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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y´s Anatomy]를 해부한다... 그레이 아나토미 시즌 1
ldk209 2007-02-14 오전 11:41:00 2572   [26]

<출처 : 매거진T-2007년 1월 11일>

 

 

<그레이 아나토미>의 은밀하고 통속적인 매혹

 

이것은 사랑 이야기다. 주인공들이 의사 가운을 입고 돌아다니고, 실제로 이들의 손에서 살아나는 생명이 있지만, <그레이 아나토미>는 뿌리부터, 그리고 뼛속 깊이 사랑 이야기다. 의사들을 주인공으로 했다는 이유만으로 흔히 같이 언급되는 다른 의학 드라마들과의 단순비교만으로도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ER>은 조지 클루니를 비롯한 주요 등장인물들이 부각되기는 했지만, 그들 간에 사랑의 작대기는 조신하게 움직였다. 섹시하다는 이유로 이 여자 저 여자를 집적대는 역할을 맡은 닥터 로스 빼고는 아내와 별거 중이거나, 독신이거나 기타 등등 병원 밖에서 인생을 찾으려고들 애쓴 편이었다. <하우스>의 사랑의 막대기는 결정적인 순간에 꺾인다. 캐머론은 하우스를 좋아하지만 결국 체이스와 자는데, 누구하고도 연인 관계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닙턱>은 사랑 이야기라기보다는 꿈에 볼까 무서운 성형수술 장면과 그에 못지않게 과격한 섹스가 넘실거릴 뿐이었다.

 

헛똑똑이 메레디스의 실수연발 인생사

 

 

하지만 <그레이 아나토미>의 선남선녀들은 병원 밖 사람들에게는 병균이 득실댄다고 생각하는지 이상할 정도로 병원 안에서 연애질을 해댄다. 집요할 정도로. (생각해보면, 시즌3에서 잠시 메레디스가 한눈을 팔았던 남자도 그리 다른 부류의 인간은 아니었다, 그는 수의사였다.) 시즌1의 첫 장면은 메레디스가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면서 시작한다. 메레디스는 시애틀 그레이스 병원에서 외과 레지던트 7년 과정을 시작하는 병아리 의사인데, 첫 출근 전날 밤 술집에서 만난 남자와 하룻밤을 보낸 참이다. 그런데 병원에 가보니 전날 밤 같이 침대에서 뒹굴었던 남자는 외과의 데릭 셰퍼드였고, 그는 메레디스의 상사였다. 두둥. 할리퀸 로맨스에서 나올 법한 설정이지만, 메레디스는 예쁘지만 무력한 로맨스의 여주인공들과는 약간 달랐다. 미모로 치면 모델 출신인 이지가 더 독보적이고, 야망으로 치면 알렉스나 크리스티나에 비해 약한 편이다. 게다가, 하룻밤 섹스가 끝내준다 했더니 알고 보니 잘 나가는 외과의이기도 한 줄 알았던 셰퍼드는 유부남이었다.

 

그렇다면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메레디스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메레디스는 매력은 헛똑똑이라는 데 있다. 얼굴도 괜찮지, 머리도 좋지, 인간성도 좋지, 그런데 엉뚱한 남자에게 빠져 허우적댄다. 메레디스의 연애 패턴은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와 닮은 구석이 있다. 아무리 도망치려고 해도 결국 미스터 빅에게 돌아오던 캐리처럼, 메레디스는 셰퍼드에게서 벗어나지 못한다. 보기만 해도 지긋지긋한 연애 패턴을 (그것도) 유부남과 반복하는 그녀지만, 그 연애담은 TV 앞에 앉은 사람들의 그저그런 연애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겨워, 그만 헤어져, 라고 TV를 보며 중얼거리다가도 메레디스가 번번히 셰퍼드에게 돌아갈 때마다 어쩔 수 없이 이해하게 된다. 전설적인 외과의를 엄마로 둔 유능한 의사지만 연애치인 메레디스는, 시청자의 짜증을 동반한 무조건적인 애정의 대상이 된다.

 

‘초절정 인기 미드’의 팬 대열에 합류하라!

