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랑이
(동물원에서 호랑이를 보며)
꿈에 나올만큼 무서워
무서워? 보고 싶었다면서?!
가장 무서운 걸 보고 싶었어.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을 때. 이렇게 해서.
만약에 안 생긴다면 평생 진짜 호랑이는 볼 수 없을테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보게 됐어!
▶ 물고기들
(물고기에 집착하는 조제. 츠네오와 함께 수족관에 갔지만, 하필 그날 휴관인 걸 알고 너무 슬픈 표정에 분노까지 하는 조제. 돌아오는 길에 물고기가 그려진 여관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있지..
뭐?
눈 감아봐. 뭐가 보여?
아무 것도. 깜깜해.
그곳이 옛날에 내가 있었던 곳이야.
어디가?
깊고 깊은 바다 밑바닥. 난 그곳에서 헤엄쳐 올라온 거야.
뭣 때문에?
자기랑 이 세상에서 가장 야한 섹스를 하려고.
그렇구나.... 조제는 해저에서 살고 있었구나.
그곳에는 빛도 소리도 없고, 바람도 불지 않고 비도 내리지 않아. 너무도 고요해.
외롭겠다!
그다지 외롭지는 않아. 애초부터 아무 것도 없었으니깐.
단지 아주 천천히 시간이 흘러갈 뿐이지.
난 두 번 다시 그곳으로는 돌아갈 수 없겠지.
언젠가 자기가 없어지게 되면,
미아가 된 조개껍데기처럼 혼자서 바다 밑을 데굴데굴 굴러다니게 되겠지.
하지만, 그것도 괜찮아.
▶ 조제
헤어지고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종류의 여자도 있다지만 조제는 다르다!
내가 조제를 만날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다.
츠네오는 조제에게 휠체어를 사자고 하지만, 조제는 싫다고 한다. 왜? 너가 있으니깐.
조제의 이동수단이었던 유모차도 망가진지 오래.
그래서 조제는 항상 츠네오에게 엎혀 다닌다.
영화의 마지막에 헤어진 조제는 씩씩하게 전동 휠체어를 타고 혼자 거리를 돌아 다닌다.
츠네오를 만나, 조제는 어두운 방에서 밝은 세상으로 나오게 됐다.
츠네오를 잃으며 얻은 건 바로 그것이다.
그것이 사랑의 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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