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웃다가 울게 되는 영화다. 이상하게 내용이 비슷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친절한 금자씨가 떠오른다.
역도산에서 참하디 참하던 나카타니 미키가 이렇게 광적이고 귀엽고 그리고 노래와 춤을 잘 소화하는 마츠코로 분한 것을 보니 정말 색다른 감이 전해진다. 내용을 떠나서 시각적인 면이 확실히 시작부터 현란하기 때문에 이 영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마츠코라는 여자를 기대했는데 이야기의 시작을 위해 마츠코와 관련있는 쇼(에이타)가 등장했기에 자칫하면 집중을 못할 뻔했다.
약간은 정신나가고 오버하는 몸짓과 말투의 그녀와 등장인물들 그리고 그런 배우들에 맞춰서 발현되는 각종 시각효과들... 설마 영화가 그것 밖에 없을까 싶어 계속 봤다.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 속에서 묻혀지고 잊혀지고 아픔을 당하고 그런데 회복은 꿈도 못꾼 이의 이야기라고 하면 맞을까? 한 없이 속에 쌓기만 하면서 미쳐간 한 여자의 이야기 말이다.
아... 보면서는 웃기도 많이 웃었는데 끝으로 가면 갈 수록 웃음을 잃고 눈물과 함께 고통이 몰려왔다. 왜 이럴까 왜 이런식으로 긍정적 에너지를 모두 죽여버리는 것일까 하는 마음을 계속 품도록 했다.
마츠코는 스스로를 포기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포기하기까지 그녀를 몰아간 여러 상황들과 사람이 존재하겠지만. 갑자기 버지니아 참사 사건의 조승희가 떠오르는 것은 왜 일까?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 스스로 이상한 표정을 짖지 않아도 웃어 주었다면... 그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녀의 동생이 아프지 않았다면 그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살면서 기회라는게 그녀에게 있기나 했을까? 마츠코의 인생은 기구하고 혐오스럽지만 충분히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어떻게 이렇게 영화를 잘 만들 수 있는지 정말 조율이 잘 되었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웃기고 울리고 아주 팍팍 느껴지게 만들었다. 해맑은 아이에서부터 살인자가 되고 미치광이가 되기까지...
우리네 삶은 의도했던지 안했던지 영향받고 영향을 주며 시작과 끝을 맺는다. 마츠코는 불쌍한 여자이였고 사랑을 원했고 도움이 절실했지만 그로인해 어리석었고 바보같았다.
영화는 현란한 영상과 음악으로 우리를 사로잡고, 웃겼다 울렸다 하며 일반적이지 못한 상황과 캐릭터들로 인해 독특한 느낌을 선사해준다. 하지만 내가 바라던 극단적 희망은 그녀의 죽음으로 인해 승화되어 나타나는 것도 같았다. 아니 현실적이었다. 그녀의 죽음이...
영화를 위해 애썼을 주인공 나카타니 미키의 연기에 매우 빠져들었으며 간간히 일본 드라마나 일본 영화에서 많이 봤던 배우들의 까메오 출연도 생각보다 즐거움을 선사해줬다. 예를 들면 그녀가 감옥에 갔을 때 여러 죄수중에 까메오 출연한 여배우들이 눈에 확 들어왔던 것이 그렇다.
뭐 한줄로 줄이면 사랑받고 싶고 사랑을 주고 싶어 했던 한 여자의 기구한 일생이 되겠는데 참 씁쓸하고 씁쓸한 영화다. 신나며 에너지가 넘치는 이미지로 시작해서는 보는 이를 외로움과 인생의 쓴맛에 혀를 끌끌 차게 만드는 영화였다. 인생이란 무엇인지... 이런 혐오스럽고 기구한 인생도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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