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개 이야기] 가장 오래된 친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봐~~~
애니메이션과 독특한 뮤지컬 형식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인간의 가장 오래되고 가장 충직한 친구에 대한 이야기이며, 친구가 하는 이야기, 친구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개는 인간의 필요에 의해 길들여져 인간과 가장 오랫동안 호흡하며 지내왔다. 일부 동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오랫동안 같이 지내면서 인간과 개는 서로에게 친근한 감정을 느끼도록 유전적으로 진화되어 왔다고도 하는데, 가끔은 얘네들은 왜 이렇게 다른 종에게 무조건적 충성을 할까?하는 의문점 또는 안타까운 감정이 들 때도 있다.
이 영화를 처음 눈여겨 보게 된 건 무엇보다 개에 대한 영화라는 점이었다. 워낙 개를 포함해 동물을 좋아해서 가급적 동물이 나오는 영화는 보는 편이다. 그 다음에 이누도 잇신이 감독 중의 한 명으로 참여했다는 것도 영화를 보기 전부터 어느 정도 신뢰를 가게 만든 요인이었다.
많은 에피소드가 등장하는 이 영화의 가장 주된 테마는 '포치 이야기'다. 포치는 자신에게 유일하게 하나 밖에 없는 빵을 주고 포치라는 이름을 지어 준 아픈 소년 야마다를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고 찾아 헤맨다. 포치를 찾아 나선 야마다는 그 과정에서 까탈스럽고 자신 밖에 모르는 미하루에게 사랑을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고 야마다가 입원했던 병원에서는 긴 투병생활에 지치고 힘든 환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다. 포치는 야마다와 헤어질 때처럼 비가오는 날, 꿈에서 야마다와 재회한 후 조용히 숨을 거둔다.
야마다는 일상에 치어 직장을 포기할 결심을 굳히던 중 우연히 포치와의 기억이 떠올라 옛날 그 공터를 찾지만 공터는 없어진 지 오래. 그러나 공터 앞의 빵집에 있던 소녀를 만나 포치가 자신을 따라 나섰다는 얘기를 듣고 야마다도 꿈에서 포치를 만나 포치와 헤어짐의 의식을 가진 후 일상으로 복귀할 용기를 얻는다.
포치 이야기 외에 주인과 같이 짝사랑과 버림의 아픈 과정을 경험하는 퍼그 고로의 이야기. 자신만 보면 짖는 개들 때문에 개의 짖음을 번역하는 기계를 발명한 한 과학자의 이야기 등 다양한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영화의 처음을 노래와 함께 장식하고 중간 중간 에피소드가 바뀔 때마다 나온 애니메이션은 마지막에 주인에게 버림 받은 개의 감정을 슬프게 표현하고 있으며, 개봉 당시 많은 사람들의 눈물을 뽑아낸 마리모 이야기는 만남, 이별, 죽음, 새로운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미카가 마리모에게>
있잖아, 마리모 있잖아, 마리모! 있잖아, 마리모 왜 그런 거야?
널 처음 봤을 땐 그렇게 작았었는데 그렇게 작았었는데 부서질 것처럼... 울보동생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이도 한참 아래였는데 응석쟁이였는데 나보다 늦게 태어났는데 어째서 어째서 나보다
나보다 빨리 나이가 드는 거니? 또 왜 왜 심술을 부리는 거니? 옷은 왜 찢어버려? 구두는 왜 숨기고? 왜 먼저 가버리니? 기다려, 마리모! 뭘 그리 서두르는 거야? 왜 나보다 먼저 엄마가 되니? 난 아직도 어린아이야 아무것도 몰라 아무것도 몰라 아무것도 몰라 너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은데 어째서 나보다 먼저 할머니가 되는 거니? 어째서 나보다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개를 길렀던 걸까 왜 기르고 싶다고 했던 걸까 어째서 이렇게도 큰 슬픔을 겪을 거면서 마리모, 너무 해! 마리모, 정말 미워! 개를 개를 개를 기르는 게 아니었어
<마리모가 미카에게>
있잖아 괜찮니? 있지, 미카 너무 슬퍼하지 마 난 정말 행복했으니까 미카는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내 언니인 걸 믿음직한 언니야 맨날 응석 부려서 미안 장난만 쳐서 미안 빨간 구두 숨긴 것도 미안 하지만 내 보물이었어 매일 산책해줘서 기뻤어 내가 엄마가 됐을 때 진심으로 기뻐해 줬었지 너무 기뻐서 울더구나 멋진 이름도 지어줬었지 웃어주는 미카가 너무 좋았어 여러가지 꽃 이름도 가르쳐 줬고 바다에도 데려가 줬지 너무 신나게 뛰놀다 미아가 될 뻔도 했어 (미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정말 맛있어 보였다구 벌들도 쫓아줬지 (남아 있는 사료들)산지 얼마 안됐는데 미안 다 남아버렸네 또 가고 싶었는데 바다를 한번 더 보고 싶었는데 바다는 미카랑 같은 냄새가 나 있잖아, 미카 난 미카랑 얘기는 할 수 없지만 만약 할 수 있다면 이 말을 하고 싶어 있잖아... 있잖아... 저기... 저기 말야... 나... 있잖아... 저기 말야... 왠지 쑥스러운 걸 있지, 미카! 사랑해줘서 고마워
<미카가 마리모에게>
있잖아, 마리모 나... 너 닮은 강아지 다시 기르고 싶어
'마리모 이야기'에는 인간의 수명에 비해 턱 없이 모자라는 개의 짧은 수명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겨져 있다. 그러나 그런 짧은 수명 때문에 어린 미카는 죽음을 받아 들이고 더 큰 사랑으로 나아가는 성숙함을 얻는다. 성숙해짐은 야마다 역시 마찬가지인데, 일상에 치여 모든 걸 포기하고 싶지만 포치와의 헤어짐의 의식을 치른 후 다시 일상 생활로 돌아갈 용기를 얻는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슬퍼한 마리모 이야기보다는 포치 이야기에 더 큰 감동을 받았다.
영화에서 개가 보여주는 많은 역할은 실제로도 개들이 인간을 위해 행하는 역할들이다. 장애인을 위한 눈이 되고, 귀가 되며, 삶에 지친 사람들을 위한 안식처의 역할을 해준다. 그리고 무너진 건물에서 사람을 구조하거나 군견, 경찰견 등 공직(?)에 근무하기도 한다. 개를 키워본 사람들은 느끼겠지만, 집에 왔을 때 매일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꼬리를 흔들며 열렬히 환영해주는 개를 본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을 주기도 한다. 영화는 바로 개가 인간에게 주는 감동을 잘 전달하고 있다.
또한 한 편의 영화 안에 뮤지컬, 애니메이션, 드라마, 코미디,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를 맛볼 수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 영화의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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