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화 이후 드라마로도 제작된 모양이고 얼마 전에는 [골든 타임]이라는 속편도 나온 모양이더군요. 보도자료를 읽어보니 원작은 이 이야기를 아주 직설적으로 심각하게 다룬 모양입니다. 으악, 상상만 해도 끔찍해요.
나카시마 테츠야의 영화가 흥미로운 건 원작을 다루면서 마땅히 택해야 할 전형적인 스타일을 완전히 무시해버렸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는 이 영화를 그냥 그의 전작 [불량공주 모모코]처럼 만들었어요. 아니, 한술 더 떴죠. 디지털 화면처리로 40년대 테크닉컬러 영화들을 흉내낸 요란하고 신경질적인 색감, 끝없이 등장하는 컴퓨터 그래픽과 애니메이션 그리고 수많은 노래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뮤지컬입니다. 그것도 뮤지컬 코미디요. 멀쩡한 학교 선생이 형편없는 남자들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지다 결국 살해당하는 이야기인데도 여전히 뮤지컬 코미디에요. 영화의 분위기는 발랄하고 경쾌하며 엄청나게 부적절한 유머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결국 이 영화의 장점은 짜증날 정도로 암담한 이야기와 약먹은 것처럼 붕 떠 있는 뮤지컬 코미디라는 두 형식이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기형적인 부조화에서 터져 나옵니다. 어느 하나 당연한 전통과 규칙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관객들은 계속 긴장하게 되고 우리가 도식적으로 넘겨버릴 이야기와 감정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게 됩니다. 여전히 비극은 비극이지만 그 비극이 만들어내는 정서는 새롭죠. 의미가 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관객들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그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형식의 전환만으로도 영화가 제공해줄 수 있는 감흥은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는 거예요.
나카시마 테츠야만큼이나 중요한 핵은 이 영화의 주연배우인 나카타니 미키입니다. 소문을 들어보니 감독과 충돌이 심했던 모양이고 그 경험담을 모아 따로 책으로 낼 정도로 마음 고생도 깊었던 모양인데, 최종결과에서는 충돌의 상처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캐릭터의 히스테리컬한 자기 부정과 도피적인 판타지를 그리는 데에 그런 충돌이 한 몫을 했는지도 모르죠.
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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