 

하지만 복잡한 사랑의 작대기는 메레디스와 셰퍼드에 그치지 않는다. <다세포 소녀>의 한 에피소드처럼, 그리고 실제 <그레이 아나토미>의 한 에피소드처럼, 성병이 돌았다가는 병원 직원들이 몰살한 판국으로 어지러운 연애질이 한창인 이 병원 직원들은 틈만 나면 크로스 액션으로 연애질이다. (심지어 외과 과장조차 메레디스의 엄마와 애인 사이였다.) <그레이 아나토미>가 키운 스타 중 한 사람인 샌드라 오가 분한 크리스티나는 실력 좋은 또 다른 외과의인 닥터 버크와 사랑에 빠진다. 외과의들이 담당 레지던트들과 이렇게 놀아났다가는 성희롱 소송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어쨌건 버트-크리스티나 러브라인은 상당히 견고하게 진행된다. 이유는 두 가지인데, 사랑도 사랑이지만 크리스티나는 일 욕심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가끔은 크리스티나가 닥터 버크랑 사랑을 하겠다는 건지, 닥터 버크의 자리를 빼앗겠다는 건지 헷갈릴 정도다. 게다가 둘이 피임도 제대로 하지 않고 섹스를 하고, 크리스티나는 임신한 줄도 모르고 유산까지 하는 걸 보면, 이 러브라인의 바보짓도 상당하다. 알렉스는 시험에도 낙제하는 주제에, 역시 일 욕심이 많다. 나치라고 불리는 닥터 베일리 시하에서 고생하는 병아리 의사들은 잠잘 틈도 없이 생명을 구하는 일에 매달려야 하고, 한시도 긴장을 풀 틈이 없다. 레지던트들끼리 조금이라도 어려운 환자, 희귀한 병을 앓는 환자를 맡으려고 경쟁하고 층층시하의 상사들 아래서 허덕이는 대목에 이르면, <그레이 아나토미>는 직장인들의 애환을 그린 드라마가 된다. 때로 의학드라마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듯 몸에 폭탄이 박힌 남자를 구하는 에피소드와 같은 조마조마한 에피소드들이 등장하기도 해서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매거진t>의 뉴스에 따르면, <그레이 아나토미>는 미국 연예주간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가 뽑은 최고의 TV 드라마에 선정되었다. 처음에는 단 9개의 에피소드만으로 런칭했지만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현재 시즌3이 방영중인 이 ‘초절정 인기 미드’는 지난해 골든글러브에서도 드라마 부분 최고 TV 시리즈로 뽑혔고, 시즌2 마지막회 방영 시간에는 “뉴욕 거리가 한산할 정도”로 파급력을 가졌으며, 지난해 11월 시청률에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국에서는 <프리즌 브레이크>나 <CSI> <로스트>만큼 팬의 저변이 넓지 않다. 이제라도 팬의 대열에 참여하는 일이 늦지 않았다는 사실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회를 거듭할수록 이 레지던트들의 연애 행각은 도를 더해가기 때문에, 웬만한 연예 프로그램보다 흥미진진한 연애질의 현장을 목도할 수 있음을 장담한다. 시즌3에 이르면 셰퍼드와 셰퍼드의 아내(역시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다)와 메레디스의 삼각구도는 셰퍼드의 아내의 옛 정부이자 셰퍼드의 친구(역시 의사인데, 이 병원으로 전근 온다)와 메레디스에게 작업을 거는 수의사 등이 등장하면서 엄청나게 복잡한 도형으로 발전한다. (명심하라, 이들은 한 사람하고만 자지 않는다는 사실.)

 

그들이 사고를 칠 때마다 혀를 차라, 그리고 용서해라

 

불구경과 싸움 구경 못지않게 재밌는 건 잘 안 풀리는 사랑놀음 구경일 것이다. 전설적 외과의였던 메레디스의 엄마가 치매를 앓고 있고, 신의 손을 지닌 외과의인 닥터 버크는 돌발적인 사고로 손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며, 개과천선한 알렉스는 이지의 충실한 친구로 거듭난다. 인생 무상을 느끼게 해주는 순간들도 매혹적이지만, 도대체 한시라도 한눈을 팔면 사고를 치는 이 인물들, 도저히 걱정돼서라도 무시할 수는 없지 않겠나. 가장 친한 친구와 속내를 털어놓듯, TV 앞에 앉아라. 그리고 메레디스가, 크리스티나가, 그리고 모든 등장인물이 번갈아 사고를 칠 때마다 혀를 차고, 용서해라. 원래, 아끼는 TV드라마 주인공은 철없는 친구처럼, 무슨 짓을 저질러도 결국 용서하게 되는 대상으로 남는 법 아니던가. TV를 끄고 생각해보면, 브라운관 밖의 인생도 별반 다를 바가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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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k209
요즘 가장 재밌게 보는 드라마...   
2007-04-19 16:20
haynne
정말 재밌어요...   
2007-02-26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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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아나토미 시즌 1(2005, Grey's Anatomy)
제작사 : ABC Studios / 배급사 : ABC, 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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