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라는 개념과 선과 악이라는 개념을 재 정립해 볼 기회와 함께 등장한
흥미로운 시대의 브랜드인 '데스노트' 는 국내에서는 <고스트 바둑왕>
으로서 많이 알려졌던 오바타 다케시의 원작 만화이다. 일본내에서만
2천 백만부가 팔린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데스노트' 는 국내에서도
그 판매량이 2년에 걸쳐 1위에 오를만큼의 매니아층을 형성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런 <데스노트> 의 영화화는 그만한 부담감과 동시에 과연 원작과
비교되어서 추락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감을 가지게 할만한 도박과 같은
승부수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래서 처음에 상당히 <데스노트> 의 원작의
느낌에 강하게 어필받았던 본인으로서는 관람여부가 망설여지는 영화기도
했다. 법관을 꿈꾸는 천재 대학생인 야가미 라이토(후지와라 타츠야)와
세계적으로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한 드러나지 않은 의문의 명탐정
L(마츠야마 켄이치), 류자키라는 가명으로 등장하는 둘의 두뇌싸움을
그리는 스토리는 데스노트로서 범죄자를 심판하는 라이토가 키라로
추앙받으면서 생겨난다. 실상 흉악한 범죄자를 심판할수 없는 현실적인
법의 틀에 자신이 믿던 정의에 크나큰 상처를 입은 라이토의 앞에
나타난 데스 노트는 그에게 생사를 결정하는 신의 권한을 부여함과
동시에 선/ 악 의 개념을 스스로 깨트릴수 있는 능력을 행사하게
된다. 데스노트의 법칙을 최대한 이용하면서 '키라' 로 추앙받는
가면을 쓴채 사신 류크 와 대면하며 세상을 범죄없는 세상으로 만들겠다고
단언하는 라이토의 행동에는 선/ 악의 개념을 넘어서는 광기가
돋보인다. 그가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정의> 는 세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합리화시키는 수단밖에 되지 않는 것을 영화의
흐름을 살펴본다면 잘 알수 있다. 그리고 자신을 정의라 내세우고
'키라' 를 사형대에 세우겠다고 단언하는 L 도 결국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키라' 와 두뇌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자신을 정의라
내세우고 자신을 감추고 키라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다른 사람의
희생을 감수하는 L 역시 라이토 와 닮은 꼴 캐릭터다. 결국 마치
세상과 그 속에서 존재하는 사람들은 두명의 생사를 관장하는 신
앞에서 시한폭탄과 같은 생명줄을 가진채 두여지는 체스판의 체스와
같은 느낌을 지워버릴수 없다. 라이토는 자신의 정의로운 집행을
방해하는 사람들을 악으로 규정짓는 듯 심판해 나간다. 범죄자뿐
아니라 FBI 수사관을 비롯해 심지어 경찰관을 지망하는 자신의
여자친구인 아키노 시오리(카시이 유우)또한 시나리오처럼 쓰인
죽음속으로 몰아넣는 라이토의 정의는 잠재되어 있던 거대한 자신의
욕망을 폭발시키듯 분출해 낸다. 그리고 L 과의 대면을 통해 전편을
마무리하는 영화는 역시 기대이하의 느낌을 표출해 냈다. 일단
사신 류크의 느낌을 영화속에서 실사와 함께 상당히 자연스럽게
연출해 낸것은 눈여겨 볼만한 볼거리로 제공된다. 하지만 라이토와
L을 연기하는 연기자들의 느낌은 상당히 부자연스럽다는 것이
문제다. 라이토를 제외하고 L의 느낌은 솔직히 암울할 정도로
두뇌게임을 한다기 보다는 표정으로 연기 다했다는 설정이라고
밖에 생각할수 없는 상황을 보여준다. 상황에 걸맞지 않는 다는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든다. 그나마 라이토의 연기는 상당히 자연스러운
듯 보이지만 언뜻 언뜻 보이는 이질감이 상당히 영화에 몰입하는데
지장을 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전체적으로 느낌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일련의 사건과 흐름을 자연스럽게 소화해
내고 있기 때문에 원작을 모르는 이들도 자연스러운 이해와 함께
영화를 소화해 낼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후편이
개봉해봐야 알겠지만 전편에서는 미흡한 연기와 카리스마 대결이라는
느낌을 받기에는 다소 아쉽고,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확실한 캐릭터의 이미지를 살릴수 있는 발전된 후편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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