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화는 유행가를 실은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사회의 주류에 편입하지 못하고 변두리를 맴도는 사람들의 고단한 삶의 단편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과장된 연출도 기교도 없고 전체적으로 어두운 톤의 화면처리등은 영화의 사실감을 더해주고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기에 고달픈 인생들의 모습을 있는그대로 보여줄 뿐이다. 여기에 주연급 연기자들을 평범한 외모의 신인들로 구성하므로써 영화의 사실감과 신선함을 더해주는데 한 몫한 것 같다.
'와이키키브라더스'밴드의 리드싱어 성우(이 얼).. 그도 학창시절엔 일류밴드의 꿈을 위해 열정을 갖고 음악에 몰입하던 눈빛이 살아있는 청년이었다.
이제 30대 중반이 되어 오랫만에 고향에 돌아온 성우의 눈빛에는 열정도 꿈도 시들어버리고 고단한 삶만이 묻어날 뿐이다.
이영화에는 많은 유행가가 나온다. 30대라면 한때 많이 흥얼거렸던 노래들, '나는 세상모르고 살았노라''불놀이야''사랑밖엔 난 몰라'등등.. 성우는 이런 유행가들을 부르면서 삶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해주고 자신도 위로 받는지 모른다.
영화에서는 두번의 인상적인 누드장면(목욕탕씬 빼고)이 나온다.
고등학교때 친구들과 연포해수욕장의 해변을 발가벗고 달음질 치는 모습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뛰는 순수한 모습이었지만 30대가 되어 단란주점 손님의 취기어린 강요에 못이겨 억지로 옷을 벗고 연주하는 무표정한 모습에서는 삶의 비애와 사그러진 열정이 배어나오는 것 같아 눈물을 머금게 만든다.
전체적으로 암울한 듯한 분위기의 영화지만 영화에 희망이 안보이는 것은 아니다.
밴드를 꿈꾸는 어린 웨이터에게서 청춘이 바로 희망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성우를 첫사랑 인희와 맺어줌으로서 고단한 삶에 조그만 쉼터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조연으로 나온 연기자들도 신인으로서 제역할을 잘 소화해냈으며 그들이 벌이는 크고 작은 소동에서 영화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내가 즐겨부르던 유행가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주인공도 나와 같은 정서를 공유하는 30대라는 점은 영화를 보는 또하나의 즐거움이기도 했지만 보고난 후의 아쉬움은 남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