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캐리 영화를 오랜만에 또 만나게 되었다.
짐캐리.
짐캐리를 보면 홍콩의 주성치를 보는듯 하다.
물론, 짐캐리와 주성치의 이미지가 처음부터 비슷했던건 아니다.
짐캐리를 알게된것은 1994년작 '에이스 벤츄라','마스크'.1997년작 '라이어 라이어',1998년작 '트루먼 쇼',2003년작 '브루스 올마이티'2004년작 '이터널 선샤인' 등이다.
물론, 열거하지 않은 영화들도 다수 있지만, 내가 열거한 영화들의 분위기가 대체로 일치하고 가장 짐캐리 스러운 스타일의 영화라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짐캐리 스러운' 영화는 무엇인가.
초창기 작품들을 보면, 현실세계에서는 있을법 하지 않은 인물들이다.
끝도없이 장난스럽고 과장된 얼굴표정과 행동, 언변들.
어쩌면, 그런 모습이 가장 미국스러운 코미디일런지도 모르겠다.
얼굴표정과 몸으로 웃기는, 자기 몸을 혹사해서 코미디를 구사하는.. 그런류의 코미디 말이다.
그러나, '트루먼 쇼' 에서부터 였을까?
짐캐리는 보다 복잡한 모습의 캐릭터로 변신을 시도한듯 하다.
마냥 장난스럽긴 마찬가지지만, 그 이면에 '아픔' 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트루먼 쇼' 에서, 그는 지극히도 평범한(?)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지만, 어느순간 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전세계에 몰래카메라로 생중계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그러한 감시로 부터 벗어나려는 생사를 건 탈출을 시도한다.
'브루스 올마이티' 에서는, 만사 불평불만이던 그에게 하나님이 전지전능한 힘을 부여해주면서 그의 삶이 완전히 변하지만, 아무생각없이 자기 하고 싶은데로만 하던 브루스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게되면서 브루스는 자신의 허영심이 얼마나 덧없었는지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에서 그가 로맨틱한 밤을 위해 달을 끌어당겨 커다란 보름달을 창가에 매달아 놓는 장면은 최근 정우성이 찍은 모 CF에서 패러디 되기도 한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은 '이터널 선샤인'.
짐캐리와 멜로드라마는 웬지 어울릴것 같지 않지만, 그런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짐캐리는 멜로영화를 훌륭히 소화해 낸다.
사랑했지만, 헤이진후, 그 아픔을 잊기위해 기억을 지우지만, 운명처럼 다시 만나 사랑하게 되는..
짐캐리의 모습을 보면, TV 쇼프로에서 나와 마냥 웃기기만 하는 그런 가식적인(?) 모습의 코메디언에서 벗어나, 인간적인 아픔과 솔직함이 배어나오는 성숙해진 연기자로 거듭난것 같다.
뭐, 여전히 약간은 과장된 얼굴표정과 행동, 말투등이 있지만, '에이스 벤츄라','마스크' 등으로 대변되던 그의 이미지를 벗어나, 과장된 연기는 자제하고, 좀더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적당한 코미디와 감성연기를 잘 배합시키고 있다.
뻔뻔한 딕의 부인역으로 나온 제인.
제인역을 맡은 '테아 레오니' 를 살펴보면,
나에게는 딱 한 영화 '딥 임팩트' 로 기억된다.
'딥 임팩트' 는 헐리웃에서 한창 재난 영화가 유행일때 만들어진 영화로, 테아 레오니의 모습은 완벽한 커리어우먼의 모습을 보여준다.
약간은 백치미가 옅보이면서도 귀엽고, 순수해 보이는 이미지. 뭐랄까, 미국적인 금발미녀스타일과 청초한 이미지가 결합되었다고 할까?
그녀의 그러한 모습은 이 영화에서도 여전히 아름답게 빛을 발하고 있다.
X-파일의 '멀더' 로 유명한 데이비드 듀코비니와 결혼했다고 하는군.
본론으로 들어가서, 영화이야기를 해보자.
