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독재적인 부권(父權)에 대한 작용과 반작용 황후화
rcnhorg7 2007-01-26 오후 1:44:12 962   [3]



 

 

 


 황제(주윤발)는 명절인 중양절 며칠 전부터 왕비(공리)의 병을 낫게 해준다는 명목으로 사람의 정신을 미치게 만드는 약재를 넣을 것을 사주해 왕비를 점점 병들게 하고 왕비 역시 왕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차 비밀리에 중양절에 쿠데타를 일으켜 왕을 폐위시키기 위한 십만 대군을 준비하지만 인륜의 굴레에 예기치 못한 일들이 왕실에서 터지고 맙니다.

 



 황후화는 엄청나게 긴 시간동안의 음모를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사실 이야기의 정점이자 핵심인 중양절(陽을 뜻하는 9가 겹친 9월 9일)을 기점으로 하면 고작 한 이틀이나 사흘 전쯤으로 추정되는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일이 진행됩니다. ‘플라이트 93’같은 영화처럼 사건의 시간 흐름을 중요시하는 영화들이 화면에 시간의 경과를 넣는 것처럼 영화 중간에 내관들이 등장해 시간의 흐름을 알리는데 여기서 아날로그 방식으로 풀어나간 재치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짧은 시간동안 벌어지는 사건들을 많은 관객들이 부부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부부싸움 역시 이야기를 움직이는 큰 사건일 것입니다. 하지만 전 이 영화를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보고 싶습니다.




 이 영화엔 세 아들들이 나옵니다. 첫째는 왕위는 관심 없고 사랑하는 여자와 도망쳐서 살고 싶어 하고 둘째는 아버지를 이기고 싶지만 완강한 아버지에게 제압당하며 셋째는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막내입니다.


 ‘황후화’는 이렇게 아들 셋인 집안의 전형적인 성격묘사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전형적으로 첫째는 아버지의 뜻을 잘 받들어 동생들에게 전해주는 역할을 맡으며 리더십이 있는데 영화에선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그리고 둘째는 신중하면서 동시에 반항적인 모습을 지니기 마련인데 이것은 영화 속 둘째의 모습과 같고 막내의 경우는 주변에서 보고 들은 것을 잘 따라하는 경향이 있는데 영화 속엔 막내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아 말하긴 부족하지만 영화 속에 보여지는 막내의 행동을 통해 그런 모습들이 나타나곤 합니다.


 첫째의 권력 이탈적인 모습은 역시 아버지의 그늘이 주는 중압감 때문입니다. 양어머니인 왕비와의 부적절한 관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장남은 세 아들들 중 자신에게만 인자한 아버지에게 상당한 부담감을 느낍니다. 어떤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들뿐인 집안의 장남은 여동생이 있는 집안의 장남과는 달리 책임감이 결여되어 있다고 합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주목한 관계는 둘째와 아버지의 관계로 사실 영화의 핵심까지는 아니지만 영화 속에서 무시할 수 없는 가족사라 이를 짚고 넘어가려 합니다.


 대부분의 독재자들이 자신은 천하를 호령했을지는 몰라도 자식농사에는 실패했다고 합니다. 중국의 경우도 진시황의 죽음이 진나라의 쇠퇴를 가져왔죠. 강력한 권력자들은 누가 자신을 해하고 그것을 빼앗는 것이 두려워 사람들을 의심하는데 특히 아들들을 발밑에 두고 아들들에게 그것을 확인시켜 주었으며 모난 놈이 있으면 본보기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죽이기까지 했으니 이런 아버지 밑에서 좋은 후계자가 나올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황후화’의 초반부에 황제는 둘째 아들과 검술대련을 펼치는데 이 장면에서 서로의 모습에 엄청난 살기가 느껴지고 이 분위기가 영화의 끝까지 이어집니다. 이 검술대련에서 아버지가 아들을 이기면서 속된말로 썩소를 날리며 '아버지가 주는 것만이 너의 것'이라는 말을 합니다.


 그 후부터 묘하게 떠오르던 영화가 최양일 감독이 만든 일본영화 ‘피와 뼈’입니다. 이 영화 또한 독재자 같은 아버지의 권력의 횡포가 가족에게 안겨주는 상처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피와 뼈'에서도 화자인 주인공이 둘째(역시나 복잡한 가족)인데 아버지에게 늘 대들지만 언제나 힘에 의해 제압당하는 모습이 ‘황후화’의 둘째와는 약간 다르지만 한편으로는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개인의 교양의 문제인지 아니면 황제라는 신분이 가진 권력의 가시성(可視性)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황후화’의 황제는 ‘피와 뼈’의 김준평(기타노 다케시)처럼 폭력과 험악한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많은 사람들을 굴복시키는 사람이라 여느 악인에 비해 더 끔찍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동양적인 가부장 문화의 가장 끔찍한 상징이라는 공통점에서는 그 맥락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마치 자신에게 대항하는 모든 존재들을 물리치지만 그 승리로 어떤 보상도 얻지 못합니다.

 

 중양절의 중요한 의미인 숫자 9는 양(陽)의 수로 남성을 뜻합니다. 그리고 그 9는 왕만이 쓸 수 있는 수입니다. 즉 9는 남성들의 가부장적 욕망의 정점이 됩니다. 기득권을 쥔 강력한 절대자라면 절대 자신에게서 9라는 숫자를 놓으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이 영화가 이야기하는 것은 가부장적 권력의 고수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에 대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서구 세계에서도 가부장 문화가 있습니다만 동양적 가부장 문화는 서양과는 조금 다르게 유교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수직적이고 하향적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피칠갑 가족사를 통해 장이모 감독은 이런 폐단이 아직도 이어져 오고있다는 것을 말해주려는 것 같아 웅장함에 감탄하다가도 속내를 살펴보면 이내 씁쓸하기도 합니다.


