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작(125분)
감독 :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떼시스, 오픈 유어 아이즈, 디 아더스)
070409 / 스폰지하우스(종로) 10:55 조조 / 혼자
죽음은 생명있는 모든 창작자들의 고향이다. 그들은 스스로 거기에 도달할 때까지 참을 수 없는 그리움으로 죽음에 대한 소설을 쓰고,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종교활동을 벌이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연극을 올리고, 영화를 만든다. 그리고 결국은 모두들 언젠가 자신이 고향으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걸(제대로 실감하지는 못하지만)알고 있고 또 예외없이 모두 고향에 돌아간다.
사실 이 영화는 안락사 문제에 대해 심도있게 파고들어간 영화는 아니었다. 풀롯의 묘미를 제대로 살린 웰메이드 영화도 아니었다. 그래서 상당부분 지루했고 좀 실망했다. 그저 주제를 부각시키는데 그쳐 버렸다고 할까. 신문기사도 다큐도 아닌 영화라는 매체로 표현하려 했다면 관객을 좀 더 깊숙이 죽음의 안쪽으로 감정적으로 끌고 들어갔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물론 온전히 창작자의 몫이 된다. 영화 <21그램>의 경우, 시간의 역흐름을 이용하여 보는 이의 안타까움을 고조시키고 각 캐릭터가 처한 상황과 생각과 고통을 이 영화처럼 일종의 아포리즘이나 브리핑식으로 ‘들려주지’ 않고 절제된 언어 속에 배우의 사소한 행동과 미묘한 표정의 변화로 ‘보여준다’.
설교하려는 창작자는 소통하기 힘들 것이다.
ps. 이런 영화('이런 영화'란 '어떤 영화'일까요?^^) 잘못 비판했다가 소모적인 논쟁으로 번지던데 제가 이야기하는 것은 이 영화의 안락사 문제가 아니라 그 안락사 문제를 어떻게 표현했는지에 대한 '영화자체'입니다. 창작물에 대한 '창작자의 몫'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아 이 노파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