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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대신 악기를. 클럽 진주군
kharismania 2007-01-24 오전 4:11:18 868   [2]
전쟁은 모든 것을 황폐하게 만든다. 포화 속에서 망가진 토양위의 모든 것들도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들의 마음까지도. 전쟁은 승자와 패자라는 속성으로 파악되기도 하지만 그 등을 돌린 속성도 각각 전쟁으로 인해 상처입은 인간들의 군상을 지닌다.

 

 이 영화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패전국으로써의 멍에를 뒤집어 쓴 일본을 말하고 있다. 물론 이는 꽤나 조심스러워야 하고 이를 지켜보는 관객 역시 조심스러워야 한다. 자그마한 불씨는 역사속에서 굳어내린 민족적 감정과 결부되어 커다란 쟁점으로 번질 수도 있기때문이다.

 

 어느 밀림속을 헤매는 일본군 병사. 그는 전우의 시체 사이에서 겁에 질린 표정으로 주변을 응시한다. 그런 그에게 들려오는 음악소리. 어디선가 들려오는 재즈음악과 함께 흩날리는 하얀 종이. 그 흰종이는 일본의 패전과 함께 전쟁이 끝났음을 알리며 전쟁 속에서 헤매던 일본군 병사에게 길을 알려준다. 재즈 선율과 함께.

 

 종전 삐라는 믿지 못했어도 재즈는 믿었다는 겐타로는 그날의 기억을 통해 자신의 길에 이끌린다. 자신이 자초하지 않은 전쟁속에서 헤매이다 그 전쟁의 끝자락에서 듣게 된 재즈는 그의 인생의 지표가 된다. 그가 돌아온 고향에는 승전국인 미국의 진주군들이 머물고 있으며 과거 제국주의의 승리를 연주하던 군악대 출신 선배는 그들을 위해 재즈를 연주한다.

 

 영화는 전쟁이라는 상황을 통해 그 전쟁이 남겨놓은 것들을 묘사하고 동시에 그 상황을 헤쳐나온 이들의 삶을 조명한다. 전쟁이 남긴 열악한 현실. 불구가 되어 돌아온 상이군인들은 노숙자가 되어 변변찮게 살아가고 전쟁의 포화가 남긴 상흔이 여전한 길거리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먹고 살기가 바쁘다. 부모잃은 아이들마저도 길위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사실 문화라는 행위는 현실이 피폐할 때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먹는다"라는 기본적인 삶의 욕구가 절실해지는 시기에서 향유한다라는 단어는 호사스러운 사치가 되기 떄문이다. 전후 먹고살기가 어려운 시기에 각자 자신의 악기를 들고 나와 미군 클럽에서 연주하는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향유를 위해 미군에게 그 사치스러운 행위를 판다.

 

 영화는 조금 애매한 구석이 없지 않아 있다. 그들의 제국주의적인 망상이 낳은 피해국가들에게는 다소 껄끄럽게 여겨질법한 부분이 존재하는 것이다. 특히나 몇몇 대사는 그런 소지가 분명한데 "양개들에게 지지 않는 사내가 되어야 된다."라는 대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는 고심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을 단순히 일본 제국주의 시절의 망각 혹은 전범국가로써의 자각을 간과하는 것으로 여기기에 탐탁치 않은 것은 그것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누구인가라는 것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전쟁과 무관하게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다. 전쟁이란 그들의 결정이 아닌 국가의 결정이었고 그들은 그 명분을 좇는 것이 아닌 따라가는 것이다. 결국 이 영화가 의도하는 것은 전쟁의 죄목을 덜기위한 수단이라기 보다는 전쟁 그 자체가 남긴 것들을 통해 그것에 대한 반대의식을 고취시키는 것이다. 결국 그것은 표현이 적절치 못하다기 보다는 그 표현이 껄끄러울 따름이다. 일본이라는 전범국가의 이미지를 그 안에 속해있는 모든 사람에게 대입하는 것도 우매한 일인 셈이다. 결과적으로는 전쟁이라는 상황은 국가간의 승패를 점쳐주지만 개개인에게는 상처를 남긴다.

 

 다섯사내는 각각의 악기를 통해 지난 날의 전쟁이 남기고 간 상처들을 달랜다. 패전국가라는 멍에와 전쟁이라는 참혹한 시절을 건너야 했던 젊은이들에게 재즈는 하나의 구원이 된다. 그것이 적국의 음악이기에 몰래 들어야만 했고 자신들을 패전국으로 만든 국가의 음악이기에 여전히 손가락질 당하기도 하지만 재즈는 그들에게 하나의 구원이다. 러셀(쉐어 위햄 역)과 겐타로는 그 전쟁이 남긴 반목을 한차례 되풀이하지만 결국 그들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된 것은 재즈 덕분이다. 나카사키의 피폭 희생자인 부모를 둔 쇼조(오다기리 죠 역)나 전후 사회주의 운동을 하는 형과 반목하는 슌스케(히라야마 이치조 역), 전쟁 통에 잃어버린 동생을 찾는 아키라(무라카미 준 역) 등은 전쟁의 명분이 무책임하게 만들어낸 상처를 짊어진다. 그들에게 그런 현실을 딛고 일어서게 하는 것은 재즈다. 그런 개개인의 상처에 국가적 명분을 덧씌워 그들에게 죄책감을 상기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

 

 영화는 음악이라는 문화적 소통이 보여주는 치유와 화해의 정서를 드러낸다. 물론 음악이 전쟁을 막지는 못한다. 겐타로와 좋은 우정으로 거듭난 러셀은 한국전쟁에 파병되고 결국 겐타로는 전쟁으로 인한 상처를 다시 확인한다. 하지만 음악은 그 상처를 다시 달래주고 그들에게 하나의 희망이 된다. 전후 남겨진 음악은 국경을 넘어 전쟁의 승패를 넘어 인간과 인간이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하나의 세상을 향유하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임을 알린다."나는 전쟁이 끝난지도 모르고 필리핀의 밀림속을 헤맸어. 이렇게 살아남았는데 내가 뭘 하든 무슨 상관이야!" 극중 겐타로의 말처럼 살아남은 이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권리가 있다. 원치 않던 전쟁을 치르고 그 속에서 패전국가의 국민이 되었던 개개인의 아픔. 그것은 일본이라는 국가가 두고두고 치러야 할 망상의 댓가와는 별개의 문제다. 민족적인 대결 구도가 남긴 색안경을 벗는다면 이 영화의 재즈는 흐믓한 미소가 될 법도 하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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