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하고도 유쾌한 비극????
무기력하게 음란 비디오나 보며 젊음을 소비하고 있는 쇼(에이타)에게 어느날 아버지가 고모 마츠코(나카타니 미키)의 유골 상자를 들고 찾아온다. 20대에 집을 나가 53살에 아라카와 강변에서 맞아 죽은 시체로 발견된 고모의 집을 정리하라는 아버지의 당부를 받은 쇼는 온통 쓰레기 천지인 고모의 아파트를 정리하며 그녀의 유품과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명랑하고 착했던 그녀가 '혐오스런 마츠코'가 된 인생역정을 알게 된다.
마츠코의 어린 시절, 아버지의 관심은 온통 아픈 동생에게만 집중되어 있고, 아버지의 관심을 끌기 위한 마츠코의 유머러스한 표정 짓기는 점점 기묘해진다. 어쩌면 이 때부터 마츠코에게는 비록 비틀린 것일지라도 그저 자그마한 관심과 사랑만 있다면 행복한 삶이었을 것이다. '다녀왔습니다'라는 인사에 응대하는 정도라도.
성실한 고교 음악교사였던 마츠코는 수학여행 도중 절도사건이 일어나자 학생 류 요이치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누명을 썼다가 음악교사에서 해임된다. 음악교사로서 집안 살림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아버지를 기쁘게 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던 마츠코는 교사에서 해임되자 바로 가출을 감행한다.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마츠코의 불행한 삶은 시작된다.
그녀의 모든 관심은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를 찾는 것이다. 그런데 이 여자, 남자 보는 눈이 영 엉망이다. 허구헌날 구타를 일삼던 작가는 그녀가 보는 앞에서 자살을 하고, 작가 친구의 정부로 잠시 행복한 삶을 보내지만 그것도 금방이다.(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마츠코가 행복한 표정으로 Happy Wednsday를 부르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또 다시 남자의 사랑을 얻는데 실패한 마츠코는 육체를 이용, 돈을 벌게 되는데, 그녀의 성실성은 뛰어난 기술 습득(?)으로 나아가고 한 때는 증기탕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다. 그러나 사회가 변화하면서 남자들은 능숙함보다는 어리숙한 초보자를 선호하게 되며 자신을 찾는 손님이 없어지자 결국 증기탕에서도 쫓겨난다. 마츠코는 매춘까지 해가며 돈을 벌고 사랑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만 살인까지 저지른다.
자살을 기도하다 만난 착실한 이발사와 행복한 미래를 꿈꾸기도 하지만 자신을 추적한 형사에게 체포 투옥되며, 감옥에서 미용기술을 배워 출옥 후 남자의 이발소를 찾아가지만 이미 그의 옆에는 다른 여자가 있다. 우여곡절을 거쳐 이제는 야큐자가 된 제자 류와 재회해 마지막으로 사랑에 모든 걸 바치지만 가혹한 삶은 그녀를 피해가지 않는다. 그녀는 심지어 죽음마저도 선택할 수 없었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스토리를 풀어 놓으면 영락없는 비극이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단 한 순간도 슬픔에 잠길 틈을 주지 않는다. 배경으로는 내내 음악이 흐르고(무려 70곡의 음악이 사용됐다고 한다), 화면은 온통 화려한 원색과 함께 비현실적 공간이라는 느낌을 주며, 과장된 캐릭터들의 과장된 연기가 이어진다. 뮤지컬 형식이 도입되기도 하고, 마츠코를 둘러싸고 애니메이션으로 그려진 새들이 날아다닐 땐 마치 신데렐라가 된 듯한 느낌도 든다. 자칫 이러한 키치적 배경과 과장된 캐릭터들은 유치찬란함으로 떨어질 수 있는 것임에도 영화는 그 경계를 훌륭히 타고 넘나들며, 한편의 달콤한 비극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이 영화를 보며 어떻게 느끼느냐는 개인의 자유겠지만, 영화의 형식 때문인지 아무리 불행한 상황이라도 노래와 춤만 있으면 이겨낼 수 있으며, 그것이 마츠코가 얘기하고 싶은 점이 아닐까 한다. 물론 돌아가신 아버지의 일기에 항상 쓰여 있는 '오늘도 마츠코는 돌아오지 않았다'라는 글이라든지, 마지막까지 언니를 찾다 죽어간 병약한 동생의 얘기에 이르면, 이 영화는 마치 보수적 가족애에 대한 강조로 보이기도 하고, 사랑은 그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주위에 있다는 하나마나한 얘기를 한다고 느낄 수도 있다.(가출하면 고생이다!) 심지어는 타인이 보기엔 불행한 마츠코지만, 맞으면서도 사랑하는 남자만 있다면 그녀는 행복했다는 식의 매우 위험해보이는 발상도 충분히 가능하다.
어쨌든 이 영화는 최근에 본 영화 중 가장 독특한 재미와 함께 사람을 흥분시키는 힘이 있다. 단언하자면 아무리 자세한 스토리를 늘어 놓는다고 해도 직접 보지 않고서는 이 영화의 재미를 느낄 수 없다. 이런 재밌고 달콤한 비극(?)의 탄생은 분명 감독의 역량과 함께 마츠코를 연기한 나카타니 미키의 재능에 힘 입은 결과로 보인다. 또한 어쩌면 촬영 내내 다퉜다는 둘의 긴장감이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 낸 원동력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마츠코 역의 나카타니 미키와 쇼의 여자친구로 잠깐 모습을 보인 시바사키 코우는 매우 닮았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고, 나카타니 미키의 인터뷰에 보면 일본에서도 사람들이 자신을 시바사키 코우로 잘못 알고 사인을 해달라는 부탁을 할 때가 가끔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래서 시바사키 코우가 작은 역임에도 출연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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