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 드 히미코] 소수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2006년 초에 개봉한 이 영화는 비록 단관 개봉이었지만, 입소문을 타고 관람객이 끊이지 않아 간판을 내렸다가 다시 재개봉하는 등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지금도 필름포럼 등 어느 극장에선가는 가끔 기획전이나 특집으로 단회 상영을 하기도 하는데, 여전히 상영할 때마다 꽤 높은 좌석 점유율을 나타낸다고 한다.
지난 2004년 장애인의 사랑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한국 관객의 사랑을 받은 이누도 잇신은 이 영화로 한국에서 연타석 홈런을 날렸으며, 이에 힘 입어 그의 첫 작품인 [금발의 초원]이 2006년 말에 개봉되기도 했다. [금발의 초원]이 나이를 초월한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고 보면, 이누도 잇신 감독이 한국에서 개봉한 세 작품은 모두 사회적으로 금기시 또는 거부되는, 또는 보기 힘든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이는 사회적으로 소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누도 잇신 영화의 장점은 그가 올바른 정치적 입장에 서 있으면서도 노인, 장애인 그리고 게이 또는 동성애자의 사회적 입장이나 제도에 대해 소리 높여 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저 그들의 생활, 그리고 감정을 잔잔하게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더 큰 이해와 울림을 만들어 내고 있다.
뒤늦게 게이라는 정체성을 찾아 어머니와 자신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 작은 중소 페인트 회사의 직원인 사오리는 그런 아버지를 용서할 수가 없다. 잘 생긴 아버지의 애인이 찾아와 아버지가 죽어 가고 있다며 사정해도 차가운 마음이 열리지 않는다. 처음에 사오리를 움직인 건 돈에 대한 욕심이었다. 어머니의 수술 비용 때문에 진 빚을 갚기 위해 일종의 아르바이르로 아버지가 세운 게이 양로원인 메종 드 히미코에서 자원 봉사를 하기로 한 것이다. 또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자신에게 돌아올 유산도 게이 양로원을 찾게 한 원인이었다.
사오리는 처음 게이 양로원의 일을 시작하면서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고 손이 닿을까봐 조심하는 등 심지어 경멸하기 까지 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생활하면서 나이든 게이 할어버지들의 꾸밈없는 모습에 점점 마음을 열기 시작했고, 그들에게 동화되기 시작한다. 사오리는 그들이 자신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일 뿐인 좋아하는 옷을 입는 것, 사랑을 표현하는 것, 가고 싶은 곳에 가는 것 등이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인지 알게 되었고, 호모라고 놀리는 사람한테 사과하라고 악다구니를 부리기도 한다.
아버지의 연인 하루히코는 이런 사오리를 바라보며 차츰 사랑을 느끼기 시작한다. 나이트 클럽에서 처음으로 키스를 한 이들은 서로의 육체를 원하지만 서로가 원하는 육체는 둘 다 남성이라는 사실을 몸으로 체험하게 된다. 이 영화의 중심은 아버지에 대한 딸의 원한 해소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라는 점에 있다고 보는데, 상투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있다. 끝까지 사오리는 아버지를 전폭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한다. 사오리는 아버지가 자신을 사랑했고, 미안했다는 말을 듣기를 원하지만 아버지는 그저 '좋아한다'고만 말해줄 뿐이다.
그러면서 사오리는 자신도 모르게 어머니가 아버지의 게이로서의 삶을 이해했고, 교류했다는 사실을 접하며 혼란스러워 한다. 이제 어머니를 핑계로 한 아버지에 대한 원한은 근거가 없어진 것이고 오로지 자신의 눈으로 아버지를 직시해야 하는 것이다.
아버지가 죽은 후 사오리는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해서 들고 나간다. 이를 본 하루히코는 그 짐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사오리는 일부는 버리고 일부는 보관할 것이라고 한다. 이에 하루히코는 버릴 물건이라면 여기에도 남겨 달라고 하자 사오리는 거부한다. 이유는 어차피 당신은 다른 남자 애인 만들거고, 그럼 이 물건들은 버림 받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다. 이런 식으로 사오리는 아버지의 삶을 인정한다.
이 영화에는 메종 드 히미코를 향해 공격을 가하는 어린 학생들의 행동이 소개된다. 이들은 메종 드 히미코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향해 '변태'라고 욕을 하며, 물풍선을 던지는 등 성적 소수자를 절대 인정하지 못하는 많은 성적 다수자의 입장을 전면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한 명은 뒤늦게 자신에게 남성을 좋아하는 성 정체성이 있음을 알게 되고 이 양로원의 문을 두드린다. 그는 이곳을 찾아오며 같이 메종 드 히미코를 공격하던 친구들에게 '어쩌면 너희들이 앞으로 나를 변태라고 놀리고 공격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어쩌면 이누도 잇신 감독은 당신들 주위에도 두려워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감추며 사는 친구나 가족들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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