
를 가로막는 영웅의 이미지에 도취된 피터 파커의 나르시즘에 있다. 그는 자신때문에
사람이 행복해진다고 믿고 있지만 영웅이 시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액션적 블록버스터로서의 스파이더맨을 강조하려
하지 않은 면이 이런 면에서 드러난다. 스파이더맨이 심비오트에 감염되어 보여주는
'블랙 슈트' 로 인한 이미지 변화로 단번에 등을 돌리는 언론매체와 사람들의 모습은
인간의 내면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스파이더맨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었지만
솔직히 진정으로 그를 영웅으로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그를 이용하여
자신에게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진실된 속마음일 것이다. 세상
물정 모르는 피터가 나르시즘에 도취된 것은 그가 어리석기 때문이며 세상의 내면을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영웅에서 악당으로 악당에서 영웅으로
바뀌는 과정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보지 않고 액션적 블록버스터로서 새롭게
등장하는 액션에만 기대하며 실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액션이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퀄리티는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히 선점되어야 할 문제이다.
하지만 샘 레이미 감독의 결정적인 실수는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어했던 것이다.
다양한 악당들과의 상관관계와 스파이더맨의 고뇌와 갈등, 심비오트로 인한 내면의
잠재된 폭력성의 발현으로 생각케 하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 우발적인 사고로 이어진
죄를 진자에 대한 용서와 포용등 감독이 하는 이야기가 너무 많은 것이 이번 작의
최대 문제점이다. 조명하는 점과 시사하는 점이 커질수록 영화는 조잡하게 보이고
상황이 억지스럽게 만들어진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해리가 적에서 갑작스럽게
목숨을 바치는 베스트 프렌드로 돌아오는 과정을 쉽사리 받아들이기 힘든 점도
여기에 기인된다.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고, 이야기하고자 했기에 블록버스터로서의
이미지를 추락시켜 버린 느낌을 선사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러닝타임동안
보여지는 액션과 스토리가 함축적이면서도 빠르게 진행되는 영상미로 결코 나쁘지
많은 않다. 오히려 제작비 만큼 강렬하고 짜릿한 장면들도 선사한다. 단지 한층
더 애니메이션이나 코믹스에 가깝게 느껴지는 구도로 보여진게 꾸며진 듯하고
어색해 보이는 거부감으로 일부 작용한다. 순수한 액션 블록버스터 히어로물로서
가 아니라 다양한 면에서 봤을때 실험적이고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 볼수 있는
영화가 되는 것이 이번 작이 아닌가 싶다. 갈등,애증,분노,화해,도발과 후회등
인간의 다양한 감정적인 문제를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통틀어 볼수 있는 감정의
시나리오를 따라간 영화 스파이더맨 3는 드라마라는 장르가 적용되야 하지
않나 싶다. 개인적으로는 액션적인 면에서도 그리고 인간의 다양한 내면의
감정과 영웅으로서의 이미지를 가지게 된 인물을 조명하게 되는 다양한 시각적인
퀄리티도 얻을수 있는 실험적이고 멋진 영화였다는 감상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