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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력의 인연설 팔월의 일요일들
kharismania 2006-10-06 오후 8:25:03 1306   [6]
인연이란 무엇인가. 그 미세하지만 존재할 것만 같은 기대감이 도래하는 인연이라는 설화에 대해 한번쯤은 몽상에 빠져본적이 있다면 결국은 답도 없는 물음표의 굴레안에서 맴돌았을 것이 뻔하지만 그래도 그 두글자너머로 펼쳐지는 신비로움을 재차 확인해본 셈은 될 것이다.

 

 어쩌면 인연이라는 것은 운명적인 우연이다. 단 한번의 마주침이 평생을 갈수도 있고 평생을 걸친 만남이 그 순간만의 지나침이 될 수도 있다. 노력한다고 해서 맺어진다는 보장이 없고 회피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결과적으로 놓여진 상황 자체를 운명이라 논하는 것처럼 인연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연설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좋다면 어떨까. 우리는 아기자기한 삶의 굴레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즐긴다. 하지만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처럼 흘러가는 기억들의 군상을 무의미하게 띄워보낸다면 인연 역시 흘러가버린 존재들에 대한 여백정도나 될지 모른다.

 

 오프닝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한적한 도로의 수평선을 몽환적인 BGM과 함께 신경질적인 느긋함으로 화면을 회전시킨다. 그리고 이어지는 씬은 이 장면이 단순한 나른함의 부여동기가 아닌 시각적인 효과를 노린 반전이자 영화의 느슨함 자체에 강박증을 부여하려는 노력임을 알게 된다.

 

 일단 이 영화는 인디영화다. 최근 몇년, 아니 올 한해 쏟아져나온 인디씬의 작은 항쟁의 계보다. 열악함과 실험성으로 무장한 인디영화에 대한 배려가 우선되지 못한다면 그 정제되지 못한 이야기의 낯설음앞에 당황할지도 모른다.

 

 '팔월의 일요일들' 이 영화의 제목이자 영화속을 누비고 다니는 소설책의 제목이다. 몽환적이지만 미약한 감지가 느껴지는 존재감에 대한 뒤좇기. 이 영화는 말그대로 인연의 뒤를 밟는 작업의 연속이다. 그렇기에 관객은 시종일관 영화가 좇는 무언의 상(像)을 함꼐 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이야기의 뒤를 추적하는 관객에게 남겨지는 잔여물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이야기의 포석이 되는 '팔월의 일요일들' 은 관객의 시선을 끌어모으는 시각적 장치이자 그 궁금증의 깊이를 책정하는 관심의 주요물이 된다. 하지만 지독한 무의미함이 뒤따르는 맥거핀에 불과함에 이르는 판정은 우리가 부여하려 했던 의미의 행위 그 자체에 대한 조롱으로 튕겨져 나온다. 결과적으로 그것은 인연의 나열 그 자체의 무의미함에 대한 은유가 된다.

 

 극중 '팔월의 일요일들'의 뒤를 좇는 것은 시내(양은용 역)와 호상(임형국 역)이다. 호상은 자신과 동승한 아내가 차사고로 중태에 빠지게 되자 그녀가 소중하게 간직하던 '팔월의 일요일들'이란 책에 적힌 이름의 인물을 찾아 헤맨다. 시내는 그의 아내의 담당의사로써 그로부터 보게 된 그 책을 얻고자 수소문을 한다. 방향은 다르지만 하나의 계기에서 두 인물의 여담은 출발한다. 그리고 그 여담의 의혹이 증폭됨과 동시에 두 인물의 일상이 교차적으로 흐른다. 그리고 그 간극에 끼어드는 인물은 소국(오정세 역)이다. 헌책방을 운영하는 소국은 시내의 책 문의와 함께 불쑥 영화로 끼어든다. 그리고 마지막 씬까지 인연의 교차를 보이지 않으면서 영화의 중심선상으로 들어선다. 그것은 단지 이야기적인 효과를 벗어난 의도적 배치이다. 전혀 상관없는 두 개의 플롯이 맞딱뜨리는 지점에서 영화는 조용히 말문을 닫아버린다. 중요한 건 그 인연이 교차되는 상황일 뿐. 그 상황에 대한 필요이상의 의미부여에 대한 거부에 가깝다.

 

 이는 상당히 무미건조한 화법이지만 단편적으로는 신선한 반향이다. 무언가 자질구레한 상황마다 특별한 의미와 감정을 담아내는 작업에 능통한 관객에게는 뒷통수를 치는 공황적 기법일 수도 있고. 인연 그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이 아닌 그 만남간의 간격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좋다는 지극히 자연스러움. 그것이 이 영화가 취하는 인연설이자 만남에 대한 가벼운 제스쳐이다.

 

 물론 영화의 화법은 관객에게 그만큼 불친절스럽다. 물론 이것은 소통의 길들여짐앞에서 취해진 관객과 영화의 관계에 대한 구도적 문제에서 유추될 수 있음이다. 상업영화의 서비스 정신에 길들여진 관객에게 감정의 연속성을 끊어놓은채 도식적인 상황을 나열하고 일말의 주석조차 달아주지 않는 영화의 문체는 불쾌할 정도로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인디영화로써의 가치 안에서 이 영화의 화법은 그 자체의 목적을 대변한다. 화법 그 자체에 대한 일방적인 관철의 고집을 꺾지 않는 영화의 제스쳐는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없는 새로움이 될 수도 있다. 결국 그것은 영화를 마주하는 관객의 마음가짐에서 출발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영화의 이야기 선이 매끄럽지 못함까지 간과될 수 는 없다. 이 영화가 지니는 인연의 취약함에 대한 상징성은 너무나 쉽게 관객을 간과한다. 감정의 지독한 결여는 영화자체의 의도를 분명히 하지만 관객이 읽어내길 바라는 장치마저도 무색하게 만든다. 특히 가장 중효할 것 같지만 가장 가볍게 묻히는 그 책속에 기재된 인물에 대한 여담. 소국이 자신의 선배에게 책의 행방을 물으며 언뜻 내던지는 한마디. '형주 형 책 가지고 있지?'라는 대사를 새겨듣는 관객이 얼마나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결국 호상의 지독한 의구심도 무의미하고 시내에게 기다림을 주었던 소국의 첩보 역시 허구에 그침에 대한 복선 효과를 알아채기에는 그 순간이 너무나도 간과된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명쾌한 의도를 보이지만 그 의도를 바라보는 관객은 무미건조한 나열의 흔적을 뒤좇으며 다소 지칠 수도 있다. 이는 이 영화가 인디의 형태를 띄는 점 안에서 보호받아야 할 수도 있고 영화라는 가치산업 자체 내에서 질타받아야 할지도 모르는 이중모션이다. 어쨌든 영화의 실험성. 인디라는 장르안에서의 행동양식 그 자체에는 호의를 표한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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