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하기 힘들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맷 데이먼, 잭 니콜슨.. 이 정도의 배우들만 거론되도 그 영화의 성공은 보장될 텐데, 여기에 알렉 볼드윈, 마틴 쉰, 마크 월버그에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여배우 베라 파미가까지. <무간도>의 리메이크 <디파티드>는 거장 감독 이전에 이미 출연하는 배우들로 숨이 막힐 지경이다. 물론 가장 큰 무게감은 마틴 스콜세지로부터 나온다.
홍콩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도 감동시킨 <무간도>였기에, 원작의 그 비장미가 마틴 스콜세지의 작품에선 어떤 식으로 표현됐는지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많았던 영화였다.
영화는 어떤 점에선 <무간도>의 리메이크 수준이 아니라 거의 베꼈다 싶을 정도로 똑같다고 느꼈지만, 역시 정서란 측면에서 두 영화의 차이는 두드러진 것 같다.
즉, 동양적 정서와 서양적 정서의 차이, 홍콩과 보스턴의 차이랄까. 일부에선 원작을 생각하지 말고 보라고 권유(!)하기도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무간도>를 머리에서 배제하고 보긴 힘들었다.
원작에서는 동양적인 또는 홍콩 느와르가 상징하는 비장미, 처절함이 느껴졌다면 <디파티드>에서는 건조함의 정서가 확 느껴졌다. 나도 역시 동양인인가? 보스턴의 리얼함을 살렸다는 <디파티드>의 정서를 가슴으로 느끼며 동의하기는 좀 힘들었다. <무간도>가 없었거나 보지 않았다면 좀 나았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리메이크 작품이 원작과 비교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천형일 터.
특히 욕을 입에 달고 사는 낙냄 경사(마크 월버그)가 결정적 역할을 하는 마지막 장면은 굳이 원작과 달리 갈 필요가 있었는가에 대해서 여전히 의문이다. 헐리웃 영화의 틀 안에서 유덕화/맷 데이먼의 살아 남음과 성공은 확실히 부담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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