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어두운 얘기보단 밝은 얘기를 좋아한다.
영화나 드라마는 보고 난 뒤 미소가 돌아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웃기는 이야기든 울리는 이야기든, 보고 난 뒤에는
가슴에 뜨거운 핏기가 돌고
"살 맛 난다!"고 느껴야 한다고,
그게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곤 이렇게 생각을 바꿨다.
즐거운 생각이 아니더라도
5분 이상 영화에 대해 생각하게 하면
그것 나름으로 의미 있는 영화라고...
영화는 사실 지루했다.
하고 싶은 말은 혼잣말로 대신하고 화조차 내지 못하는 주인공이
답답했고,
본능에 충실히 사랑을 하는 또 다른 주인공은
짜증났다.
고불고불한 국도를 따라 굴러 가는 수박떼를 잡아 배를 채우거나
레커차(견인차)를 기다리면서 검푸른 계곡, 흰 폭포에 몸을 담그는 태평함을 보여도
씹던 껌을 사진 속 남편의 얼굴에 붙여도
영화는 재미 없었다.
그럼에도 끝난 듯, 아직 남았던 마지막 장면은
내게 말을 건냈다.
영화 보는 사람이 그 시각을
재밌느냐 재미없느냐에만 두는 것은
남자가 여자의 섹스 유무에 집착하는 것처럼
유치해 보일 수 있다는 것.
불륜은 없고 사랑만 있다는,
섹스에 자유분방하던 남자도
자기 여자의 사랑에 있어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잤느냐, 안 잤느냐가 중요 관심사다.
어쩌겠는가.
유치하지만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시각이든
남자가 여자의 사랑을 보는 시각이든
한 가지 위주일 수밖에 없는 것이 본능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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