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람은 죽여도 되는가?
오바타 다케시의 원작, 데스노트의 주인공 라이토는 이렇게 얘기한다. 만약 이 의제로 토론을 벌였다면, 모두들 "그건 나쁜 짓" 이라고 입을 모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본심은 어느 쪽인가. 겉으로는 키라(Killer)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지만,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에서는 벌써 "키라"가 만연해 있지 않은가라고.
가네코 슈스케 감독의 데스노트는, 원작의 이미지를 무척 충실하게 스크린으로 옮겨냈다는 느낌이다. 장장 13권에 달하는 분량을 스크린에 담기에 벅찼는지 영화 데스노트는 1편과 2편으로 나뉘어진다. 일본 영화에 대해 달리 아는 바가 없는 관계로 데스노트의 제작진이나 출연진에 대해 특별히 소개할 내용은 없지만, 적어도 가네코 슈스케 감독이 크리스토프 강스와 함께 Necronomicon (1994년)의 제작에도 참여한 바가 있다는 정도는 주지해야 겠다. 크리스토프 강스, 우리나라에서도 조만간 개봉할 사일런트 힐(Silent Hill, 2006)로 익히 알려진 감독이다. 각설하고.
라이토와 L 로 출연한 두 주연배우의 연기력이 제법이다. 아무래도 원작만화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영화고, 그래서 혹자는 미스캐스팅이라는 우려와 실망어린 반응을 보일 것이고, 그래서 더더욱 기대에 못미친다는 혹평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한계를 가지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좀 더 모범생에 가까울 법 했던 라이토에 대해 다소 실망스러웠던 영화의 초반부가,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악마적인" 본성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에는 예상외로 상당한 효과를 거두지 않았나.
이런 캐스팅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영화다. 상영시간에 맞추어서 군살을 확 빼버린, 말 그대로 영화판 데스노트. 한편으로는 원작의 플롯에 충실하면서도, 다른 한편 라이토가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데스노트를 손에 넣는다든지, 같은 대학에 L 과 나란히 합격을 한다든지 하는 (어쩌면 만화스러운) 요소들은 과감하게 빼버렸고. 그래서인지 만화보다는 영화쪽이 부담도 적고 더 마음에 든다. 하필 라이토와 L 이 첫 대면을 하는 장면에서 1편이 끝나버린 관계로, 그 다음에 이어질 내용들에 아주 걱정이 안되는 것도 아니지만 - 원작만화의 줄거리 상으로 보자면 초반부에서 1편이 끝나 버렸다는 얘기니까.
스릴러? 아니다. 판타지를 소재로 한 드라마에 더욱 가깝다. 한편 원작에선 L 과 라이토의 두뇌싸움으로 묻혀버린 명제가 있었다면, 영화속에서 사신(死神) 류크가 라이토에게 던졌던 질문은 원작의 치열한 심리전을 온전히 따라가지는 못했던 영화의 공백을 채우고도 남는다.
"이젠 죄인이 아닌 자도 죽이는가."
선(善) 과 정의(正義)의 이중성은 키라와 L 로 양분된다. 잡히지 않기 위해, 수사망을 교란시키기 위해 살인을 마다않는 라이토가 더이상 정의구현의 영웅일 수 없다면, 그 반대편의 끝에서 키라를 잡기 위해 혼신을 다하는 L 이 정의를 대변할 수 있을까. 권선징악의 구호 속에 박제화 되어버린 정의. 그것이 라이토의 정의이며, 또한 L 의 정의이겠기에. L 을 옹호하는 똑같은 이유와 명분으로 세상은 키라를 옹호한다.
그게 재미있어 죽겠는 건, 비단 류크 뿐은 아니겠지..
- 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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