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공포 영화를 많이 보았다.
여름엔 역시 공포 영화가 최고~ ...;;
하여간 이번 여름을 대표했던 공포 영화 세가지를 한번 비교해 볼까 한다.
<령>은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의 한국 공포영화였다.
기억을 잃은 김하늘과 그 김하늘의 친구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는....
기본적인 테마는 물귀신의 한과 왕따 이야기가 바탕이 되면서 기억 상실증이라는 요소와 맞물려 돌아가는 패턴이다. 잃어버린 기억에 접근해 갈 수록 공포는 심해지고, 미스테리는 가중되는.... 여기서 문제는 공포영화를 좀 보았다는 사람들은 대충 다름 줄거리의 예측이 가능하는 점이다.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이 그리 치밀하지 못하고, 공포를 주어야 할 장면에선 "이제 놀랄 준비를 해라" 라는 식의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 공포의 극대화에 성공스럽진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화가 그러하듯 이 영화의 반전만은 살아있다. "다음엔 이렇게 되겠지~, 이래서 이랬을 꺼야~"라는 그동안의 크게 틀리지 않았던 추측이 한번에 역전되는 반전은 이 영화를 살려낸다.
<분신사바> 역시 그동안 보여 주었던 한국적인 공포영화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크게 보았을 때, 여고괴담 시리즈에 포함시켜도 무방할 이 영화에서 느낀 것은 이세은의 눈이 정말 크다는 것...;; 정말 눈 크더라...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눈을 한껏 뜬 모습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공포스러웠다. 왕따를 당하던 이세은이 불러낸 귀신들... 그 귀신들이 겪은 과거의 한... 사람들이 얼마나 이기적이며 배타적인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조금은 잔인해 보이는 장면들과 분위기로 공포스러움을 나타내지만 그동안의 여고괴담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공포영화에서 항상 공포에 쫓기던 김규리가 공포의 대상이 된 점도 이채롭다.
<페이스>는 한국적 공포영화의 틀을 그나마 많이 벗어 났다고 보여진다. 일단은 심장 이식과 사체 유골 복안이라는 상당히 과학적인 테마가 주가 되기 때문이다. 아이의 심장병 때문에 괴로워 하던 신현준과 그에게 사체의 유골 복안을 의뢰하는 송윤아 사이의 미묘한 기류 역시 영화에 기여한다. 연쇄 살인에 관련된 사체의 유골을 복안하는 신현준이 겪는 공포와 연쇄 살인이라는 공포의 어우러짐...
이 영화에서도 역시 공포영화에서 가장 중요시 되는 반전이 살아있다. <식스센스>를 연상시키는 반전과 명예욕에 빠진 의사의 자살은 이 영화를 살려주는 또 하나의 요소가 된다.
<착신아리>는 전형적인 일본 공포영화이다. 한국의 공포영화가 주로 한을 품고 죽은 귀신이 되살아나서 그와 관련된 사람들에게 복수 한다는 줄거리인 반면 일본의 공포 영화는 한을 품고 죽은 귀신이 되살아 난다는 점까지는 같지만 그 복수의 대상이 무차별 적이라는 것에 있다. 대표적인 예가 <링>이 될 것이다. <착신아리> 역시 마찬가지이다.
어느 날 유미라는 주인공과 그 친구들에게 닥친 공포는 그들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나에게서 걸려온 전화, 그리고 문자.... 그리고 그 전화의 발신일자는 1일에서 3일 후이다. 그리고 그 전화가 걸려온 시간이 되면 나는 죽는다.... 유미의 친구들에게 그 전화가 걸려오고 그 친구들은 한 명씩 죽기 시작한다. 그리고 유미의 룸메이트였던 나쯔미에게도 그 문자는 전송되어 온다. 전화를 꺼 놓아도, 해약을 해도 그 전화는 걸려오고, 문자를 남긴다. 그로부터 피하기 위해 나쯔미는 방송에 출연까지 하게된다. 여기서 일본놈들의 가학적 성향이 반영된다. 당장 죽을 위험에 처한 사람을 방송에 내보내는 가학성(한국의 방송사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지는 모르지만....)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그리고 방송사의 카메라 앞에서 죽은 나쯔미... 그리고 나쯔미가 죽자마자 유미에게도 전화가 걸려온다. 시간은 하루 뒤... 상당히 공포스럽고 잔인한 영화임에도 공감이 가지 않았던 이유는 일본 영화였기 때문일까? 공포라는 것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그저 역겨운 엽기물일 뿐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느낀 것이 바로 그 역겨움이었다. 죽음의 예고를 받은 사람들 반 강제적으로 방송에 출연시키는 모습이나, 또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무조건 방송에는 나가지 못하게 말리는 유미의 모습은 전혀 공감이 가지도 이해가 되지도 않았다. 그래서 이 영화는 잔인하긴 했지만 무섭지는 않았다. 마지막의 반전 역시 전혀 이해가 가지않았고.... 머리로는 이해가 될 듯한데 마음이 거부한다고 할까?
이제 내일은 알포인트를 보려 한다.
조금은 색다른 공포를 내게 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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