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씬이 꼭 등장하는 영화 장르는?
바로 '로맨틱 코미디'이다.
자신이 저지른 엄청난 실수를 깨닫거나 상대방이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는지 깨달은 뒤, 자신 때문에 떠나는 상대방을 붙잡으려는 달리기는 내가 본 모든 로맨틱 코미디에 등장했다.
로맨틱 코미디 후반부에서 주인공이 달리기 시작하거나 각종 운송 수단을 동원하여 상대방을 붙잡으려 용을 쓰기 시작하면 나는 쿡쿡 웃는다.
'어째, 저걸 못 벗어나니...convention인가?'
역시나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 협회'같은게 있어서 남자든, 여자든 한쪽 주인공이 15초 이상 달리지 않으면 로맨틱 코미디에 끼워주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friends나 sex and the city도 마지막 시즌,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주인공들의 추격씬이 등장한다. 로스도 추격하고, 미스터 빅도 뛰고, 캐리도 달린다. 그러므도 이들도 로맨틱 코미디의 범주에 들어간다?)
그런 의미에선,
the Break-up은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다.
제니퍼 애니스턴이 조깅 한 번 한 것 외에는, 주인공들은 쓸데없이 뛰어다니지 않는다.
한국 개봉 제목이나 한국 영화 제목을 패러디하면 '로맨틱 코미디 後愛' 또는 '함께 살 때 이야기하는 것들'이랄까.
브레이크 업은 로맨틱 코미디가 끝난 그 시점에서 시작하는 영화다.
해리와 샐리가 한 집에서 1년 이상 같이 산 뒤라도 여전히 행복했을까? 휴 그랜트와 드루 배리모어가 동거하면 서로 잘 맞을까?
브레이크 업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돌려보기 위해 쓰는 수법은 상투적이다. 하지만 '로맨틱 코미디 後愛'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최근 잇달아 본 시사회 중에서 가장 느낌이 좋았던 영화.
% 덩치 크고 둔해 보이는 빈스 본이지만 마지막 장면을 보면 연기를 참 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표정이 정말 딱 그 상황에 처한 사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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