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정원 : 지난 그 때 시절과 현재를 아우르는 영화
내게 있어 80년대는 세상 물정을 몰랐던 철없던 어린 시절이다. 이따금 큰 거리에서 연기가 올라오면 눈과 목이 따가울 정도 최루탄 가스를 마신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던 시절이다. 그랬던 그 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였기에 호기심으로 보게된 영화다. 물론 원작이된 책이 있음을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책이 아닌 영화 자체로만 보려고 한 영화
STORY
-현우이야기
지난 군부독재시절 그에 반대하던 현우는 꿈같은 시절을 교도소에서 보내고 17년 만에서야 세상으로 나온다. 17년이란 세월은 그의 주위 사람들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가난했던 어머니는 잘 나가는 부자가 되어 있고, 지난 시절 동료들은 현재의 위치에 따라 서로 으르렁 거린다.
그는 한 때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의 흔적이 남아 있는 추억의 장소로 향한다. 그 곳에 머무르면서 그는 그녀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산다. 한편, 자신과 그녀의 딸의 존재를 알게 되는데 ...
-윤희 이야기
광주에서 홀로 나온 현우를 도와주게 된 이는 학교 선생인 윤희다. 그녀와 함께 지내면서 사랑에 빠져들게 된 두 사람. 그 곳에서의 1년은 꿈결처럼 지나갔지만, 아직도 현우에게는 지난 과거의 기억에 사로잡혀 산다. 그런 현우를 감싸주는 윤희. 자신만 행복한 것이 죄스러운 현우는 그를 말리는 윤희를 뒤로 한 채 다시금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붙잡히게 되는데... 윤희는 현우를 위해 힘쓰지만, 그를 위해 해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그를 기다려주는 것 뿐. 그러는 시간 속에 그녀에게는 현우의 생명이 자란다. 그렇게 두 사람은 오랜 기간 이별을 맞이하게 되는데...
그런 그녀에게 현우와 자신을 연상시키는 두 남녀를 만나게 된다. 그로인해 그녀의 운명은 다시금 변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과연 그녀의 운명은?
오래된 정원의 볼거리
-80년대, 그 때 그 시절을 그리다. 그리고, ... 영화마다 저마다의 색깔을 지니고 있다. 이 영화 역시 그러한 면에서 자신만의 색이 확실한 영화이다. 이 영화는 파란만장했던 80년대에서 속칭 운동권에서의 지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영화이다. 어쩌면 관객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사랑에 대한 것들을 중심적으로 그려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방법이 아닌 그 시절의 그 모습을 그려내려 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한 영화다.
또한, 이야기 자체를 단순히 과거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시절 이후, 현재의 모습을 그려내는 점 역시 매력적인 면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순수함과 그 이면에 물든 추악한 그림자를 그려내다
영화 속에 보여지는 운동권에 대해서 보여지는 건 단순히 자신만의 정의를 내세우는 건 아니다. 시간이 흐른 뒤에선, 운동권이라 일컬어지는 이들의 내부에서 서서히 자리잡아 가는 추악한 그림자를 그려내는 점 역시 인상적이다. 이는 바로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서 현재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된 정원의 아쉬움
-그 시절, 이외의 것들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하다
이 영화는 그 때 그 시절의 한 켠에서 자신이 지닌 신념과 정의를 믿고 살다간 사람들과 그를 사랑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그 곳에 있는 사람들 이야기이기에 다른 것들을 다가가기에는 아무래도 부족하다. 이는 그에 대한 명확한 의도가 있기에 다가갈 수 없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대의 변화로 인해 공감을 갖게 하기에는 거리감이 있는 영화
이 영화에서 말하는 그 때의 가치는 이제 지난 과거의 모습으로 전락해버린 지 오래이다. 실제 그 때 활동했던 이 들 중에서 부를 얻은 사람과 신념을 지킨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세대가 달라진 지금 현재의 가치에 있어 그러한 삶의 모습을 과연 얼마나 이해해줄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결국 그러한 벽과 같은 것이 이 영화에서 관객에게 다가가기에 힘든 면을 많이 지니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오래된 정원을 보고
-그 때 그 시절. 그리고, 현재를 아우르는 영화
이 영화는 단순히 80년대와 현재를 잇는 영화가 아닌 우리의 지나온 역사의 반복되어지는 일련의 모습을 그려낸 영화다. 내게 있어 80년대는 아직 세상을 모르던 시절이다. 시간이 흘러 그들과 비슷한 나이가 되었을 적에도 이 영화 속에 나오는 속칭 운동권들처럼 살지 않았고 그저 관망하던 이에 불과했던 사람이다.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지내고 있는 지를 둘러볼 수 있고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는 것이 더 인상적이다. 비록 영화적으로 재미도 없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보여질 여지가 있다해도 그 보단 그 시절에는 그렇게 산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과 그들이 지닌 굴레나 아픔을 보듬어 주어야할 필요가 있음을 느끼게 된다.
내게 있어 이 영화는 그 때 그 시절과 함께 현재를 아우르는 모습이 인상적인 영화로 기억하게 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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