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한 상품을 동대문시장 노점바닥에서 팔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는 팔리지도 않고 팔수도 없다.
영화란 돈 7,0000 원 내고 가서 구경하는 것 그것이다. 영화를 보러 가는 사람들도 불특정 다수 대중이고 영화를 평하는 사람들도 불특정 다수 대중이고 영화 자체가 불특정 다수 대중을 전제로 만들어진다.
첫째로 이 영화는 전체적인 테마는 적어도 나로서는 공감이 갔다. 하지만 대중적 테마, 아니 대중적 흡입력과 뚜렷한 대중적 메세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것이 내가 대중 위에 있다는 건방진 말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뚜렷한 메세지가 없는 영화에 대해서 대중은 혼란해하고 평가하기를 주저하며 화를 내기도 한다.
둘째로 전체적으로 "시대적 틀"속에서 분출하다 승화한 장승업의 미술혼이라는 주제로 바라보았을 때, 불필요한 장면의 과잉 강조는 주제를 혼탁케 했다.
대부분의 사건은 상징적으로 잘 처리되기도 하고 더러는 비약적으로 처리되기도 하였으나 정사 장면과 부분적으로만 떼어내서보았을 때는 영락없는 포르노로 보이고 정도의 대사는 아무리 전체 맥락에서 의미를 찾으려 해도 불필요한 과다 강조였고 그것은 외국기자가 "너무 Physical한 인물 묘사아니냐?" 는 질문을 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살인사건을 묘사한다고 해서 배가 갈라지고 창자가 쏟아져나오는 일을 실제적으로 오랫동안 묘사한다면 그건 리얼리즘도 아니고 극적 효과도 아닌 그저 불필요한 감각적 자극으로 영화전체의 메세지를 감쇠시키는 역할 밖에 할 수 없으며 그것 한 컷만으로 영화 전체가 싸구려 삼류 영화가 전락될 수 있는 사안인 것이다. 성행위 묘사도 그와 마찬가지 성격을 띈다.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바로 그런 섹스 장면의 과잉 표현이었다. 무엇이든 노골적인 것은 저급한 것이다. 상징성을 상실한 노골적 표현은 사실주의와 혼동되지 말아야 한다.똥 싸는 것을 찍어서 인간 진실에 대한 다큐멘터리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넌센스다.
그런 감각적이고 "아주" 사실적인 성행위 묘사가 아니더라도 상징성을 모두 이해할만하고 불필요하게 길게 끌고간 장승업의 성행위 장면은 배보다 배꼽을 더 크게 강조할 위험성을 지녔다.
셋째. 주인공과 주인공의 미술혼보다는 시대적 상황과 사건이 주요 줄거리인듯한 느낌을 들었다. 역시 전달 메세지가 불분명했다는 대중적 평가로 귀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