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스콜세지 감독 영화를 좋아한다. 스콜세지의 영화를 즐기는 편은 아니나, 최근작 에비에이터부터 성난황소, 좋은 친구들, 택시 드라이버, 비열한 거리까지 나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영화였으며 모두 A+의 평점을 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신작 '디파티드'를 상당히 기대할 수 밖에 없었고, 또 개인적으로 아주 만족했던 영화였다.
이 영화가 홍콩 느와르 영화 무간도의 리메이크 작이라는 사실은 유명하다. 그러나 스콜세지 감독이 밝혔듯이, 감독은 무간도를 보지 않은 채 영화를 만들었다.(나의 예상이지만 아마 시나리오나 콘티만 보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기 때문에 무간도와 비교하는 것은 아마도 무리가 있을 거 같다. 물론, 나도 무간도가 재밌긴 했지만 무간도는 애초부터 3부작을 계획한 후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사실 무간도 1편 만으로는 그 재미를 다 알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스콜세지는 애초부터 디파티드를 삼부작으로 만들 생각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가 시작 한 후 약 1시간 반동안 두 주인공의 심리묘사와 배경에 치중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초반부는 어찌보면 지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약간 지루한 초반부를 지나가면 영화는 너무나도 흥미진진해진다. 그것이 이 영화 최대의 강점이다. 무간도는 영화 시작부터 영화 끝까지가 재밌다고 할 수 있다면, 디파티드는 영화적 재미가 점점 증가되면서 카타르시스를제공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적 흥미와 재미는 무간도보다 디파티드가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마틴 스콜세지감독이기에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런 영화적 재미는 훌륭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때문에도 가능했다고 본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디카프리오와 멧 데이먼이지만, 진짜 주인공은 어쩌면 잭 니콜슨이 아닐까 생각된다. 잭 니콜슨의 보스 연기는 아마 오스카상을 '그냥'가져 갈 거 같은 연기였다고 본다. 능글능글하게 웃으면서도 카리스마를 잃지 않는 냉철하고 잔인한 보스 역활을 훌륭하게 연기해 낸 니콜슨은 평론가들의 찬사가 아깝지 않은 연기였다. 또한, 두 주인공의 연기도 훌륭했는데 스콜세지의 새 파트너로 활약하고 있는 디카프리오는 에비에이터 만큼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훌륭한 연기로 영화를 이끌어 가고 있으며, 역시 오스카에 노미네이트 되어도 아깝지 않은 훌륭한 연기를 해냈다.(그러나 양조위의 카리스마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또한, 멧 데이먼의 연기도 훌륭했으나, 디카프리오의 그늘에 가려 그 빛이 조금 덜 발휘 된 것 같다. 그리고 원작에는 없었던 마크 웰버그의 악질 형사 캐릭터의 연기도 뛰어났다. 그 밖에, 마틴 쉰이나 알렉 볼드윈의 연기도 훌륭했다. 배우들의 멋진 연기가 이 영화를 더욱 돋보이게 한 것 같다.
스콜세지 감독의 주 특기는 '암흑가'를 그리는 것이다. 비열한 거리, 좋은 친구들과 같은 작품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 특기는 이번 디파티드에서도 발휘 되었다. 그러나, 이 리메이크 영화의 감독을 스콜세지 감독으로 선택한 이유가 무간도가 단순히 암흑가를 그린 작품이기 때문에서가 아닐 것이다. 이런 장르라면 어쩌면 브라이언 드팔마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감독을 다시 모시고 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콜세지 감독은 캐릭터에 대한 연구에 탁월한 감독이다. 코스티건, 설리반, 코스텔로, 퀸넌등등의 캐릭터들은 영화속에서 팔팔 살아난다. 각자의 개성이 있으며 제대로 표현해 내지 않으면 다들 그저그런 캐릭터가 될 수 있는 캐릭터들이다. 그러나, 스콜세지 감독은 이런 캐릭터들을 너무나도 잘 표현해냈다.
영화의 후반부에 퀸넌과 코스텔로가 각각 조직에 첩자가 있을 거라고 추측하는 순간부터 영화는 급속도록 재미있어진다. 그리고 설리반이 본의 아니게 코스텔로에게 거짓말을 하면서 서로를 속고 속이는 순간부터 영화는 손에 땀을 쥐는 스릴러로 변신한다. 그러면서 관객들은 주요 인물들이 하나씩 죽을 때 마다 아쉬움과 놀라움을 느낀다. 이건 초반부에 워낙 인물의 심리 묘사를 잘 해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 밖에, 스콜세지 사단의 촬영, 편집, 음악 모두 뛰어났다. 편집은 몇 부분이 짤려나간 것 처럼 느껴지기도 했으나, 오히려 이런 편집이 영화 전개에 효과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런게 짤려나간 듯한 화면을 통해 주인공의 불안감이 잘 들어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영화의 중반부까지 그렇다. 영화의 후반부에 두 주인공이 서로의 비밀을 알고 나서부턴 영화는 헨드헬드만을 사용하고 컷도 그렇게 많이 나누지 않는다. 영화의 중반부까진 정적인 카메라워크에 짤려나간 듯한 편집을 사용하여 주인공의 불안감을 들어냈다면, 후반부는 헨드헬드를 사용하면서 정적인 컷을 사용하여 주인공의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영화는 걸작이라고 할 만 하다. 물론, 택시 드라이버나 성난 황소와 같은 걸작들과의 퀄리티를 비교한다면 그 강도가 약간 미흡하긴 하다. 그러나, 분명한 건 스콜세지는 '에비에이터'이후 흥행영화를 찍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관객들이 원하는 영화를 찍고 있다. 스콜세지도 시대에 맞게 변화한 것이다. 예전 스콜세지 영화는 관객이 스콜세지 감독을 따라 다녔다면, 요즘 스콜세지 영화는 스콜세지가 관객의 취향에 맞게 영화를 만들고 있다. 그러면서도 스콜세지의 연출 능력과 그의 천부적인 캐릭터 연구를 그대로 살리면서 그것을 취하고 있다. 이런 것을 성공한 감독은 스필버그와 리들리 스콧 감독 외엔 유래를 찾기 힘들다. 물론, 그 중에서 스콜세지가 단연 돋보이고.
P.S - 무간도가 '쿨&웻'하다면 디파티드는 '핫&드라이'합니다.
20자평 - 영화가 진행될 수록 더욱더 몰입하게 되는 스콜세지의 연출력이란!
유의사항 - 무간도의 리메이크지만 무간도와는 다른 느낌입니다.
비슷한 영화 - 비열한 거리
이 장면만은 - 코스텔로가 '당하는'장면부터 영화가 끝나는 모든 순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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