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의 아련한 서정....
그녀의 생일은 1969년 10월 28일, 그의 생일은 1969년 11월 3일. 그러니깐 그가 태어난 뒤에 그녀가 이 세상에 없었던 적은 단 1초도 없었다. 그런데 그녀가 백혈병으로 죽고, 그는 그녀 없는 세상에서 그만큼 더 살아갔고 이제 결혼을 앞두고 있다. 아름다웠던 사랑은 아마도 기억 어딘가에 묻어둔 채로... 그녀 없이 17년을 더 살았던 사쿠가 다시금 그녀의 존재를 느끼게 된 건 약혹녀를 찾아 고향으로 돌아와서 그녀와 함께했던 장소, 순간들을 떠올리면서부터 였다.
이 영화는 개봉 당시 일본에서 7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영화였다. 사실 영화는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는 영화다. 특히 살면서 묻혀졌던 과거의 사랑을 떠올리며 아련한 추억 속에 잠긴다는 설정은 일본 영화에서만 해도 [러브레터], [지금, 만나러 갑니다] 등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가슴에 와 닿을 수 있었던 건 나가사와 마사미와 모리야마 미라이가 연기한 젊은 청춘의 풋풋함 때문일 것이다. 이 둘의 사랑 쌓기에는 지금은 없어진 심야 라디오에 엽서 보내기, 소니 워크맨 등 80년대의 상징들이 여럿 등장한다. 아마 이와 같은 것들도 이 시절 청춘을 보낸 사람들의 숨겨진 감성을 자극했을 것이다.
영화는 여러 군데에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할 정치들을 마련해 두고 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그녀와의 사진 촬영, 태풍으로 인해 호주 여행이 좌절되는 순간, 머리를 빡빡 깎은 그녀에게 결혼 신청서를 보여주며 청혼하는 장면 등. 그러나 슬픔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그런 장면들보다 이 영화를 더욱 슬프고도 아름답게 간직할 수 있게 한 건 죽음을 앞두고도 잃지 않았던 아키(나가사와 마사미)의 밝은 웃음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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