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법칙과 샐리의 법칙은 극단적인 인간운을 대변하는 법칙이다. 운이라는 것은 솔직히 믿기엔 꺼림칙하면서도 한번쯤은 바라게 되는 망상적인 바램이 되기도 한다.
불행하다는 것은 어쩌면 비교우위의 우열관계에서 판단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타인의 행복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의 신세가 불행함으로 판별되고 도출될 수 있는 것이다.
억세게 운이 좋은 여자 애쉴리(린제이 로한 역)와 억세게 운 나쁜 남자 제이크(크리스 파인 역)의 극단적인 운명성으로부터 얽히는 인연에 대한 이야기가 영화의 주된 이야기.
비가 오다가도 그녀가 나가면 비가 그치는 운을 타고난 여자 애쉴리는 파티장에서 우연찮게 한 남자와 만나 춤을 추던 중 키스를 나누게 되고 그녀의 인생은 급속도로 몰락한다. 그녀와 키스를 나눈 상대는 온갖 재앙을 몸에 지니고 다니는 억세게 운없는 남자 제이크. 그러나 그는 그녀와의 우연한 키스로 인생역전에 성공한다. 여자는 자신의 행운이 사라짐이 남자와의 키스때문이었음을 깨닫고 그를 찾아나선다.
사실 영화는 상당히 황당한 설정을 지니고 있다. 복권을 긁으면 돈이 되는 여자일 정도로 운을 타고난 여자와 멀쩡하던 것도 그가 만지면 망가질 정도로 운으로부터 버림받은 남자라는 설정자체도 이성적으로 판단하자면 상당히 조악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또한 그러한 운명이 키스로 인해 뒤바뀐다는 설정역시 멀쩡한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해주기 힘든 국면이다.
하지만 말이 안되는 이야기가 꼭 설득력까지 없는 것이 아니다. 그냥 그렇게 그런 상황 자체를 받아들인 이들에게 이 영화는 나름대로의 재미를 보답한다.
무엇보다도 린제이로한이라는 배우의 스타성 자체에 의존하는 듯한 영화는 그녀를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우며 흥행성에 기인한 연출력을 선보인다. 하지만 가쉽거리란에 자주 입방아에 오르는 그녀의 연기는 그리 탁월하다 말할 수 없지만 그녀자체로부터 발산하는 매력은 유효하다. 백치미스러운 발랄함을 보여주는 그녀를 만족한다면 그리 나쁘지도 않을 것만 같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듬성듬성 공백이 눈에 띄는 그저 그런 로맨틱 코미디에 불과하다. 운명론에 지나치게 기대는 것에 코웃음칠 법도 하지만 행운에 집착하던 여자가 행복을 깨닫는 정신적 성장스토리를 위한 과장된 몸짓이라고 이해하면 그나마 거부감이 줄어들지도 모른다.
영화의 줄거리의 황당함에 집착하는 것보다도 뉴요커의 화려한 삶을 구경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것조차도 부풀려진 이야기의 허영심만큼이나 부질없는 짓일지도 모르지만. 로맨틱도 코미디도 영화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어정쩡한 이야기에서 기인하는 어설픈 장르적 목적은 아쉬운 결과만을 초래할 뿐.
참고로 영화에서 등장하는 McFLY는 실재 영국밴드로써 젊은이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얻고 있는 꽃미남밴드이다. 적어도 이들의 음악은 들어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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