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의 추억이란 으레 부풀려지고 미화되기 마련이다.
물론 추억이라는 이름이 붙은 대부분의 기억들이 다 그렇겠지만.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이 괜시리 더 소중한 이유는 성인이 되기 바로
전의 모습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
"뚝방전설"은 제목에서부터 그 포스가 느껴진다.
전설이라는 것은 또 어떠한가.
추억을 부풀려지고 부풀려지다보면,
그것이 다른 이의 기억에서 전설이라 일컬어지게 되는 것이다.
박건형, 이천희, mc몽 세사람은 고등학교 시절 친구이다.
MC몽은 몸싸움보다는 말싸움에 더 능하고
이천희는 그저 그런 친구(싸움도 공부도 그저 그런),
박건형은 싸움을 그야말로 즐기는 친구이다.
영화이야기는 고교 1학군을 평정하고 뚝방을 평정했던
그 시절의 추억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조명하고 있다.
이천희와 MC몽은 뚝방 평정 후 정말 조폭이 되겠다고 고향을 떠난 박견형을 그리워 한다.
현실에서는 고등학생에게 당하고 도로 뺏긴 뚝방에서 무시를 당하더라도
박건형만 있으면 다시 그 시절(큰 소리 땅땅치며 어디서든 자신들을 보면 뒷걸음질치는 사람들이 있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있다.
그래서 박건형이 다시 돌아왔을 때 뚝방을 다시 찾는다는 명목으로 모인
그들은 다시 현실을 내팽개친다.
하지만 돌아온 박견형은 그들의 기대와 신뢰를 저버리고 만다.
칼부림이 난무하는 현실의 조폭세계에서 (정신적으로 아직 고등학생인, 그래서 그 때의 영웅심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박건형은 화장실에 숨어 그 현장을 경찰에게 신고하는 존재가 되고 만다.
동네의 전설이었던 그가 현실에서는 철저히 패배자가 되고 만 것이다.
친구들에게 "센 놈보다 돈 놈이 이기고, 그 돈 놈을 이기는 것이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놈" 이라고 말하는
그를 친구들은 미워할 수 없었다.
자신들의 추억을 위해 질 것이 뻔한 싸움인데도 덤비게 되는 일대 사건 이후 그들은 성장한다.
추억을 잊지 못한 채 추억 속에서 살아가는 철부지들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책임질 줄 아는 현실의 어른으로 거듭난 것이다.
조폭이란 소재가 등장은 하지만
이것을 소년들의 성장담으로 풀어낸 감독의 센.스.는 정말 대단한 것 같다.
회상과 현재를 넘나드는 편집 또한 재미있었다.
주연배우 세명의 연기 조화도 괜찮았고
유지태의 연기는 정말 good !!!
"경찰은 우리와 5분 거리에 늦어도 15분 거리에 있다."는 말을 조폭영화에서 듣게 될 줄이야...
나약한 모습을 가진 인간에 대한 감독의 애정이 느껴졌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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