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에 부쳐 보이는 '불가능한 멜로'....
2004년 [지금, 만나러 갑니다]로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던 도이 노부히로 감독의 새로운 멜로 영화다. 두 영화 모두 불가능한 또는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기 힘든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눈물이 주룩주룩]이 전편에 비해서는 좀 더 현실적이지만, 제목과는 달리 눈물을 강요하는 힘은 상대적으로 힘에 부친 듯하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결혼으로 요타로(츠마부키 사토시)와 카오루(나가사와 마사미)는 남매라는 가족이라는 틀에 묶이게 된다. 어찌보면 한국 드라마에서 자주 보던 '출생의 비밀' 혹은 가족 관계의 비밀이라는 진부함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영화는 처음부터 이 부분을 오키나와 해변처럼 맑고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전개된다. 새롭게 만들어진 가족은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그것도 잠시, 악기를 연주하는 아버지는 자유를 찾아 떠나고, 어머니 마저 병으로 사망하면서 두 남매 만이 세상에 남겨진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요타로에게 마지막으로 카오루에 대한 보호와 눈물이 날 때는 코를 잡으라는 말을 남긴다. 요타로는 충실하게 엄마의 유언을 받들어 쾌활한 청년으로 성장한다. 요타로는 동생인 카오루 만큼은 좋은 대학에 보내고 여유 있는 생활을 누리도록 자신은 못배우고 온갖 고생을 하면서도 사람들 앞에서 항상 생글생글 웃음을 잃지 않는다. 심지어 모은 돈을 사기 당해 홀랑 까먹었으면서도.
요타로는 동생 카오루가 너무 어려서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동생 카오루는 오빠와 자신이 아무런 혈연 관계가 아님을 알고 있다. 카오루에게는 어려서부터 자신과 놀아주고 자신을 위해 모든 걸 바친 오빠 만이 유일한 남자로 존재했는지도 모른다. 카오루는 단지 오빠 옆에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행복해한다. 즉 카오루가 요타로를 대하는 감정은 오빠로서의 감정보다는 남녀 사이의 감정이 더 커보이며, 그런 카오루의 마음은 오빠가 여자친구를 소개시켜 줄 때의 샐쭉한 표정과 오빠를 보는 밝은 웃음으로 선명하게 사람들에게 각인된다.
반면, 카오루가 집을 나가 독립한다고 할 때 보인 요타로의 반응이나 무섭게 폭풍우가 치던 밤 카오루의 집을 찾아온 요타로의 모습은 남녀 사이의 사랑이라는 감정보다는 여동생에 대한 보호의 감정이 더 커 보인다. 내가 잘못 느낀건지 아니면 당초 설정이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으로서 영화적 완성도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의남매의 사랑을 다루는 영화치고는 꽤 안정적인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다.
다만, 통속적인 소재와 남매 사이의 미묘한 감정의 흐름, 급작스런 사고 등의 적절한 배치, 그리고 마치 울라는 듯한 장면에도 불구하고 눈물 한 방울 정도가 맺힐 정도라면 몰라도 제목처럼 '눈물이 주룩주룩' 흐르는 걸 기대하기엔 확실히 힘에 부친다. 이것이 무심한 듯 촬영된 화면 때문인지, 아니면 오키나와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 때문인지, 아니면 보기만 해도 분위기가 환해지는 츠마부키 사토시와 나가사와 마사미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두 주연배우를 보는 것만으로 꽤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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