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두가 독한 여자라고 혀를 차며 손가락질을 하는 것을 잘 알면서도,
번번히 가정생활은 순탄치 못하고 두번이나 재혼했어도 결국 실패하게 되지만,
집안에선 다정다감한 아내와 엄마가 되기를 일찌감치 포기한...
그래, 한마디로 능력있는 여자 미란다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만약 남자였다면 사람들은 날 존경했을 것이다."
그렇다. 그녀는 여자이기 때문에
그녀가 지닌 엄청난 Force를 강한 카리스마와 능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악마가 되고, 치를 떨게 만드는 독종이 된다.
마녀 편집장, 미란다.
이제 막 사회에 나오는 사회초년생들에겐 가히 끔찍한 캐릭터.
만약 내가 그런 상사를 만나 매일을 출근하며 살아야 한다면 어떻게 할까?
원치도, 뜻하지도 않았던 직장이지만
정작 내가 원하는 꿈과 희망은 따로 있긴 하지만
처음엔 '어차피 일년만 다니고 말거야.' 마음먹었던 곳이긴 하지만
뽀대나고 남들이 우러러보는 자리에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앤드리아는 모든 여성이 꿈꾸는 그 자리가
천박하고, 더럽고 치사하기 짝이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미란다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쓰는 사람들을 보며 실컷 욕한다.
대체 그런 마녀같은 여자의 비서자리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들 난리냐면서.
하지만 촌스럽고 패션감각이라곤 제로였던 그녀가
미란다의 비서가 된 후, 그렇게 욕을 바가지로 하면서도 그들을 닮아간다는 것.
그리고 이 영화를 바라보는 관객조차도 그들을 닮길 원한다는 것.
이 영화가 노린 욕망과 성공에의 열망에 대한 치부다.
어른이 되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어른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좀 더 시간이 지나면
하고싶은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돈이 되는 일이며,
인정받는 일, 남들이 부러워하는 일이 제일이란 것도 깨닫는다.
명품을 명품으로 만드는 것은 명품의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들이다.
아무도 명품을 명품이라고 여기지 않을때
된장녀, 귀족녀들은 사라질 것이다.
물론 이 영화가 그런 지독한 현실을 표방하며
누구나 꿈꾸는 화려한 생활에 빠져드는 젊은 여성의 야욕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앤드리아는 결국 그 모든 것을 훌훌 떨쳐내고
화려한 그녀로부터 탈출한다.
때문에 나는 이 영화가 좋았다.
적어도 관객으로서 앤드리아의 성공이 부럽고 자랑스러웠기에
나라면 어려웠을거야, 하는 앤드리아의 결심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속내를
가슴 깊이 감출 수 있도록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2.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책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었다.
누구나 우러러보는 자리에서 더없는 영광과 능력을 과시하며 사는 미란다가
내가 이 자리까지 괜히 온 것이겠냐, 며 동료의 뒤통수를 칠때
앤드리아는 묻는다.
"어떻게 그럴수 있죠?"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너도 그랬잖아, 에밀리에게."
앤드리아는 할말이 없다. 물론 나도, 관객들도 할말이 없다.
당신은 아닌가?
아무리 갈망하고 원하는 사람이 옆에 있어도 내가 잘될 수 있다면 밟고 올라서지 않을 수 있는가?
내가 올라가려면 누군가는 밟혀 내려가야한다는 사실.
내 길이 조금씩 열리고 닦일때마다 그런 일들은 어김없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있으면서도 애써 외면한다.
왜냐하면 '남들의 성공'보다 중요한 것이 '나의 성공'인 한낱 가여운 인간이니까.
3.
이십대 여자의 꿈과 성공은 사랑보다 중요하다?!
글쎄, 이 문제는 나 역시 시행착오 중이기에 아직은 뭐라 말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자신의 꿈이 사랑만큼 중요하지 않은 사람은
그만한 열정이 없는 것 아닌가?
남자가 일때문에 사랑을 포기하면 야심이 큰 것이고,
여자가 일때문에 사랑을 포기하면 악마가 되고
독한년 소릴 드는 한국 사회에선
누군가 "사랑보다 일이 더 중요합니까?" 묻는다면, 시치미 뚝 떼고,
"아뇨, 당연히 집에서 남편 내조하고 아이들 잘 키워야죠.
제 꿈이야 뭐 남편 성공하면 보상 받는거니까."
하고 말해야 훌륭한걸까?
글쎄, 아니라고 대답하는 남성이 있다면
가슴에 손을 얹고 입술에 침 한번 바르고 말해보라고 하고싶다.
그런 내숭을 떨어줄줄 아는 여자가 더 좋지않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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