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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걸>[라이방] 평범하지만 즐거운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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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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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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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29 오후 5:3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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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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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오는 한국 영화들, 장르도 소재도 상당히 다양해 졌다. 많은 물량을 투입하여 영상이나 액션에서도 상당한 완성도를 보여주는 블록 버스터급 영화, 코믹영화, 그리고 멜로 드라마등등… 모든 장르의 영화들이 관객의 사랑을 받으며 명실 공이 한국 영화의 전성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그들의 틈새에 주변인물을 다룬, 그러니까 삼류 인생, 밑바닥층의 인물들을 다룬 영화들도 있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이런 영화들은 유명 배우들이 나오질 않는다. 제작비에 문제가 있는지 그런 영화들을 깊이하는 스타급 배우들이 있는지 아님 영화의 신선함을 살리려는 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이런 영화엔 현란한 특수효과도 멋진 화면도 보이질 않는다. 투박한 화면 속에 세련되지 못한 약간은 낯선 배우들이 평범한 일상을 다큐멘타리를 찍듯 보여준다. 그래서 일까 이런 영화들에 대해선 언론의 스포트 라이트나 주목 같은 건 기대할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스타성이 있어보이는 것이 하나도 보이질 않으므로… 하지만 이렇게 조용히 나타난 이 영화들은 우리의 가슴에 촉촉한 감동을 심어 주고있다.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라이방>. 삼류의 인생을 다룬 이 두 영화는 어쩌면 많은 점들이 닮아있다. 3류 밴드의 이야기와 그들의 꿈과 희망을 다룬 와이키키 브라더스, 택시 기사들의 고단한 일상 속에서도 희망이 있음을 보여주며 우리의 평범한 삶을 이야기하는 라이방. 이들 영화들의 화두는 희망이다. 현실이 고단해도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끼리 서로 의지를 하며 나쁜 사람들 보다는 좋은 사람들이 세상엔 더 많이 있고 착하고 근면하게 살면 나름대로의 행복을 만끽할 수 있노라고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져 주는 듯하다.
이 두 영화 중 라이방에 대해서 집중해서 이야기 하고 싶다. 와이키키 브라더스에 대해선 이미 이야기 한바 있으므로….
영화 “라이방”은 장현수 감독의 다섯번째 작품이다. <걸어서 하늘까지>로 영화계에 데뷔, 한국적 느와르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었던 그. 차기작인 <게임의 법칙>으로 평단, 관객 모두에게 선명한 인상을 주며 한국적 느와르의 완성이라는 찬사와 더불어 흥행에도 성공을 거두었다. 그 후 <본 투킬>, <남자의 향기> 등의 작품을 선보이며 주로 선 굵은 남성적인 영화를 주로 연출하는 감독으로 인식되어온 감독이었다. 선이 굵은 남자의 이야기를 아주 현실적으로 다루며 너무나 현실적인 나머지 다소 비극적인 그의 영화를 보면서 공감과 안타까움을 느껴왔던 나. 그의 작품 스타일을 너무나 좋아하는 나의 입장에서 그의 신작은 장현수 감독작품이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도 설레임으로 다가왔다. 설레임으로 접한 영화 “라이방”, 이 영화는 기존의 그의 작품 스타일과는 조금은 동떨어진 하지만 여전히 남성이 영화의 중심이 되고 있는 영화이다. 기존의 비극적이고 냉소적인 스토리 텔링에서 멀찍이 벗어나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를 유머스럽고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택시 기사들의 코믹 인생 극장 이라고나 할까. 장현수 감독 특유의 연출 스타일을 여전히 살아 있다. 다만 예전과 다르게 인간에 대한 냉소적인 시선이 어느새 삶에 대한 깊고 따뜻한 애정으로 변해있다. 장감독도 이제난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가 보다. 영화 “라이방”은 우리의 주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택시 운전 기사들의 일상을 통해서 우리 내들의 인생, 희망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이유 등을 이야기 한다. 그가 보여주는 코믹한 일상은 정치에 대한 독설도, 경제에 대한 비유도 전혀 없다. 다만 있는 그대로의 삶을 코믹하게 풀면서 우리의 생활은 어둡기 보다는 웃을 수 있는 일이 더 많다는 이야기를 우회적으로 하고있다. 그가 표현하는 모습들은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아주 평범한 것이기에 그 웃음이 더욱더 소중하고 귀하게 여겨진다.
