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랑 얘기를 보고 말았다. 색채 현란한 새 영화 <물랑루즈>에서 나는 가장 고전적인 러브 스토리에 주목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로미오와 줄리엣>이 떠올랐고, <타이타닉>과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잔영이 피어올랐다. 그래, 세월이 흐르고 세기가 바뀌어도 사랑은 늘 고전적이다. 저쪽 자리의 여고생들은 울고 있었고 실상은 비명을 지르고 싶은 분위기가 전해져 왔다. 참, 사랑은 늙지도 않는다. 늘 16살의 나이로 그렇게 찾아온다. 쉽게 감동하지 않는 가슴을 적어도 한번은 튕겨 주고 달아난다. 극적인 만남과 순간적인 몰입, 늘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 활활 타오르는 질투, 거의 비극적인 결말은 알던 대로이고 탄탄대로 아닌 가시밭길을 선택하는 것 역시 숙명적이다. 암, 장벽 없는 사랑에 누가 혼신을 다 바치겠는가. 가로막혀 있을수록 열정의 온도는 상승되어 앞뒤 없는 투지가 살아난다. 스무살이 되고 서른이 되고 마흔이 넘어도 우리는 사랑 앞에서 풋내기이다. 또 한 소녀가 소년을 만났다. 그들의 장엄한 사랑은 아주 오래된 슬픈 명곡처럼 가슴을 울린다. 안타깝게도 사랑은 죽지만 차디찬 땅에 묻히지 않고 영원히 전설로 남는다는 것을 슬픈 결말의 위안으로 삼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