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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의 영화감상평 ##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excoco 2007-04-28 오후 12:34:04 1738   [7]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공지영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 정통 멜로극 영화이다.  시놉시스를 먼저 보자.

 

세 번째 자살도 실패한 그 해 겨울, 대학강사인 문유정(이나영분)은카톨릭 수녀인 모니카 고모의 손에 이끌려 교도소에 갔다. 내키진 않았지만, 정신병원에서 요양하는 것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에 사형수인 정윤수(강동원분)를 면회하게 되는데 세 번의 자살을 했던 여자와 세 사람을 죽인 남자(실제 살인은 한번이지만)는 어색했던 만남을 거듭하면서 세상에 대한 화해와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면서 가까워지지만 어느 겨울 윤수는 교도관의 갑작스런 호출을 받게 되면서 세상과의 이별을 고하게 된다

 

 어찌 보면 신파가 될 수도 있겠다.  이 영화는 하나의 커다란 흐름을 암시하는데 그건 용서를 통한 화해의 시도가 결국은 사랑으로 승화되는 그런 주제다.  대중적 상업작가란 족쇄가 채워지긴 했지만 공지영의 작품은 일단 재밌다.  거기에 카라의 송해성 감독이 만든 작품이니 나는 추호도 작품성을 의심하진 않았다.   영화 카라를 보면서 보면서 송감독의 역량을 이미 알았고 파이란을 보면서 확인했었으니 말이다. 

  영화의 도입부와 후반에서의 쇼팽의 "이별의 곡"으로의 처리도 깔끔했다.  곡을 만든 쇼팽 자신조차도 "이렇게 아름다운 멜로디는 써 본일이 없다"고 스스로 고백했다는 그 곡 말이다.   사형수와 자살시도자가 만나 사랑을 통해 세상과 화해하지만 결국 이별일 수 밖에 없는 그런 슬픔을 이 곡 이상으로 어떻게 더 절절하게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15살 어린 소녀가 믿었던 친척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오히려 소녀를 책망하며 이런 사실을 부끄럽게 여겨 숨기려고만 하는 어머니에게 소녀는 점점 반항적으로 되어 간다.  그런 어머니가 입원하고 위독해지자 이미 여인으로 성장했지만 15살 소녀에 머물러 있는 그녀는이제 어머니를 용서하기로 하고 뜨거운 가슴으로 어머니를 안는다.  그런 유정의 용서는 윤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세상을 살만한 가치가 있게 만들어준 것은 사형수 윤수의 잡초 같은 인생에서도 피어나던 순수였고 용기였고 그리고 세상에 대한 가득한 사랑이었다.  물론 그 때 마다 참혹하게 배신 당하고 무너졌지만 그래도 그 사랑을 끝내는 포기할 수 없었음이다. 

 

 편모슬하에서 남동생과 어렵게 살던 윤수는 재가한 어머니가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하자 고아원을 뛰쳐 나가 어린 남동생과 구걸과 노숙 등 세상에 맞서 싸우다가 결국 동생을 먼저 보내고 이번에는 함께 살던 여인의 자궁외 임신 소식에 단돈 300만원을 마련하려고 참혹한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그의 세상에 대한 원망과 저주는 유정을 통해 치유되면서 이제 세상은 그에게도 살만한 곳이 된다. 

 

 여기서 그냥 끝나면 그건 공지영 작가와 송해성 감독의 본뜻을 오해하는 거다.  그들은 조금 어색하나마 부자(문유정)와 가난한자(정윤수)와의 화해를 모색하고 있다.  즉, 밑바닥 생을 살면서 원한으로 가득 찬 윤수에게 절망은 가난한자만의 독점물이라고 생각했는데 부족한 것 없는 유정의 그런 행동으로 인해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마는 것이다.  유정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행복, 불행은 돈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과 누구에게도 말 못할 고민과 비밀을 처음으로 윤수에게 털어놓으면서 부자, 가난 이런 등식이 아닌 인간적 접근을 시도하면서 서로 화해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이 영화에서 제기한 문제는 간단한 것이 아니다.  아주 중요하고 심층적이다.  최근 파문이 되고 있는 "공판 중심주의"와 "진술조서"의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죄가 없어도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감과 사형이라는 제도의 문제점도 다루고 있다고 본다.  2사람을 다른 공범이 죽이고 자기는 한사람만 죽였는데 이런 문제점을 밝히지 못한다면 올바른 법의 집행은 아니라고 보며 실제 이런일이 많이 일어날 것이라는 의문감도 든다.  당시의 윤수는 삶을 포기했기에 모든 죄를 뒤집어 쓰고 빨리 죽고 싶다는 생각만을 했을 수 있다.   

