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섹스를 즐겨다루는 자극적인 연출의 대가라는 폴 버호벤 감독이 오랜만에 돌아왔다.
전형적인 할리우드 오락 영화였던 <할루우 맨> 이후 한동안 잠잠하더니 고국으로 돌아가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의 전쟁을 배경으로 파란만장하고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던 여성
을 주인공으로 한 <블랙북>이라는 영화로 컴백을 했는데.. 영화는 물론 감독의 스타일을 보
여주는 폭력 및 선정적인 장면들도 있었지만 꽤 고전적이면서 여운이 남는 영화 연출을 선보
였다.나치들로 인해 끔찍한 일을 겪은 여성이 스파이가 되면서 적에게 접근해 첩보 활동을
펼치고 적과 사랑에 빠지는 과정들이 마치 오래된 영화를 보는듯한 향수를 안겨줬다.여기서
오랜된 느낌이라고 해서 영화가 촌스러웠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영화가 스릴 넘치는 첩보전
이나 대단한 반전(배너 광고를 보면 "상상조차 못한 반전!"이라는 홍보 문구가 있지만 사실
전형적이면서 평범한 반전)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서 영화의 내용이나 스타일이 시시하고
싱겁게 보일수도 있지만 굴곡 많은 인생을 산 여성의 이야기를 유럽의 이국적인 풍경 속에
첩보 영화의 전형인 음모와 배신을 곁들여 깔끔한 구성으로 보여준 오래된 와인같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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