서두에서 주성치 이야기를 잠깐 했는데, 주성치가 많은 사람들로 부터 존경받는 이유는, 그의 코미디에는 삶의 애환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그냥 웃기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아픈 뒷면을 보여주고, 어처구니 없는 상황으로 인해 씁쓸한 웃음을 짓게 하는(물론, 그냥 웃기는 장면도 있지만) 깊이가 있는 코미디랄까?
물론, 주성치 또한 지나치게 과장된 상황설정과 연기가 있긴 하지만, 마치 신파극을 보는듯이 유도된 웃음과 슬픔을 만들고 있다.
그러한 면이 조금은 자연스럽지 않고 불만스러울때도 있지만, 그래도 그러한 연기를 하는 사람이 주성치 뿐이 아닌가 싶다.
주성치가 그러듯이, 짐캐리 또한 가벼워 보이지만, 결코 가볍지 만은 않은 심리상태와 삶의 애환을 적절히 잘 소화해 내고 있다.
이 영화. '뻔뻔한 딕&제인'은 어쩌면, 다소 생소한 주제이다.
뭐, 이미 실업자라는 타이틀이 그리 부끄럽지도 않게 되어버린 대한민국의 현실에서야 생소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잘나가던 중산층 가정에서 어느날 부부가 실업자가 되면서 겪게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하 내용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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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은, 평범한 회사원이다.
그러던 어느날 '부사장' 으로 승진발령되면서, 바로 TV 인터뷰를 하라는 요청을 받는다.
하지만, 그게 모두 계획된 함정이었음을 알았을때는 이미 늦었다.
회장은 회사의 재산을 모두 빼돌리고 일부러 회사를 도산시킨후 그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딕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킨후 TV 인터뷰를 맡긴 것이었다.
이미 TV 인터뷰에서 쩔쩔매던 딕의 모습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딕은 취업조차 되지 않고, 부사장이 되었으니 회사 때려치고 편안히 집에서 살림이나 하며 아들과 오붓한 시간을 지내라고 했던 딕의 말을 듣고 홧김에 회사를 그만둔 부인 제인또한 다시 취업한다는게 쉬운일이 아니다.
그들은, 평범한 회사원 노릇을 해왔던 터라 블루칼라 로써의 자존심도 있다.
그들이 일용직이나 허드렛일, 육체노동을 한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이웃집이나 친구들이 보는 이목도 있고..
그러나, 막상 가지고 있던 돈도 다 떨어지고 집안 살림도 모두 팔아버려서 더이상 유지가 곤란해지자, 이들은 '생존의 위협' 에서 달리 선택할 뾰족한 수조차 없다.
딕은 멕시칸들이나 가는 노동현장에라도 가기위해 인력시장에 갔다가 지갑을 잃어 버리는 바람에 불법체류자로 찍혀 멕시코로 추방당하고, 제인은 신체포기각서(? 후유증에 대해 어떠한 보험신청들을 하지 않겠다는 포기각서.신체포기각서라는 표현은 좀 과장된 표현이지만 어차피 그게 그거 아닌가?)를 쓰고 화장품 신제품 임상실험을 받다가 부작용이 생겨 얼굴이 팅팅 붓는다.
멕시코로 추방당한 딕을 구출하기 위해 제인은 국경에서 구출작전을 감행.
자존심마져 다 버렸지만, 되는일도 하나도 없다.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자, 생계마저 막막해진 딕은 생각한다.
가진 사람들에 대한 알수없는 복수심(?) 같은게 생긴것일까?
이웃집에서 잔듸를 훔쳐 자신의 집에 깐다.
(이 잔듸와 관련해서 몇가지 얘기를 하고 넘어가야 겠군. 딕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며 제인이 잔듸회사에 주문해서 정원에 그럴듯한 잔듸를 깔지만, 딕이 파산상태가 되자 잔듸회사에서 잔듸를 수거해 간다. 이 모습을 이웃집에서 보자 제인은 자존심을 구기지 않기 위해 이렇게 둘러댄다. 왜 '한국잔듸를 가져왔느냐..' 즉, 싸구려 한국잔듸 말고 비싼 잔듸로 가져오라며 잔듸를 반품했다는 듯이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씁쓸하군. 우리가 중국제품을 보며 '싸구려 중국제품','불량 중국제품' 이라 부르는듯한 모습 아닌가. 하긴, 미국에 우리나라의 상품이 진출할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값싼 가격으로 승부했으니.. 물론, 국내용보다 수출용 제품이 더 좋다는건 암암리에 다 아는 사실인데, 인지도 낮은 브랜드와 값싼 가격이 미국사람들에게 그렇게 인식되고 있구나.. 하는 씁쓸한 순간이다..)
