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항쟁, 노동인권운동...
신나게 사랑하는게 미안했던 시대,
그들은 왜 그런 정의감에 불타야 했으며,
숭고한 사랑과 창창한 미래까지 내던져야 했는가.
영화 속의 한윤희는 외친다.
'인생은 길고, 역사는 더 길어! 시대가 어떻든, 너 갈길을 가!'
시대와 사랑의 중심에서 어렴풋이 중립을 지키던 한윤희.
마치 21세기의 인물과 같은 사고방식을 지닌 윤희는,
80년대 오로지 정의만 외치던 어리석은 군중속으로 뛰어들어가,
그들의 행동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때로는 꾸짖기도 한다.
결국 영화는 한윤희의 삶의 방식에 손을 들어준다.
16년간의 감옥살이를 하고나온 현우가 동료를 찾아을때,
그들은 서로 헐뜯고 지난날을 스스로가 비난하는 못난 술주정뱅이들이 되어있었다. 그런 그들 앞에서, 한때 시대의 정의를 목놓아 함께 외쳐대던 사나이들 앞에서, 현우는 한없이 무기력해진다.
이것이 자신의 길이라 다짐하던 굳센 노동소녀 미경도,
결국 자신의 몸을 불에 태우고 나서야,
그제서야 정의에 가려져 잊고있던 가족을 애타게 찾는다.
미경이 죽은 자리에 살포시 누운 주영작도,
그제서야 자신을 얽매어온 더러운 강박들을 가래로나마 뱉어낸다.
결국 현우는 때늦은 한윤희를 아쉬워하며 환영을 보게되고,
영작은 주동자로의 희생을 포기하고 인권변호사의 길을 택한다.
역시 임상수감독 답게 영화는 시니컬한 대사, 강렬한 비판의식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원작의 숭고함을 따라가기에는 다소 가볍게 느껴지는것도 사실이다. 또 감정의 기폭을 살리기 위해, 음악과 카메라 기법에 좀 더 신경썼더라면.... 너무 배우들의 연기에만 치중하여, 연극을 보는건지, 소설을 읽는건지 착각할 정도로 지나치게 차분했다. 또 386세대들이 본다면 대다수가 공감하겠지만, 소수에게는 그들이 외치던 정의를 묵살하는 불쾌함을 줄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