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발의 초원] 가장 나중에 만나게 된 이누도 잇신 감독의 첫 작품..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과 [메종 드 히미코]의 예상못한 성공(?)에 힘입어 이제야 만나게 된 이누도 잇신 감독의 첫 작품, [금발의 초원]
'조제'의 이케와키 치즈루의 앳된 모습을 볼 수 있는 (하긴 조제에서도 여전히 앳된 모습이긴 하지만) 이 영화는 자신을 20대라고 생각하고 있는 현실 나이 80세인 닛포리 노인과 18살 소녀에 불과하지만 불행해질 것이 두려워 행복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나리스와의 사랑 얘기다.
닛포리 노인은 자신의 인생 중 가장 행복했던 20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것은 어쩌면, 그 이후 평생동안 집 밖을 나가지 못하고 어느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삶이었기 때문이리라.
영화 제목인 '금발의 초원'은 바로 닛포리 노인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풍경이다. 그는 가끔 눈을 손으로 가린 채 상상 속의 배를 타고 세계 여행을 떠난다. 그 배가 도착하는 노을로 물든 바다가 바로 '금발의 초원'이다.
나리스는 자신이 사랑하는 동생(피가 전혀 섞이지 않은)과 친구의 사랑을 곁에서 지켜보며 괴로워한다. 또 동시에 80세 노인의 무차별적 사랑 공세를 감내해야 한다.
어쩌면, 나리스가 닛포리 노인과의 결혼을 결심하게 된 것은 이러한 혼란의 결과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자신은 그것이 동정이며, 동정도 사랑의 한 방법이라고 강조하지만 말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두 가지는..
첫째, 닛포리 노인이 스스로 작성한 연표. 이 연표의 대부분은 '심장, 아직도 멈추지 않음'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의 평생이 어떤 삶이었는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그래서 닛포리 노인은 그런 현실을 잊게 해준 치매가 어쩌면 너무 큰 행복이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현실의 닛포리 노인의 모습을 한 번도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 설마 설마 했는데, 끝까지 닛포리 노인은 20대의 모습을 간직한 채 하늘을 난다! 이것이 관객을 위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럼으로서 확실히 로리타 컴플렉스로 비춰질 수 있는 80세 노인과 18살 소녀의 사랑 얘기가 밝고 가볍게 그려진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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