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감동시킨 타인의 삶.....
이 영화의 제목을 처음 보게된 건, 2007년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 수상 후보로 발표되었을 때였다. 후보 중 [판의 미로]를 워낙 좋게 봤기 때문에, 그리고 [판의 미로]가 많은 부분상 후보로 거론되었기에 당연히 [판의 미로]가 수상하는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예상을 깬 독일영화 [타인의 삶]의 수상. 대체 무슨 영화일까?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보게 됐다. 일견 정치영화로 보이는 [타인의 삶]. 그러나 영화를 보는 내내 정치영화라기보다는 멜로영화, 저속하게는 관음증(?)에 관한 영화로 다가왔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실제 동독에서는 모든 국민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겠다는 목표 아래 도청을 실시하였고, 통일 후 약 600만 명에 대한 도청 자료가 축적되어 있었다고 한다. 언뜻 보면 케빈 스페이시를 연상시키는 동독의 비밀경찰 소속 도청전문가 비즐러. 그는 도청 기술을 가르치는 교관 역할을 할 정도의 우수한 재원이다. 그는 "아무 짓도 안 했다"고 주장하는 용의자에게 "그럼, 우리 정부가 무고한 인민을 멋대로 체포한다는 뜻입니까? 그런 생각만으로도 구금 사유입니다"라는 궤변으로 용의자를 옭아맨다.
우연히 중앙에서 일하는 친구와 함께 극장에 간 비즐러는 헴프 장관으로부터 연인관계인 극작가 게오그 드라이만과 배우 크리스타의 도청을 지시 받는다. 비즐러는 극장에서 이미 크리스타에게 사랑을 느끼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지만 명확하지는 않다.
그러나 장기간의 도청에도 불구하고 드라이만이 동독을 배반할 것이라는 증거는 잡히지 않는다. 도청은 사실 헴프 장관의 크리스타에 대한 흑심에 있었음을 비즐러는 얼마 되지 않아 알게 된다. 문제는 비즐러 역시 도청을 하면서 크리스타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이고, 헴프 장관과 다른 것은 크리스타의 행복을 위해 드라이만도 존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현실의 사회주의 정부가 아니라 사회주의 원칙을 신봉하던 드라이만은 존경하는 원로 작가가 자살하자, 자살 통계를 근거로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서독 주간지에 게재한다. 물론 비즐러는 이 사실을 알지만 허위 보고로 드라이만을 구제한다. 도청이란 도청하는 당사자가 도청을 당하는 당사자와 조우하지 않으며, 개입하지 않는 것을 규칙으로 한다.
그러나 드라이만을 존중하고, 크리스타를 사랑하게 된 비즐러는 허위 보고를 하게 되고, 크리스타 앞에 모습을 드러내며 타자기를 찾으러 오는 비밀경찰보다 먼저 드라이만 집에 침입해 몰래 타자기를 훔쳐 낸다. 비밀경찰의 협박에 드라이만의 타자기 위치를 알려 준 크리스타는 비즐러가 미리 타자기를 훔쳤다는 사실을 모른채 괴로워하다가 차 사고를 당해 사망한다. 이 사고를 목격한 비즐러가 비통하게 얘기한다. “내가 타자기를 숨겼는데.. 어째서”
결국 드라이만에 대한 어떠한 배반의 증거도 잡지 못하고 도청은 종료되며, 비즐러는 우편 검색 업무로 좌천된다.
상대적으로 느긋하게 천천히 진행되어 오던 영화는 크리스타 사망을 기점으로 갑자기 이야기 속도가 빨라진다. 통일 후 헴프 장관으로부터 자신도 도청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드라이만은 자신을 도청하던 당사자가 자신을 위해 기록을 위조한 사실을 알게 되고, 새로운 책의 첫 페이지에 전혀 만난 적이 없는 비즐러에게 바친다는 글을 남긴다. 이 글을 읽은 비즐러의 표정은 이 영화의 마지막을 정말이지 너무 감동적으로 마무리한다. 모두들 가슴 속에 따뜻함을 남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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