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레터>로 한국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이와이 슌지 감독의 작품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울 준 <러브 레터>를 난 한 번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본 적이 없다. 이상하게 나랑은 운대가 안 맞는다고 할까. 어쨌든 <하나와 앨리스>는 마치 한 편의 순정 만화를 본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이쁘고 사랑스럽다. 특히 앨리스의 무용 장면, 그리고 하나가 무대에 오르기 전 눈물을 참는 장면은 너무 아름답고, 인상적이다.
최근에 와서 많이 느끼는 건데, 일본 영화의 힘은 작은 영화들로부터 나오는 것 같다. <일본 침몰>같은 대형 블록버스터는 영 아니올씨다 이고, 일상의 소소한 얘기들을 다룬 영화들, 인디 영화들이야 말로 일본 대중문화의 넓은 깊음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 준다.
아리따운 두 소녀의 사랑 이야기를 정말 아름답게 다루고 있는 이 영화에는 몇 가지 재미난 이야기가 들어 있다.
원래 이 영화는 민간 기업이 홍보 차원에서 보여주는 무료 단편영화를 의미하는 네트무비로 제작되었다가 내용을 추가해 전혀 새로운 장편으로 재탄생되었다고 하는데, 이와이 슌지가 감독, 각본, 편집, 음악까지 1인 4역을 담당하면서 가장 이와이 슌지스러운 영화로 평해지고 있다.
또 이 영화에는 많은 일본 배우와 가수들이 카메오로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가장 대표적인 인물로는 히로스에 료코. 이 영화의 뒷부분에 앨리스가 오디션 보는 장면(무용)에서 연신 핸드폰 통화를 해대던 안경낀 에디터로 출연했으며, 이 외에 '오오사와 타카오', '아이다 쇼코', '아베 히로시', '기무라 타에' 나카노 히로유키 감독 등이 출연했다고 하는데, 료코 외에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열혈 만화광인 이와이 슌지 감독이 유명 만화가의 자취를 영화 곳곳에 남겨 두고 있다고 하는데, 대표적으로 하나와 앨리스가 다니는 고등학교 이름인 '데츠카' 고등학교는 <철완 아톰>의 데츠카 오사무의 이름에서(아톰 50주년을 연상시키듯 50회를 맞은 학교 축제에선 하나와 미야모토가 심각한 얘기를 나누는 교실 창문으로 아톰의 거대한 풍선이 오락가락한다) 따온 것이라 한다.
그리고 영화 초반 하나와 앨리스가 뛰어다니던 기차역 이름도 실제 존재하는 기차역이 아니라 모두 유명한 만화가의 이름과 작품에서 따와서 지었다고 하는데, 바로 跡武(아토무) 手塚高校(데츠카 고교), 黑雀(블랙잭), 데츠카 오사무의 제자이자 '도라에몽'의 저자인 후지코(藤子), 그리고 그의 제자인 '가면의 라이더' 작가 이시노모리(石森)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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