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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나타난 민족의 현실 웰컴 투 동막골
kukuku77 2006-10-05 오후 3:30:49 2298   [3]

월켐투 동막골은 인간적 휴머니티가 물씬 풍기는 영화이다. 순수 그 자체로 무장한 동막골 사람들의 삶은 어떤 흉악한 인간이 들어오더라도 모두 소화시키고 마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념을 달리하는 인민군과 국방군, 그리고 언어와 이념을 달리하는 미군까지도 그들의 삶 속에 녹아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월컴투 동막골은 그것만을 보여주기 위한 영화는 결코 아니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이러한 휴머니티 속에 엄청난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제 그것을 따라가면서 작품을 살펴보도록 하자.

이 영화에서 눈여겨 보아야할 것은 세 가지다. 하나는 작품에 등장하는 각각 다른 옷과 이데올로기를 지니고 있는 여섯 명의 군인이고, 다른 하나는 동막골이라는 용어가 지니는 의미이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미친 여자와 나비가 지니는 의미이이다. 이 세 가지 것에 대한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이 영화를 보면 두·세 배 이상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동막골의 의미를 살펴보도록 하자. 동막골은 세계의 동쪽에 있는 막다른 골짜기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러므로 동막골은 한반도를 지칭한다. 동막골로 상징되는 한반도는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서로 도우면서 자연과 하나 되어 자족하며 살아가는 나라이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있어서 적이란 것은 없다. 모두가 한 식구요 한 동포이다. 산돼지도 친구고 벌도 친구고 꽃도 친구며, 미친 여자도 친구가 된다. 그러므로 그들의 삶 속에는 무엇에 대한 경계심이나 적대감 의심 같은 것이 없다. 총을 들이대도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수류탄을 봐도 돌덩어리나 쇠덩어리 정도로 밖에는 생각하지 못한다. 그런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 바로 우리들이었고, 우리 선조들이었다. 그러나 20세기는 그런 순수성을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았으니 일제식민지와 남북분단, 남북전쟁 등을 겪으면서 변질되어 갔다. 그러나 우리들 마음속에는 그러한 순수함과 평화로운 삶에 대한 것이 그대로 남아있다. 20세기의 우리 민족이 그렇지 못했다고 하여 이러한 표현을 환타지로만 치부해서는 안될 것이다. 동막골의 삶은 아직도 우리들의 기본적인 삶이고, 마음속에 남아있는 본능 같은 것이다. 따라서 동막골이란 명칭 속에 이미 민족주의가 강하게 뿌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좋다. 거기에 월컴 투 라는 환영의 말이 더해지면서 더욱 큰 자신감을 나타내는 것으로 된다. 무엇이나 친구로 맞아들이는 곳, 그러나 들어오면 바로 자신과 하나 되게 할 수 있는 문화를 지닌 곳이 바로 동막골이고 우리나라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으로 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눈여겨 보아야할 것은 동막골로 들어온 여섯 명의 군인이다. 여섯 명의 구성은 장교 한 명을 포함한 인민군이 세 명, 사병인 국군이 두 명, 미군 장교가 한 명이다. 남북전쟁에서 미군과 국군은 물론 같은 편이다. 그러므로 아군과 적군으로 나누어보면 인민군과 연합군으로 나누어진다. 그렇게 놓고 보면 아군이 장교 한 명과 사병 두 명, 적군이 장교 한명과 사병 두 명이 된다. 이들이야말로 총부리를 서로 겨누면서 싸우는 사람들로 전쟁의 한 주체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할 부분은 바로 아군과 적군의 인적구성이 지니는 의미이다. 먼저 연합군이라는 명목은 지니는 아군의 구성을 보자. 국군은 우리 민족으로 사병이다. 그리고 미군은 전쟁을 지휘하고 이끌어가는 실질적인 주체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연합군에서 국군은 미군의 주도 아래 전쟁을 치르는 방패막이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표현철은 피난 가는 동족을 죽이라는 상부의 명령을 거부하고 다리 폭파를 하지 않은 채 탈영을 하고 만다. 그는 이미 남과 북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는 그런 전쟁 따위는 하지 않겠다는 사람이다. 그런 점은 의무병인 문상상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종로에 가서 아름다운 여성들과 즐거운 삶을 누리고 싶을 뿐이다. 그러므로 이 전쟁은 그들의 전쟁이 아니며 우리 민족의 전쟁이 아니다. 그것은 미국의 전쟁이며 그들이 주체인 전쟁이다. 