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 큐브릭 감독 최고의 문제작...
시대를 앞서 간 천재적 영화인으로 평가 받는 스탠리 큐브릭. 그가 남긴 영화들 중에 가장 문제작으로 꼽히는 영화가 바로 [시계 태엽 오렌지]다. 오래 전 이 영화를 보면서 받았던 놀라움과 충격은 아직도 뇌리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오버스럽게 원색으로 채색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상상한 미래 영국의 모습 자체가 꽤 기괴한 느낌을 준다.
알렉스는 친구들과 함께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르고 돌아다니는 인간 말종이다. 노숙자를 집단 폭행하고, 한 작가의 집에 무단 침입해 그 작가가 보는 앞에서 아내를 강간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베토벤 9번 교향곡을 끼고 사는 알렉스는 거만하고 친구 사이에서도 군림하길 좋아한다. 친구들은 그런 알렉스를 꼬드겨 한 중년 부인의 집에 무단 침입하게 한다. 성기 모양의 괴상망측한 모형물로 그 부인을 쓰러 트린 순간 경찰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 밖으로 도망나가지만 친구들에 의해 경찰에 붙잡히는 신세가 된다.
교도소에서 알렉스는 착한 척(!) 지낸다. 겉으로는 성경을 읽으로 얌전히 지내지만 머리 속으로는 온작 악행을 저지르며 빨리 출소하기만을 기다리는데, 그런 알렉스에게 악한을 교화시키는 치료를 받으면 일찍 나갈 수 있다는 얘기가 들려오고, 알렉스는 자인해서 그 치료를 받는다. 그 치료라는 건 악이 나쁘다는 사실을 강제로 주입시키는 것인데, 치료를 받은 알렉스는 어떤 나쁜 짓도 저지를 수 없는 상태가 되며, 자신이 즐겨 듣던 베토벤 9번 교향곡은 그에게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괴로움을 준다.
치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그 사이에 자신의 방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고, 자신을 냉랭하게 대하는 부모님. 집을 나와서 방황하다 자신이 폭행한 노숙자들에게 발각돼 폭행을 당하는데, 이를 말리러 온 경찰은 바로 예전에 같이 나쁜 짓을 저지르던 친구들. 경찰이 된 친구들은 알렉스를 끌고가 흠씬 두들겨 팬다. 부상을 입고 도와달라며 들어간 집은 바로 여자를 강간했던 집. 그 작가는 알렉스를 반갑게 맞아 들이지만, 알렉스의 노래를 듣고 그가 예전에 자신을 폭행하고 아내를 강간한 범인이라는 것을 눈치챈다. 그 사고로 결국 아내가 자살한 작가는 알렉스를 방에 가둔채 베토벤 교향곡 9번을 크게 틀어놓고, 결국 알렉스는 자살을 시도한다....
이 영화에서 스탠리 큐브릭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바로 악을 행하든 선을 행하든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 인간다운 것이고, 인간의 권리라는 점이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알렉스의 폭력과 강간에 거부감을 갖게 되지만, 치료를 통해 그가 즐기던 모든 것을 거부하도록 세뇌된 뒤 마치 태엽 장난감처럼 비참하게 취급 당하는 부분에서는 더 한 염증을 갖게 된다. 극단적으로 그리기는 했지만, 선택할 수 없는 선보다는 스스로 선택한 악이 훨씬 인간적이라는 매우 철학적 질문을 담고 있다.
신부이면서 교도소장은 치료를 받고 싶어하는 알렉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래,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은 좋은 일이지, 6655321. 하지만 나쁜 일일 수도 있단다. 아주 모순되는 말처럼 들리겠지? 나는 이 일 때문에 며칠 밤을 설칠 거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게 과연 무엇일까? 선을 원하시는 걸까, 아니면 선을 선택하기를 원하시는 걸까? 악을 선택하는 사람이 오히려 선을 강요당하는 사람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 나은 것이 아닐까? 심오하고 어려운 문제들이야, 6655321.”
인간의 자유의지. 그것이 인간을 자유롭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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