잔듸를 훔친 딕은 생각한다.
빌어먹을 세상 강도질이나 해야겠다고.
하지만, 순진한 딕의 성격을 잘아는 제인은 딕이 그러한 짓을 못할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궁지에 몰린 쥐가 물듯이 이판사판이 되어버린 상황에 처한 딕은 용기를 내어 강도질을 해낸다.
궁지에 몰리기는 제인도 마찬가지인듯.
착한 이미지의 제인또한, 그러한 강도질에 동참한다.
어렵기만 했던 그들의 삶은 강도질로 여유로워진다.
잘 버텨내고 있었던것 같던 딕의 회사동료들(부도난 그 회사)이 범행이 발각되어 TV 뉴스에 나온다.
딕과 제인또한 그렇게 꼬리가 잡힐날이 다가올 것인가..
우연히 술에 쩌든 부도난 회사의 상사였던 사장을 만난 딕.
그로부터 이 모든 사건이 회장의 술수로 일어난 일임을 알게되고, 딕은 몰래 빼돌린 회장의 돈을 가로챌 계획을 세운다.
딕과 제인의 재치로 회장의 돈을 가로채서 부도난 회사의 모든 사원들을 위한 연금과 보험으로 만들게 되고, 실업자가 되어 허덕이던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되찾는 다는 해피엔딩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이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주성치 영화가 그렇듯, 짐캐리 영화 또한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데, 되짚어 보자.
이 영화에서 '한국잔듸' 운운하며 한국을 비꼬긴 하지만, 이 영화는 현재 카드대란과 고용불안으로 실업자 천국이 된 한국의 실상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93년에 북한의 김일성이 사망하고 96년이었던가 97년에 IMF가 터지고, 연이어 카드대란에 구조조정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길거리에 나앉은 지금.
벌써 10년이 다되어 가는군.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지금의 한국은 점점 빈부의 격차도 심해지고, 없는 사람들은 끼니조차 걱정하게 된 상황이다.
IMF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실업자' 라 하면 정말 한심한 사람처럼 보였지만, 이제 한집건너 한집이 실업자인 지금 굳이 실업자라 해도 그리 부끄럽지 않을 정도가 되어버린 지금.
실업자가 된 사람들이 재 취업이 얼마나 어렵고,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이 얼마나 삶의 극한까지 내몰릴 수 있는지 이 영화는 잘 보여주고 있다.
사무직으로 일하던 사람은 육체노동이나 허드렛일을 한다는게 얼마나 자존심이 상하며, 굳이 자존심을 구기고 일을 막상 하려해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조차 없다는것을.
삶의 극한에 내몰린 사람들이 최후의 발악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이 영화에서, 비록 해피엔딩이 되어 그들은 평화로운 삶으로 돌아왔지(?)만, 현실세계에서는 그러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결코 되돌아가지 못한다.
중산층에서 극빈층으로의 전락.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젠 철밥그릇이 없다고 하지?
언제 구조조정되어 명퇴당할지 모르니.
하지만, 여전히 공무원은 철밥그릇처럼 보인다.
수많은 학생들이나 취업재수자들이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걸 보면 그렇지.
굳이 자기가 더럽고 치사하고 아니꼽다며 그만두지 않는 이상에야..
한집 건너 한집이 치킨집이었던 시절도 지나고, 이제 한집건너 한집이 PC방이다.
그나마 갖고 있던 얼마의 돈과 담보걸고 빌린 돈으로 새로 장사를 시작해봐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과의 밥그릇 싸움에 장사한다는것도 그리 수월치만은 않다.
그나마의 돈도 없는 사람들은 장사도 못하고, 애꿎은 담배만 피워대고, 그놈의 술만 퍼대지만, 뭐 달리 뾰족한 수가 있는가.
인생역전 '로또' 밖에 달리 희망이 있겠는가?
패배주의에 빠진 게으름뱅이라고?
더이상은 노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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