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은 그냥 '라이언 일병구하기' 같은 치열한 전투와 영화적 흥미요소가 가득한 전쟁 영화 이겠거니 하고 영화를 보게 되었다. 사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에 스티븐 스필버그 제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영화에 대한 기대치는 정말로 높았다. 하지만 치열한 전투와 전쟁씬으로 가득찬 전쟁 영화가 아니여서 다소 지루한면이 있었다. 영화상에서 전쟁다운 전쟁씬은 초반 15분 정도와 영웅 대접을 받는 3명의 회상씬에서 조금씩 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역시 명 감독이기에 그 짧은 시간 만으로도 이오지마에서의 숨가쁘고 비참하고 처참한 전투는 리얼하게 묘사되기에 충분했다. 수백여명의 미군들이 이오지마섬을 수색하기 시작했을 때 곳곳에 숨어있던 몇몇 일본군들의 저격은 정말 무서우리만큼 초조하게 만들었고 미국 병사들의 목숨을 단 몇초만에 앗아가기 시작했다. 숨어있어 보이지 않는 일본군들에게 무참히 죽어나가는 병사들의 목숨들은 정말 파리 목숨보다 쉽게 죽어나갔다.
이런 와중에 수바라치산이 정복되어 성조기를 꽂게 되는데 전쟁의 실상과 병사들의 처참한 현실에는 무관심한 장관이 목숨을 바쳐 꽂아올린 깃발의 성조기를 기념으로 자기가 갖겠다고 하여 병사들은 어쩔 수 없이 첫번째 깃발을 뽑아내고 다른 성조기 깃발을 다시 꽂아 넣게 된다. 이 때 위생병 닥 브래들리(라이언 필립)와 인디언 출신의 추장이라 불리우는 아이라 헤이즈(아담 비치), 통신병 레니 개그논(제시 브래포드)은 두번째 성조기를 수라바치산에 꽂게 되고 이 장면이 사진으로 찍혀 미국 전역 신문에 인쇄되어 퍼지게 된다.
미국 국민들은 단지 깃발만 꽂았을 뿐인 이 3명을 영웅으로 생각하며 환대하고 열광하고 미정부는 이것을 이용하여 모금 행사를 하게 되고 영웅 대접에 얼떨떨한 이들은 자신들은 영웅이 아니고 전사한 전우들이 영웅이라며 모금에 참여해 줄 것을 부탁한다라는 소감을 발표하며 미국 전역을 순회하게 된다.
아무튼 이 영화에서는 사진의 진실된 속을 바라보지 않고 겉만 보는 미국 국민들과 이를 이용하여 돈을 벌려는 미정부를 꼬집고 있고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이 영웅들은 단지 전쟁터에서 전우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한 평범한 병사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을 보여준다. 닥은 일당 100으로 적군을 물리치는 슈퍼영웅이 아닌 위생병으로서 자신이 부상당했음에도 불구 자신을 다급히 부르는 전우를 외면하지 못하고 엎드려 기어서라도 가서 전우의 마지막과 고통을 함께 해 주고 그 슬픔을 마음속으로 삼키는 따뜻하고 책임감있는 병사로 묘사하고 있다.
'아버지의 깃발' 은 사진속 진실을 파헤쳐 내어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영웅들의 내적인 갈등과 슬픔, 그들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를 이용한 미국 정부와 전쟁의 실상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도 못하고 그저 환호와 갈채만 보내는 군중들의 단순무지한 행동들을 꼬집고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또 추억이 될 수 없는 전쟁이란 하나의 대살인 사건을 다시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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