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레이디 인 더 워터'가 잔혹동화극이라는 말도 안되는 우리나라의 홍보방식으로 관객들의 차가운 외면과 혹평을 받았었다. 물론 이 영환 뚜껑을 열어본 결과,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별거 없었다는 김빠짐도 있었지만 대단한 영화는 아니어도 그냥 볼만한 평범한 영화였다.
그리고 11월 말. 또 하나의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판타지'란 이름으로 아이들과 가족단위를 끌어들이고 있었다. 나조차도 개봉시 속아넘어갈뻔 했던 이 영화'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개봉당시 생각외로 전국50만이라는 드물게 큰 히트를 친 이 영화는 '판타지'와 '가족영화'라는 혹해 본 관객들의 의해 엄청난 혹평을 받았다.
속았다....
그러나, 어쩐걸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이미 홍보해버린걸...
한창 그 김이 빠지고 뒤늦게 본 '판의 미로'는 슬픈 현실속에서 그린 희망의 판타지였다. 1940년대의 잔혹한 전쟁현실에서 오필리아에겐 너무 가혹했다. 판은 그러한 현실에서의 구세주였을까? 아니면 단순한 정신착란이었을까?
사실이야 어떻든 그러한 상황에선 누구나 환상을 꿈꾸며 희망을 찾기 마련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아직까지도 지하왕국의 공주가 '오필리아'였다고 믿고있다. 아니 믿고싶다.
잔혹한 현실부분만 뺀다면,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을 이을 새로운 가족용판타지로도 부족함이 없었을 '판의 미로'의 판타지부분은, 잔인하게도 현실과 연결이 되면서 가장 우울하고 슬픈 판타지로 변모하게 되었다.
감독의 전작 '헬보이'도 모두가 별로라고 할 때,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영화로 꼽았었다. 잔혹한 현실과 이어지는 또 한편의 만화 혹은 판타지.
현실이 현실일때도 잔혹하지만, 그것이 밝은 희망과 꿈의 판타지하고 연결될때 그 비교성에 의해 현실은 더욱 잔혹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오필리아의 마지막 죽음장면이 지하세계의 공주로 돌아가는 그녀의 환상적인 영상으로 비춰졌음에도, 현실의 나에겐 그녀의 죽음이 한없이 슬프게만 비춰져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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