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기대 많이한 작품 이었는데..
실망스럽다.
환타지한 장면들이나, 여러가지 면에서 분명 볼거리도 풍성하고, 신기하며 재밋는 영화일런지 모르겠지만, 억지로 환타지를 만들어 낸듯한 인상이 짙게 드는 영화이다.
영화의 시작은 2차세계대전에서 시작한다.
4남매는 전쟁을 피해 전쟁에 나가있는 아빠와 엄마와 떨어져서 외딴 시골마을로 온다.
그러다, 이상한 방의 옷장이 '나니아' 라는 환타지의 세계와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되고, 우연찮게 들어갔다가 '나니아' 에 전해 내려오는 '예언' 에 따라 그들의 전쟁에 휘말린다.
평화로운 나니아를 혼란에 빠뜨린 '백색마녀' 를 물리치기 위해 아슬란의 군대에 합류한다.
예언에 따르면, 아담의 자손(인간의 후예) 남자아이 둘과 여자아이 둘이 나타나 백색마녀를 물리치고 나니아에 평화를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만나면 옥신각신 싸우던 철부지 4남매는 어느덧 철이 들어서 백색마녀를 물리치고 각자 왕관을 쓰고 왕이 된다.
벌써 오랜 세월이 지나 청년,처녀가 된 남매는 어느날 숲속을 산책하다 자신들이 들어왔던 낯익은 길을 발견하고 숲을 지나 옷장밖으로 되돌아 온다. 처음 들어갈 때의 아이의 모습으로.
나니아에서의 오랜 세월이 옷장밖에서는 단 몇초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현실인지 환상인지(집단 최면인지) 알 수 없는 환상의 공간 옷장~!(나니아).
굉장히 판타스틱하고 화려한 CG로 재미를 가미했지만, 몇가지 논리적 오류가 발견된다.
첫째.
막내 루씨가 처음 옷장속의 나니아를 발견하고 들어갔다가 수시간 동안 있다가 옷장밖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옷장 밖에서의 시간은 몇초밖에 흐르지 않았다.
이들 4명이 나중에 모두 옷장속으로 들어간후 수년간의 세월이 흐른후 되돌아 왔을때도 옷장밖에서는 몇초밖에 흐르지 않았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이 상황을 이론적으로 정리해보면, 옷장 밖에서는 굉장히 짧은 시간이지만, 옷장속에서는 오랜 세월이 흐른다는 가정을 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루씨가 처음 옷장에 들어갔다가, 두번째 막내오빠 에드먼드와 같이 들어갔다가 나온후, 다시 4남매가 함께 옷장에 들어가는등 3차례에 걸쳐 옷장을 드나드는데, 이들이 옷장밖에서 오랜시간을(하루정도의 갭이 있음) 보내고 옷장속으로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이 나니아는 세월이 옷장밖의 세상과 거의 동일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처음 루씨가 옷장에 들어가 툼누스를 만나고 돌아온후, 하룻밤이 지나고 에드먼드와 다시 옷장에 들어갔을때 툼누스가 백색마녀에게 붙잡혀 가 있었다.
여기서 시간의 흐름에 대한 논리적 오류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첫째 오빠인 피터가 처음 칼싸움을 배울때 굉장히 어리버리한데, 영화의 후반부에서는 웬만한 기사 못지않게 칼싸움을 잘한다는 것이다.
셋째.
분명, 백색마녀의 군대수가 아슬란의 군대수에 비해 월등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4남매가 뚜렷이 하는일 없이 아슬란의 군대가 전투에 승리한다는 것이다.
물론, 영화 후반부에 아슬란(사자)이 자신의 숨을 불어넣어 백색마녀의 저주에 걸린 병사들을 많이 동원해서 오긴 하지만..
넷째.
아빠는 전쟁터에 나가있고, 엄마는 자신들을 따로 후방으로 보냈는데, 이 4남매는 나니아에 들어가서 전쟁에 이겨 영웅이 되고, 왕관까지 써서 왕이 되더니만, 청년,처녀가 될때까지 행복한(?) 나날을 보내다가 나이가 먹어서야 되돌아 온다?
정말 부모걱정 안하는 배부른 사고방식의 소유자들 아닌가?
다섯째.
'성(性)' 문제. 이들은 청년,처녀들이 되도록 오직 인간은 이들 4남매뿐인 세상에서 사는데, 이러한 '성(性)' 문제에서 자유로왔을까?
여섯째.
또다시 시간의 흐름에 관한 문제로 돌아와서..
그렇다면, 이들이 옷장밖으로 되돌아 나왔을때, 다시 어린시절로 되돌아 왔는데, 그렇다면 다시 옷장에 들어간다면, 어린 모습으로 들어가게 되는것인가? 아니면 옷장에 들어가는 순간 다시 청년,처녀가 되는 것인가?
여러가지 의문과 불만스런 설정 부분이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짜증스러운것은 역시 여섯째 물음이 될것같다.
이 장면은 옷장속(나니아)의 세월과 옷장밖의 세월이 다르게 흐르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인데, 환타스틱을 강조하기 위한 억지스런 설정이 되어버린듯 하다.
물론, 단지 재밋자고 보는 영화일 뿐이고, 말그대로 '환타지' 영화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설정을 만들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이런 억지스런 설정이 다소 짜증스럽게 다가온다.
그러나, 짜증낼일은 아니다.
그래도, 이런저런 볼거리들을 제공해 주기 때문에 재밋기는 하다.
킬링타임용의 소프트한 가족용 오락영화라 생각하면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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