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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기억 속에 가장 확실히 남아있는 영화 속의 살인마가 누 구일까요? (핫..6^^;; 갑자기 [스크림] 오프닝 씬이 떠오르네요.) 유명 한 살인마들 많죠. [나이트메어]의 프래디, [13일의 금요일]의 제이 슨은 아마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겠구요. 그리고보니 [사이코]의 노만 베이츠가 문득 떠오르는군요. 아마도 제가 [아메리칸 사이코] 의 패트릭 베이트만에 대해 말하려는 때문인가 봅니다.
패트릭 베이트만. 뉴욕 월스트리트 중심가의 금융사 P&P의 CEO 이자 명문대를 졸업한 미국의 상류층 자제입니다.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최고이기를 고집하고, 최고가 아니면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여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부유층이며 1980년대의 사회적인 아이콘인 여피족의 전형이죠. 그런 그에게 아무도 모르는 은밀한 취 미가 있으니 〈M&E〉. 인수와 합병의〈M&A〉가 아니구요.^^;; 그 의 취미는 그게 아니라 〈Murders & Execution〉 즉 살인과 처형 이죠. 감 잡으셨다구요? 네 그렇습니다. 그는 바로 연쇄살인마입니 다. 첫 번째 희생자는 패트릭의 것보다 좋은 최고급 명함을 지닌 라 이벌이었죠. 패트릭보다 좋은 것을 가지다니 용서 못할 죄를 저지른 것이죠. 그의 살인은 점점 더 잔혹해지고 광범위해지기 시작합니다. 이제 그를 막을 수 있는 수는 없는 걸까요?
올해 제작된 영화 중에 논란의 정점에 서기를 주저하지 않은 영 화를 꼽으라면 단연코 [아메리칸 사이코]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영 화는 살인행각의 지독할만치 세심한 묘사로 악명이 드높은 브렛 이 스턴 엘리스의 소설 『아메리칸 사이코』를 각색한 것이거든요. 신 인인 매리 해론 감독은 영화의 도입부부터 빨간 액체를 하얀 색 위 에 흘리기 시작합니다. 영화의 시놉시스를 읽고 온 관객이라면 당연 히 피일꺼라고 확신하지만, 곧 피가 아닌 고급 레스토랑의 음식을 장식하는 소스라는 걸 알게 되고, 이어 패트릭 일행의 음식점이 싸 구려라는 투덜거림을 듣게 되죠. 처음부터 〈여피문화-주인공-피〉 의 고리를 공격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이미 영화 속 수많은 살인마들의 엽기적인 행각과 마주친 경험이 있기에 [아메 리칸 사이코]는 그 기준에서 본다면 건조하다 못해 싱겁기까지 합니 다. 그러나, 감독의 의도가 주인공의 살인행각이 아니라 그 행동의 밑바탕에 깔려있는 패트릭이 존재하는 세계의 허상을 보여주려고 했다면 성공적인 연출감각이라고 평가받을 만하죠. 돈을 통해 연결 된 등장인물들의 지극히 비생산적이고 허무한 일상을 보고 있자면 살인행각보다 더한 소름 돋는 차가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점은 몰라도 주인공으로 크리스천 베일을 밀은 감독의 안목 만은 훌륭합니다. 주인공을 두고 있었던 영화사와 감독 사이의 대립 은 이 영화의 가장 유명한 에피소드죠. 만약, 영화사 주장대로 디카 프리오가 맡았다면 감독이 의도한 패트릭 베이트만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 탄생했을 것이 틀림없거든요. 크리스천 베일은 건조해 보이 는 여피와 잔인한 살인마라는 양면을 〈도태될까 두려워하는 공포 심과 그로부터 나온 질투 그리고 살인〉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훌륭히 소화해 나고 있었거든요. 또 한명, 파혼을 선언하는 약혼자 에게 레스토랑의 다른 손님이 다 들을 정도로 울고불고하다가도 그 가 떠나자마자 눈물을 닦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조용히 한숨을 쉬 는 에버린. 그동안 맡은 역 중에 가장 단순하고 평면적인 이미지인 에버린을 전혀 다르게 만들어낸 리즈 위더스푼의 연기는 이 한 장 면으로 그 가치가 빛나더군요. 주인공 외에도 [소년은 울지 않는다] 로 스타가 된 클로이 세비이니, 형사로 등장한 윌리엄 데포 등 이 영화에서 가장 볼만한 건 배우들의 연기가 아닌가 싶네요. 밋밋하다 싶은 시나리오를 배우들의 연기가 메꾼다는 게 가장 어울리는 대답 일 듯 싶군요.
공포영화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은 관객으로써는 많이 실망하실겁 니다. 가슴을 조이는 스릴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눈을 감게 만들 정 도로 무서운 장면도 없거든요. 게다가, 이미 살인마가 다 밝혀져 있 는 시점에서 영화를 보기 시작한다는 건 김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 습니다. 하지만, 그런 점을 다 피해서 영화를 들여다보는 관객이라 면 [아메리칸 사이코] 속에 담긴 미국 상류문화의 허상과 현대 사회 의 병폐에 대한 감독의 오싹한 안목을 현재의 우리사회에 접목 시 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TIP: 여피족이란? Yuppie : 여피족 1980년대 생성된 Young Urban Professionals의 약어이며, 고학력으 로 직업상의 전문적인 기술을 지니고, 도시에 살며, 높은 소득을 올 리고 있는 20대, 30대 엘리트 집단. 출처:『광고용어표기 및 정의』, 한국광고학회, 1996, p.198. 그들은 경제적 독립뿐 아니라 지적, 정신적 여유가 사치스러운 소비 성향을 보임. 언제 어느 장소에서나 잘 갖춰진 의상을 착용하는 특 징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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