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좋은 영화는 두 번째 볼 때가 처음 볼 때보다 더 감동적인 법이다. 처음 볼 때는 웬지 모를 기분으로 웃으며 봤는데, 두 번째 볼 때는 눈물을 흘리며 봤다면, 그건 그 영화가 내 인생의 최고의 영화 중 하나라는 뜻이다.
<인 굿 컴퍼니>가 그 영화들 중 하나인 이유로 가장 처음 꼽을 수 있는 것은 영화의 소재인 `가족`일 것이다. 가족에 있어서 가장 기초적인 관계인 부모-자식, 아버지와 딸의 관계의 댄과 알렉스, 가족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랑을 하는 사이인 카터와 알렉스. 영화에서 스토리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갈등이듯, 이 영화에서는 이 두 관계가 갈등으로 대립하는 모양을 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주된 역할은 이 두 관계가 끌고 나가지만, 영화 속에서 댄의 나머지 식구인 아내와 둘째 딸, 그리고 댄의 회사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원들도 크게는 각각의 `가족`관계로 볼 수 있다.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바탕인 가족관계에서 비롯된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그 가족간의 애정과 그에 부수해서 딸려오는 갖가지 고민과 갈등, 충돌, 해소들을 하나의 표본을 만들어 강압적으로 제시하거나, 영화의 중반은 제쳐 두고 무조건 희극적인 결말로 끌고가거나, 어느 일면만을 지나치게 부각시키거나, 시종 눈쌀 찌푸려지는 비판으로 일관하거나 하지 않고, 한 발자국 떨어져서, 철저히 겉으로 드러난 단면만을, 그리고 그 중에서도 미묘한 감정들이 살짝 살짝 드러날 정도의 분위기 위주로 형상화시켜, 영화를 볼 때는 계속하여 애를 태우고,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내가 스스로 결말을 만들고, 거기서 감동을 받도록 하는 데 있다. 이런 영화들의 공통된 특징은 영화를 볼 때는 아무 부담 없이 화면이 넘어가는 대로 시선과 정신도 따라갈 수 있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엄청난 중압감에, 정말 기분 좋은 중압감에 취하게 된다는 것이다. 영화 자체와 등장인물들만큼 애교 넘치는 편집과 절묘하게 이어지는 화면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게 이에 기여한다. 곳곳에 가볍지만 교양이 넘치는 유머들은 빛을 발한다.
댄과 카터와 알렉스 각각의 인물들은 그 나름대로 이미 사랑스러움이 넘치기 때문에 이들의 삼각관계(?) 속의 에피소드들은 그저 던져놓기만 해도 저절로 하나의 완벽한 이야기로 만들어진다. 영화는 영리하게도 이 점을 잘 살리고 있다. 전체로서의 관계뿐만 아니라 댄과 카터, 댄과 알렉스, 카터와 알렉스 각각의 관계 속에 담겨 있는 갖가지 상황들도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너무나도 유쾌하다.
볼 때는 가볍지만 영화의 주제와 결말도 결코 그냥 넘길만한 수준이 아니다. 영화에서 가장 본질적인, 인간과 인생에 대한 통찰 역시 훌륭하다. 한 번씩, 살짝 스치는 손길만으로 이렇게 삶의 모든 부분을 닮아낼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식상한 소재들을 새로운 감정과 느낌으로 이렇게 색다르게 담아낼 수 있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각각의 관계 속에서, 온갖 상황들에서, 하나하나의 말과, 표정과 태도와 행동 속에서 서로 다른 공감과 감동을 얻기란 힘든 법이다.
보기 드물게 멋진 결말도 짚고 넘어가야겠다. 그 긴 여운과 함께...
영화관을 나오면서 눈 앞에 펼쳐진 세상이 그렇게 완전히 달라보이는 영화를 만나기란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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