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천년여우 여우비'를 봤습니다.
예고편의 예쁜 영상과 귀여운 그림체를 보고 꽤 기대를 하고 있었던데다 모처럼 보는 한국 애니메이션이라
나이에 맞지 않게 두근거리기까지 했습니다. 예전부터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는데 생각해보니 극장에서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을 본 건 '신암행어사' 시사회 간 것 빼곤 처음이라 반성을 좀 했습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라 20살이 넘은 제가 보기엔 약간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극장에 있었
던 아이들은 모두 재밌게 보는 것 같더군요. 함께 온 엄마한테 내용을 물어보기도 하면서..
어쨌든 영상은 기대만큼 예쁘고 어색함도 전혀 없었고 많이 공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캐릭터는 귀엽긴 한데 주인공을 포함해 너무 평범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람'으로 나오는 캐릭터는
그렇다쳐도 외계인과 주인공, 그리고 세숫대야(?) 같이 생긴 여우비 친구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로는 조금 약한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뭔가 사연이 있을 것 같았던 캐릭터들에 대한 배경 설명이 부족해서 이야기에 몰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
니다. 그림자, 곰, 여우비를 잡으려는 사냥꾼 등 많은 캐릭터가 나오지만 너무 자기 역할만 딱 하고 사라지는 느낌
이라 공감이 가지 않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확실한 중심 스토리가 없이 여러 사건을 나열하는 식으로 진행
되다보니 집중력이 떨어지고 긴장감을 별로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원더풀 데이즈' 때부터 나온 얘기지만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은 비주얼에 있어선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스토리에
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사람이 되고 싶은 여우 이야기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기엔 그다지 매력
적이고 독특한 소재라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친근한 소재를 선택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 '천년여우 여우비'를 보면서 많은 아쉬움을 느끼긴 했지만 지금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이 성장해가는 시기라
고 생각하며 그 아쉬움을 앞으로의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기대감으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관객인 내가 할 수 있
는 건 관심과 믿음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욱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에 많은 애정을 갖고 응원하겠다고 생각했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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