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동물이라는 소재는 백치미적 감동을 부른다. 아이와 강아지의 눈망울. 만일 그것이 거역할 수 없는 선한 순수함 그 자체를 우려먹음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함부로 폄하할 수 없는 것은 마치 하나의 숭고한 가치에 흠집을 내는 것 같은 자격지심 떄문일테다. 또한 본연의 이미지 자체가 지닌 비가식적 순수함이 대변되는 면모 자체만으로도 거부감이 들지 않음의 탓도 있다.
일단 이 영화는 아이와 강아지라는 절대적 순수요소를 통해 이미 어느 이상의 대중적인 감동의 기대감을 형성한다. 하지만 그 노골적인 눈물샘의 자극 의도가 어느정도까지 진심을 파고들 수 있는가는 장담할 수 없다.
찬이(유승호 역)는 어린 동생 소이(김향기 역)를 위해 어린 강아지 한마리를 훔쳐온다. 그리고 소이는 강아지에게 마음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정을 쏟아 키운다. 그렇게 부모도 없는 어린 남매는 종(種)이 다른 식구를 맞이한다.
사실 개는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동물이다. 사실 개만큼 인간에게 잘 길들여지는 동물도 없다. 물론 어느 동물이나 길들이기 나름이라 반박한다면 필자는 인간이 기르는 애완견의 숫자가 타종류의 수에 비해 월등하다는 비공식적 통계실적으로써 대변되는 호감도의 함수관계를 근거로 삼겠다. 그만큼 개라는 동물은 인간과 가장 친근한 동물인 셈이다. 그런만큼 이영화도 관객에게 친숙할 수 밖에 없다. 특히나 집안에 식구같은 강아지 한마리 키우는 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을테다.
부모가 없는 아이들.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남은 어머니마저 자식을 버린채 어디론가 떠나고 남은 남매는 모자란 정을 충족하기에는 허기져보인다. 그 허기를 달래주는 것이 강아지다. 찬이가 몰래 훔쳐온 강아지는 어쩌면 부모잃은 아이들과도 같다. 강아지에게 훔쳐간 모성애를 아이들은 보상하고 그로부터 아이들은 오갈데없는 정의 충족을 강아지로부터 얻는다. 그리고 그런 일련의 과정은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쓰럽다. 한참 부모의 보살핌과 사랑을 받으며 자라나야 할 시기의 소이는 마음이에게 엄마 행세를 하며 자신이 간절히 바라는 것을 타인에게 투영한다.
순수함의 모토는 노골적인 바램과 상충된다. 최루성의 감동에 항상 동원되는 것은 이별과 죽음이다. 이 영화는 일단 아이와 동물이라는 순수함의 결정체를 기반으로 관객에게 영화로써의 상업적인 비판 능력을 상실시키고 그 위에 노골적인 목적성 클리셰를 얹었다. 쉽게 말하자면 의도적으로 관객의 눈물을 뽑아내고자 한다는 것.
일단 이 영화는 세개의 감정 기복을 지닌다. 마음이가 찬이와 소이의 울타리에 편입되는 과정의 평화스러움. 그리고 불미스러운 사고로 인한 소이의 죽음과 그로 인해 찬이가 마음이에게 내던지는 분노와 갈등. 마지막으로 찬이의 위기를 살신성인으로 돕는 마음이의 행위로 인한 화해. 그리고 그 분기점에는 분명한 감정적 클라이막스가 존재한다. 하지만 영화의 진행방향을 따라갈수록 클라이막스의 감정적 어필력은 다소 무뎌진다.
아이들의 선함에 대비해서 등장하는 건 어른이다. 극중 찬이와 대비되어서 등장하는 소위 앵벌이 관리자(안길강 역)는 어른이라는 악을 대표하는 캐릭터다. 그는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복아래 아이들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운다. 마치 선과 악의 구분처럼 아이와 어른은 상극의 보색효과를 지니고 이는 영화의 순수한 기질을 상대적으로 부각시키는 장치적 효과마저도 지닌다.
허나 오히려 그런 일련의 대조적인 배치가 영화자체가 의도하는 순수함의 극대화에도 일조하지만 가식성에 대한 의심을 낳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나 후반부에 터져야할 클라이막스적인 감정적 폭발이 다소 희미해지는 것은 중후반부까지 이어져오던 감정의 과잉적 리듬이 결여되었기 때문인데 이는 아무래도 상황자체가 몰아가는 비극적 성향이 영화의 기본적인 순수성의 궤와는 다른 축을 형성하고 있기 떄문이다.
어쩌면 이 영화는 본질적인 소박한 감동에 연연했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자연스러운 감동이 부르는 눈물에 대한 고집. 하지만 영화는 좀 더 대중적인 설정력을 선택했다. 비극을 첨가하고 이야기를 극한으로 밀어넣어 눈물을 짜내는 형태를 말이다. 덕분에 영화는 좀 더 투명해질 수 있었다는 아쉬움을 삼키게 한다.
그렇다고 이 영화에 대한 불만을 깊게 토로할 생각은 없다. 영화를 이끄는 아이들의 연기도 탁월했고 특히나 마음이를 연기한 리트리버의 연기는 먹을 것이라도 던져주고 싶을만큼 훌륭했다. 특히나 국내에서 동물을 다룬 몇 안되는 영화중 하나라는 점에서도 이 작품은 가치가 있어보인다.
작정하고 만든 슬픈 영화라해도 본전 뽑는다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선한 눈망울로 관객을 뭉클하게 만드는 이 영화는 본래 의도마냥 찡한 구석을 무시하기 힘들다. 일단 눈시울을 뜨겁게 만드는 착한 영화라는 것. 아이들과 강아지의 선한 눈망울 앞에 푸념을 늘어놓을만큼 각박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눈물한방울 쯤은 흘려줘도 괜찮을 것 같다.
-written by kharismani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