 사형 집행장으로 가는 죄수는 양쪽의 교도관이 팔을 잡아주어도 똑바로 걷지를 못한다고 한다.  그가 어떤 극한 형벌을 저질렀건 한사람의 죽음은 그에게는 한 우주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그런 제도의 문제점은 간단한 것이 아니다.  범죄자는 어쩌면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가난과 극한적 삶의 고단함이 반복되어 다른 선택의 길이 없다면 누구든 그런 유혹에 빠질 수 밖에 없다는 절박함의 관점에서 봐야한다.    

 더우기 범죄자와 사형수의 존재는 어쩌면 우리 사회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문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실제 우리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높은 양반들은 죄를 지어도 좀 살다 나오고 곧 사면복권되고 돈 없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엄격한 법의 잣대와 혹독한 댓가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잘못된 시스템이 교육을 통해 확대 재생산 되면서 대대손손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고 경악할 일이다.  우리의 재판제도와 사형제도 이대로 좋은가, 이런 잘못을 방관하고 확대 재생산하는 대학교육의 문제는 또 어떤가,  이런 생각에 답답하다 못해 한숨이 나왔다. 

 임진년에 일어난 일본과의 7년전쟁때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던 일이 어떻게 한 나라가 이렇게 쉽게 무너질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었다.  국민들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상민, 노비등이 오히려 적들에게 다가가 이적행위를 하지는 않았다손 쳐도 속으로 오히려 좋아했던 것은 아닐까?  군포세를 비롯한 썩고 부패한 무능한 관료들의 착취와 신분제 하에서의 소수 양반을 위한 그들의 건강한 삶이 보장되지 않았기에 이런 생각도 든다.  아니, 실제로 그렇게 주장하는 재야 사학자들도 있다.  과연 이 나라는 없는자에게 얼마나 아니 최소한 살게는 해주는 온정을 베풀었는가?  무차별 제도적 빛보증에 도박장 허가에 다락같이 오르는 아파트 값에 서민은 어떻게 되어도 좋다는 그들의 삶은 무시해도 된다는 그런 우리의 오만과 방종이 이런 제2, 제3의 윤수를 만든건 아니었을까....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유정으로 나온 이나영의 연기였다.  얼굴도 통통 튀는 표정이었지만 말도 통통 튄다.  귀엽지만 반항적이고 깊은 내면의 반항적 심리를 탁월하게 연기했다.   압권이었다.  나는 이나영이 그렇게 미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름다워 보인다.  연기자가 연기에 충실하고 물을 만난 고기처럼 펄펄 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냥 대충 하고 마는 연기가 아닌 것이다.  강동원은 우려한 만큼 보다는 확실히 잘했다.  그의 잘생긴 귀공자풍 얼굴은 분명 밑바닥 삶을 살아온 사형수의 모습은 아니다.  그건 머리를 밀고 더러운 표정을 짓는다고 해서 바뀌어지는 것은 아니다.  억센 경상도 사투리를 연기하는 것도 그랬다.  많이 좋았지만 조금 어색한 면이 종종 튀어나왔고…….그래도 생각보다는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아쉽다.  둘의 모습이 선남선녀처럼 보이기 보다는 가장 밑바닥에서 고통받는 남자와 세상 부러울 것 없이 산 상류층 여성의 극적인 대비와 화해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부족함이 남는다.   하지만 투박하고 개성파인 유해진이나 이문식등이 나왔다면 영화상의 리얼함에는 어느정도 충족될지 모르지만 멜로 영화로 흥행성공을 할 수 있었을까에는 나도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이에 감독의 고충을 이해하면서 약간의 거부감을 밀어버리고 강동원에게 결국 한표 준다. 

 

 이런 멜로라면 그리고 이런 감동을 주는 스토리라면 TV드라마든 영화든 거부할 이유는 없다.  고생하는 여자가 재벌 만나 팔자 고친다는 뻔한 스토리의 영화가 아닌 한에는 말이다.  억척 같은 삶을 살아가는 그 삶 자체를 존중하는 휴먼스토리가 되어야 한다.  가난함에도 행복은 있고 부자들도 고민은 있다는 좀 더 인간중심적인 내용으로 돌아와야 멜로는 사람들에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본다.  왕자님, 공주님 이야기에는 인간이 없다 아니 ,그 모든 중심에 서야 할 인간이 타자적 객체로서 존재할 뿐이다.  이 인간의 행복을 결정하는가?   그런 사람들에게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한번 볼 것을 권한다.   벅찬 감동과 뜨거운 눈물을 선사할 것이다.  정말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많이 울어본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천편일률적인 사랑 놀음도 아니고 슬픔을 쥐어짜게 만드는 스토리도 아니어서 더욱 그랬다. 


(총 0명 참여)
joynwe
내용이 슬프다...강동원 이나영의 연기도 좋았다...   
2007-04-28 12:42
1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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