 ‘황후화’가 얼마전에 미국전역에 개봉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영웅’이후 미국에서도 인정받는 장이모감독의 파워가 부럽기도 했지만 이 영화가 서구인들에겐 아직도 동양에는 가부장적 잔재가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것 같아서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틀린말은 아닌 것 같지만...)



 * 제 개인적인 평에 어느 정도 동감하시는 분이시라면 오늘 소개해드린 ‘피와 뼈’도 한 번 보실 것을 권합니다. ‘황후화’가 시각에서 주는 공간적인 스케일을 자랑한다면 ‘피와 뼈’는 시간의 흐름이 그런 스케일을 제공합니다.


 * 영화의 스케일에 대해서도 한 말씀 드리자면 이야기의 중심인 드라마 특히 심리 묘사의 부분에 있어서는 익스트림 클로즈업을 많이 씁니다. 대표적인 장면이 공리가 서서히 병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공성전은 당연히 규모의 싸움이니 원경으로 찍어야겠죠. 원래 크게 가는 영화지만 이런 심리이동의 측면도 고려했다고 생각하는건... 나뿐인가?

 

 * 링크자료는 네이버를 이용했으며 본 영화의 스틸사진은 해당 영화사에 그 권리가 있습니다.

 


(총 0명 참여)
1


황후화(2006, Curse of the Golden Flower / 滿城盡帶黃金甲)
배급사 : (주)영화사 진진
수입사 : (주)영화사 진진 / 공식홈페이지 : http://www.hwanghoohwa.co.kr
공지 티켓나눔터 이용 중지 예정 안내! movist 14.06.05
공지 [중요] 모든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 관련 안내 movist 07.08.03
공지 영화예매권을 향한 무한 도전! 응모방식 및 당첨자 확인 movist 11.08.17
47915 [황후화] 황후화 ghtkdaksgod 07.02.04 1011 6
47908 [황후화] 황후화 ehowlzh44 07.02.04 979 4
47886 [황후화] 좀 더 웅장하게 좀 더 화려하게의 압박에 시달리는 장예모... whiteyou 07.02.03 1658 69
47871 [황후화] 중양절에 핀 국화 (1) someday1984 07.02.03 1144 4
47840 [황후화] 황후화를 보고 egg0930 07.02.02 970 4
47800 [황후화] 오색찬란한 금빛의 향연... 압도적인 영상... lolekve 07.02.01 1230 12
47715 [황후화] 골다공증을 앓고 있는 황실 (3) jimmani 07.01.31 1263 7
47640 [황후화] 조금아쉬운 캐스팅과 전투씬..... (1) madgenie 07.01.30 1469 3
47617 [황후화] 주윤발의 멋진 중후한 연기 (2) jhsh123 07.01.30 882 2
47610 [황후화] 금빛물결과 인해전술 연기와 함께 빛을 발하다 *^^* jealousy 07.01.30 891 4
47552 [황후화] 화려한 영상에 숨겨진 hrj95comf 07.01.29 776 3
47536 [황후화] 근친상간의 비애 (1) dongyop 07.01.29 1299 2
47513 [황후화] [B+]화려한 영상에 묻힌 비애 tmdgns1223 07.01.29 843 3
47475 [황후화] 화려한 영상에 넋을 잃다 (1) chati 07.01.28 816 1
47467 [황후화] 줄거리는 업보, 화면은 화려 웅장 (1) HIHIHI 07.01.28 1458 4
47463 [황후화] 화려한 색감 그 자체 rus0129 07.01.28 788 2
47461 [황후화] 괜찮은 중국영화 ex2line 07.01.28 675 4
47421 [황후화] 과장된 색채와 화려한 전투장면, 하지만 누구도 편들고 싶지 않은 선악이 없는 내용 (2) formiz 07.01.27 1021 2
47415 [황후화] 사이코 정신병자의 영화 (2) moular 07.01.27 1231 3
47355 [황후화] 굉장한 스케일 jjw0917 07.01.27 679 6
47341 [황후화] 피를 부른 금빛 황실의 이야기 jihyun83 07.01.27 968 3
47289 [황후화] 부부클리닉의 영화화; (1) hrj95 07.01.26 837 4
47286 [황후화] 안타까운 황실 권력의 가족사 kdwkis 07.01.26 758 5
현재 [황후화] 독재적인 부권(父權)에 대한 작용과 반작용 (1) rcnhorg7 07.01.26 962 3
47251 [황후화] 국화송이 떨어지니 대지가 슬퍼하는데..... (4) ksworld 07.01.26 1252 1
47227 [황후화] 화려하고 스펙터클한 영상속에 그려진 콩가루 황실 집안 이야기 (3) bjmaximus 07.01.25 983 1
47160 [황후화] 절기에 피빛내나는 궁.. moviepan 07.01.24 716 4
47137 [황후화] 중국황실 한복판에서 한류를 만나다 maymight 07.01.24 961 0
47130 [황후화] 화려한 황궁 안에서의 슬픈 가족사 nansean 07.01.24 772 2
46876 [황후화] 황후화의 모든것.. (1) gosunate 07.01.19 1474 2
46870 [황후화] 그들의 hot하고 피튀기는 '가족싸움' (15) kaminari2002 07.01.18 29449 5
46413 [황후화] 장예모의 460억짜리 사랑과 전쟁(?) (10) sung1002 07.01.12 21732 16

1 | 2 | 3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