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른다] 어른들을 미안하고 부끄럽게 하는 아이들의 기록...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이 영화는 아버지가 모두 달랐고, 출생신고도 되어 있지 않았고, 더군다나 타인들에게도 숨겨져 '아무도 모르는' 아이들의 이야기며 그들만의 기록이다. 어린아이나 다름 없는 엄마까지 다섯 아이로 시작한 영화는 곧 엄마가 자신의 행복을 찾아 떠남으로서 밖에서 보는 어른들을 불안하게 하지만, 불안한 건 지켜보는 어른들이고, 정작 남은 아이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의 연속인 듯 하다.
장남 아키라는 여전히 식료품을 사서 음식을 하고, 아이들을 씻기고 돌본다. 아키라와 함께 유일하게 베란다 출입을 허가 받은 교코도 무심하게 세탁기를 돌리고, 이 세상에 어떠한 기록도 남기지 않고 그 누구의 눈에도 띄면 안 될 시게루와 유키는 그 좁은 방에서 자신들만의 성을 쌓는다.
그러나 엄마의 부재가 길어지면서 전기, 수도가 끊기고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위험한(?) 외출을 시작한다. 처음 밖을 나온 이들의 눈에 비친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시게루와 유키는 보도블록 사이를 뚫고 자란 풀 한 포기도 누가 흘렸다고 생각할만큼 소중하다. 자신들의 처지와 비슷할지도 모를 이름모를 잡초에 각자의 이름을 붙이고 정성껏 키우는 아이들. 그러나 유키의 화분이 깨지면서 왠지 불안한 그림자가 아이들 사이에 드리운다.
이들이 유일하게 소통하는 외부인은 공원에서 만난 사키. 아키라는 사키에게 사춘기 소년이 가질만한 미묘한 감정을 느끼지만, 사키가 자신들을 위해 원조교제 데이트를 통해 비용을 마련하는 모습을 보고 화를 내며 사키와 결별한다.
영화는 참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 불쌍한 아이들의 감정으로 들어가지 않고 그저 담담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이들을 비춘다. 왜 아키라는 그토록 힘들고 어려우면서도 사키와 편의점 아르바이트 학생을 제외하고 정말 도와줄 수도 있을 어른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는지, 아키라의 사정을 아는 사키와 편의점 학생들도 다른 어른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는지.. 어쩌면 그건 아키라의 말처럼 아이들을 뿔뿔이 흩어지게 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고, 실제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던 어른들의 사회에서 존재 자체가 없는 아이들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슬픈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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