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이나 흥미로운 영화인데...
여차저차해서 보게되었다.
역시 흥미롭다.
여전히 일본적인 색채가 강하지만, '선'과'악'의 모호함을 다룬.
악하다고도, 정의롭다고도 할 수 없는, 주인공 '라이토' 와 라이코를 잡으려는 그다지 올바르지만은 않은 방법을 아무꺼리낌없이 사용하는 탐정 'L'.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꺼리낌없이 이용하여 벌이는 쫒고 쫒기는 두뇌싸움.
CG를 통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를 실사에서 완벽하게 구현한 수작.
한동안 일본 애니메이션은 CG를 가장 실사에 가깝게 구현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이를 벗어나 CG캐릭터를 실사에서 완벽하게 구사하는데에 이르렀다.
아무래도 아나로그(?) 캐릭터가 아니다 보니, 약간은 어색함이 있지만, 이정도면 거의 완벽하다 싶을 정도다.
죄를 짓고 법망의 수사를 받지만, 이런저런 사유로 법망을 빠져나가는 범죄자들.
경찰청 서버에 몰래 드나드는 라이토는 이들의 처벌이 흐지부지 이루어지고, 범죄를 저지를 자들이 죄를 뉘우치지도 죄값을 받지도 않는 상황에 환멸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날, 사신(죽음의신)이 흘린 데스노트(살생부)를 손에 쥐게된 라이토.
마치 라이토를 유혹하기라도 하는듯 쏟아지는 비속에 데스노트가 놓여있다.
어린아이의 장난쯤으로 여긴 데스노트의 문구들을 읽으며, TV뉴스에 나온 범죄자의 이름을 장난스럽게 적어내리는 라이토.
그러나 다음날 그 범죄자가 죽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된 라이토는 데스노트가 장난이 아님을 알게된다.
...
뉴스를 보고 범죄자의 이름을 적어 그 죄를 단죄한다!
영화상에서 단지, 라이토는 범죄자를 단죄하는 선과악의 기로에 선 정의의 심판자로 비츄어 지지만, 뉴스를 통해 범죄자를 죽이는 것은 근본적으로 모순점이 있다.
오늘날,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는 범죄자로 오인되어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그러니까, 단순히 뉴스를 통해 범죄자를 단죄한다는 것은, 확인되지 않은 범죄자(용의자)를 살해할 딜레마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글쎄, 원작자는 이런 부분까지 염두에 두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지만, 영화내내 어디에도 이런 부분에 대한 언급은 없다.
단지, 어느날 가공할 만한 능력을 손에 쥔 정의감에 사로잡힌 청년과, 범죄자를 잡는다는 명목하에 비도덕적인 방법도 서슴치 않는 미스테리사건 전문 탐정의 두뇌싸움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이다.
마치, 이들의 범상치 않은 능력(두뇌)에 찬사라도 보내듯이..
영화는 마지막 라이토의 반전을 통해 이들의 두뇌싸움이 상상을 초월함을 보여준다.
범죄자의 얼굴을 알고, 그 이름을 데스노트에 적어 살해한다.
이런 단순한 명제를 논리적으로 풀어가기엔 빈약함이 많다.
인간이 만들어낸 명제와 논리는 헛점이 많다.
이러한 불완전성을 반증하듯, 말장난을 비웃기라도 하듯, 데스노트에 이름을 적는 방법과 허에 허를 찌르며 사신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만드는 말장난의 극치.
역시, 평범한 관객들을 이해시키기위해 이 일본영화는 또 주인공의 나레이션을 길게 늘어놓는다.
등장인물들은, 역시나 일본적인 캐릭터들이다.
미소년 이미지가 물씬 풍기는 두 남자 주인공외, 심심찮게 등장하는 아이돌 스타가 여전히 등장한다. 후속편에서 이 여자 아이돌 스타가 어떤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것같은 복선이 깔린채.
그리고, 식상하리만치 가정적이고,고지식하고,근엄한 아버지. 외에 지극히도 일반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가벼워 보이는 행동과 모양새의 기타 남자들.
등장인물들은 여전히 지극히도 일본적이다.
그러나, 그 소재는 범세계적이랄 수 있는것인데, 단 아쉬운점은 '링' 이나 '에반게리온'처럼 주저리주저리 읊어대는 주인공의 나레이션.
이 점은 쉽게 벗어나질 못하나보다.
다만, 기타노다케시의 '하나비' 같은 영화는 지극히도 절제(?)된 영상미학을 보여주긴 한다.
한번쯤 흥미있게 볼만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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