<라이방>은 세 명의 택시 운전사들의 세상 사는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다. 허풍기 쟁이 ‘해곤’, 유일한 대졸 학력의 엘리트 출신 ‘준형’, 양아치 같은 ‘학락’. 언뜻 보면 준형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굉장히 불량 스럽고 그다지 좋은 인상의 사람들은 아니다. 착한 인상의 준형이지만 뭔가 행동이 얄밉다. 항상 해곤과 준형이 먹는 찌게에 공기밥 만 추가해 먹는 폼을 보니. 택시 기사가 직업인 이들 앞에 놓은 세상은 결코 만만치 않다. 그다지 좋지 않은 경제상황에서 택시 일이란 것이 하루 벌어 하루살기도 빡빡한 전쟁터이고 그나마 운전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도 늘 유쾌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세상살이에 힘들고 지쳐있는 그들에게도 유일한 낙이있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회사 근처의 허름한 호프집에서 나누는 사심없는 농담. 호프집에 모여 앉아 옹기 종기 실없는 농담을 주고 받는 그들이지만 그때 만큼 만은 고달픈 인생도 눈 녹듯 사라져 있다. 해곤이 좋아하는 연변처녀는 돈 300만원에 칠순 노인에게 시집을 가겠다고 한다. 안타까운 마음에 쌈지 돈 300만원을 그녀에게 건네나 그녀는 그의 돈을 거절한다. 얄미운 준형도 삶이 고달프다. 생긴 것도 팔다리도 멀쩡한 준형의 형은 하는 일 없이 동생에게 빌붙어 산다. 더구나 염치도 없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결혼시켜달라고 조르고 있다. 이번이 형의 세 번째 결혼이다. 준형은 변변치 못한 형을 둔 죄로 변변치 못한 살림이 늘 고달프다. 양아치 학락, 언뜻보면 좋아하는 사람도 없고 약아보이는 이 사람에게도 남모를 비밀이 있다. 남 몰래 딸을 키워왔던 것이다. 그 딸을 피아노를 키워가며 고이 키웠더니 이젠 유학을 가겠다 한다. 학락의 처지에 유학공부까지 시킬 능력은 없다. 그런 사정을 이야기 했더니 왜 피아노 공부는 시켰냐고 오히려 아버지에게 소리만 친다. 이때만큼은 자신의 처지가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그다지 신나지 않은 인생을 살고 있는 그들이지만 그들의 인생은 꼬여 가기만 한다. 회사 간부에게 이자를 놓고 빌려준 돈은 떼이고 분해만 하던 준형은 학락과 해곤에게 한 몫 잡을 일을 제안한다…..
영화 속 세 주인공 해곤, 학락, 준형 같은 삶이 인생이라면 어쩌면 우리 내 인생은 고달픔의 연속이고 사는 것 자체가 짜증일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있노라면 그런 인생을 살고있는 그들인데도 그들 자신은 인생이 고달프다라고 생각하고 지 않아 보인다. 객관적으로 보아도 그네들이 처한 상황이나 살아가는 인생이 짜증나거나 힘이 들어할 법도 한데 어쨰 그들은 웃고 있다. 세상을 초월한 듯한 웃음이다. 과연 그들의 웃음은 무얼까. 어쩌면 그들에겐 지치고 힘든 인생이지만 곁에 자신의 신세를 한탄할 수 있는 친구,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감싸 안아 줄 수 있는 동료 그리고 이웃이 있어서가 아닐지…. 지금 우리들 처럼….. 그렇담 우리도 짜증나는 인생은 아니지 않은가 !!! 영화 “라이방”은 이들의 지치고 힘든 그렇지만 유쾌하게 살아가는 삶을 통해서 우리의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우리 동료에 있고 우리 이웃에 있다는 함께 사는 세상을 부르짓고 있다. 역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보다도 늘 곁에서 동고 동락하는 이웃이, 동료가 가족이고 친척이었던 것이다. 또한 후반 그들이 베트남에서 인력거를 끄는 그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인간은 그들이 하던 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일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이 영화를 보면서 눈에 띄인 점. 독특한 카메라 워크. 선풍기가 돌아가는 시점에 따라 움직이는 호프집에서의 카메라의 움직임. 이는 굉장히 투박하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이 영화가 그들의 삶에서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또한 기존의 다른 영화들에서 보지 못했던 인상적인 카메라 워크이다.
어쨌던 투박하면서도 유쾌하고 따뜻한 이 영화, 세련되지도 유명한 배우가 나오지도 않아서 그다지 흥행을 할 것 같아보이지 않는 이 영화가 난 왠지 정이 간다. 한국 영화가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고양이를 부탁해>나 <나비>와 같은 비교적 작품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영화들이 이 영화들을 외면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작품적으로나 내용적으론 대중에게 어필할만 영화라고 생각하는 영화 “라이방”. 내세울만한 스타급 배우 없이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 흥행에 성공한다면 스케일 넓히기 에만 급급해 하는 한국영화가 좀 더 내실을 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이 영화를 흐뭇하게 본 나의 조그만 한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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