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김수미처럼 스크린에서 자주 보이는 배우도 드물 것 같다. <전원일기>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어머니 대표상이 되었는데, 이제는 스크린에서도 우리나라 어머니 대표가 되었다. 아마 <오! 해피데이>때부터 우리에게 웃음을 주면서 그 뒤로 꾸준히 웃음을 주지 않았나 싶다. 그게 벌써 4년 전이다. 전라도 사투리를 쓰며 목소리 더빙만 한 <빨간모자의진실>이 있을 정도로 관객들은 그의 구수한 사투리나 끌리나 본데.. 이제는 시들 때도 되지 않았나? 한결같이 사투리.. 이거 계속 이렇게 고정되어 나간다면 변신이고 뭐고 전혀 못 할 것 같은데...
괜히 포스터에 첫 이름에 "김수미" 가 나온 것이 아니다. 당연히 하석진, 유진 주인공에 로맨틱 코미디가 아닐까 기대를 했건만 이 영화는 로맨틱과 코미디 사이에서 멈춰버렸다. 그 두 가지가 잘 버무려진 것이 아니고, 서로 따로 놀고 있어서 관객들은 웃으면서도 나중에 나오면 한 마디로 영화 정의를 하기도 힘들다. 웃기려면 그냥 웃기기만 하고, 사랑이 이루어지려면 뭔가 좀 찡한 사랑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지만, 웃기다가 얘기하고, 해피엔딩인 결말도 다소 억지로 짜여졌다는 것이 역력한 아쉬운 영화다. 개인적으로 별 3개를 주겠는데, 그 3개는 김수미 때문에 줬으면서도 김수미 때문에 3개밖에 안 줬다. 영화를 웃기기만 하지, 특히 내용도 전혀 없게 사족인 장면들이 굉장히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림픽홀"만 그런지 몰라도 사운드소리가 너무 커서 하이톤의 김수미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귀가 고통스러웠는데 그래서 더 짜증나게 들렸는지도 모른다.
또한 영화를 끊어먹는 장면이 있었으니 각종 패러디 장면이다. 김수미의 "어머, 자세히 보니 잘생긴 거 같애. 모리노 심판 닮은 거 같애" 의 대사나 레디카드를 들며 하석진을 내쫓는 임채무, 안연홍 배를 가리키며 "이 안에 애 있다" 이런 장면들을 보고 안 웃은 분들 없을 것이다. 하나같이 유명한 장면의 패러디다. 그런데 단지 패러디일 뿐이다. 뭐 꼭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까지 해서 관객을 웃기려고 하는 그 자체가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거슬렸으며 이제는 좀 그만했으면 한다. 게다가...
이 장면도 굉장히 사족이다. 뭐 소문날 것도 아닌데 이 둘이 이런 복장으로 여관에 같이 가는 것도 이상할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없어도 될 부분이다. 진짜 단지 웃기기만을 위한 그런 장면은 뺐으면 한다. 자녀들이 뭘 할지 수상하게 여기는 부분으로써 카메라만 달았지 마이크를 안 달았다는 것도 너무 설정적이며, 거기서 더 나아가 아들과 딸의 입모양만 보고 둘이 쇼 하는 것은 영화속 진행과 무관한 장면이다. 그 장면을 보며 어이없는 둘의 대사에 웃는 관객들이 많았지만, 이 장면으로 저 둘의 사랑이 싹트는 것도 아니고, 어린 것들의 어떤(?) 장면을 포착한 것도 아닌데 너무 심하지 않은가!!!
영화에서 중요 캐릭터 6명 중에 딱 1명만 빼고, 다 비호감캐릭터였다. 김수미랑 안연혼은 시종일관 "지상렬" 식 영어가 난무하고, 왕기백(하석진)은 이름처럼 기백만 드세게,, 직업이며, 클럽에서 작업하며 정말 재수가 없었고, 꽉 막힌 집의 기둥인 임채무 역시 너무 따가 부러지는 말투와 모양새는 별로였다. 윤다훈도 애드리브 반의 날건달 캐릭터였고, 그래도 은호(유진)가 딱 부러지는 성격과 씩씩하게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호감이었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도 왕기백이 은호한테 반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진도 역시 드라마에서 보던 모습에서 많이 변하지 않게 스크린에서 나온다. 첫 작품부터 모험을 걸기보다는 기존의 모습으로 안전빵으로 영화를 선택한 것 같고, 하석진도 주연 데뷔작이라 그런지 초반에 둘의 호흡은 어색했으나 나중에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영화속 마음에 드는 장면도 있었다. 이 둘이 결혼을 반대하는 부모한테 서로 잘 보이려고 하는 장면들인데, 좀 오버를 하는 감이 있지만, 하석진이 해병대처럼 보이려고 한다든지 유진이 콜라 대신에 어머니한테 수정과를 내밀며 이쁜 짓을 하려는 것은 억지도 아니고, 잘 보이려고 한다는 것이 너무나 눈에 띄는 자연스러운 장면이었다. 실제로 결혼생활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이 공감할 장면이 아닐까 싶다. 나도 결혼 전에 저랬었지, 지금도 장모님이나 시아버지 한테 저러는데 하면서 말이다. 이런 진실하고, 자연스러운 장면이 있어서 그래도 나름 마음 한구석에서 따뜻하기도 하고, 결혼을 진짜 하고 싶구나! 라는 간절함이 느껴졌다. 결혼을 하고 싶기도 하고...
또한 은호가 기백있는 가족한테 일격을 가하는 장면이 있는데, 식사를 마치고, 프랑스 와인을 마시며 불어로 불라불라 김수미와 안연홍이 떠들다가 멋쩍어서 은호한테 미안함을 표시하며 우리는 원래 이렇다고 하니까 은호는 그런 분위기 괜찮다며 실제 와인에 적힌 글을 읽어내며 프랑스 와인이 아니고, 호주 와인이라고 한 방 밀어붙인다. 물론 여기서 은호가 실제로 알았다지만 몰랐다고 하더라도 얕은 지식으로 불어를 했던 김수미,안연홍을 알 리도 없지 않았을까? 나중에 은호가 자신도 불어 몰랐다고 한다면 이건 더 개망신일텐데, 그렇게까지는 나오지 않았고, 좀 뒤에도 은호가 사온 방울토마토를 유럽에서 가져온 토마토인 줄 알고, 맛있게 먹다가 기백이 은호가 사온 거라고 하니까 뱉는 장면이 있었는데 얕은 지식의 표본을 보여준 재치있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포스터를 재밌게 만들어서 한 번 기대해볼 만 하지만 그래도 관객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미지수다. 선남선녀의 커플이나 아니면 그 방해를 위해서 보러 가시는 분들도 있을 거고, 역시나 김수미를 보러 가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 로맨스는 전혀 기대하지 말고, 코미디만 기대한다면 어느 정도 재미는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에 까메오로 등장하는 사람도 거 참.. 아주 최고의 캐스팅. 완전 비호감의 극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