이러한 사실은 지휘관인 장교를 미군으로 설정함으로써 잘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흥미 있는 것은 동막골을 구하기 위한 마지막 전투에서 표현철이 지휘관을 맡음으로서 위의 사실을 더욱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동족과의 전쟁에서는 탈영병에 불과했던 표현철이 미군과의 전쟁에서는 어느 누구보다 뛰어난 지도력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이 점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은 문상상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이 형으로 생각했던 인민군 병사가 미군이 쏜 기총에 맞아서 죽자 도망갈 것만을 생각하던 그는 최고의 투사로 돌변하여 장렬하게 죽어가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인민군 세 사람의 구성원은 연합군의 그것과 완전히 다르다. 지휘관인 장교도 우리 민족이요, 사병도 우리 민족이다. 인민군은 전쟁을 아주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탈영할 이유도 없고, 놀이만을 생각할 필요도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지닌 전쟁의 목적은 아주 뚜렷하다. 하나 된 민족, 하나 된 국토를 만들기 위한 것이 바로 그들이 생각하는 전쟁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휘관인 리수화는 북에서 시작한 전쟁이라는 것을 굳이 숨기려고 하지 않는다. 뚜렷한 목적의식을 지니고 움직이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인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남과 북의 화해를 주도하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게 된 어쩔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동족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함께 힘을 합칠 것을 종용하는 사람이 바로 리수화이다. 그러므로 동막골을 구하기 위한 마지막 전쟁에서 그는 표현철을 지휘관으로 추대하고 자신은 그 지휘를 따른다. 이것은 민족해방전선의 이데올로기와 일치한다. 또한 두 사람의 사병 역시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다. 나이가 든 병사는 남쪽의 젊은이를 동생으로 여기면서 사랑하는 사람이고, 나이가 어린 병사는 미친 여자를 사랑하는 예민한 감수성의 사춘기 소년이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의 캐릭터에는 또 다른 의미가 숨어 있다. 나이 많은 아저씨에서부터 나이 어린 사춘기 소년까지도 민족을 하나로 하기 위한 전쟁에서는 예외일 수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자칫하면 이 영화는 북한을 찬양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그렇게만 볼 것은 아니다. 20세기 말에 들어와서 전쟁의 당사자였던 미국에서 비밀문서가 대량으로 공개되었고, 그곳에서 얻어진 정보가 남북 전쟁을 상당히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바탕으로 마련해준 결과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친여자로 등장하는 여일과 나비가 지니는 의미 역시 이 영화를 잘 보기 위한 중요한 장치이다. 여일은 미친 여자지만 동막골을 대표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녀에 의해 모든 것이 이끌어지며 그녀에 의해 모든 것이 화해의 상태로 진행되어 가기 때문이다. 또한 그녀가 죽음과 동시에 동막골에는 위험이 닥쳐온다. 그러므로 여일은 우리나라이면서 우리 민족이고, 또한 우리들의 마음이다. 미쳤지만 순수함을 지니고 있는 여일은 바로 20세기의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식민지와 남북분단, 전쟁, 광주의 학살 등을 겪었던 우리나라는 결코 정상적인 상태라고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감독은 미친 여자인 여일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뱀은 무서운 줄 알아도 몇 천배 몇 만 배 무서운 총이나 수류탄은 알지 못하는 여일이야말로 끔찍한 음모와 침략 등에 의한 엄청난 압박과 탄압을 받으면서도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20세기를 지내왔던 우리들의 자화상인 것이다. 이러한 여일이 죽자 동막골은 바로 위험 앞에 놓이게 되는데, 이것 역시 우리들 자신에 대한 경계의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1세기를 맞이한 현재의 우리사회는 격변하는 외부 정세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정도다. 여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들 자신이 수천 년 동안 간직해오면서 우리를 살아남을 수 있게 만든 무엇이나 ㅗ듬을 수 있는 동막골 사람들이 지닌 순수성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상태를 감독은 바로 나비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동막골로 통하는 모든 길에는 나비가 날아다닌다. 아군이든 적군이든 미국군이든 누구든간에 동막골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나비가 나타난다. 그러나 일정한 목표가 없이 이리 저리 나는 것 같은 나비는 주관이 뚜렷하다. 동막골에 해를 입히려고 들어오는 연합군 특공대에 대해서는 가차 없는 공격을 퍼붓는 존재이며, 마음이 따뜻한 사람에게는 길을 안내하는 구실을 한다. 또한 B29 중폭격기의 융단폭격에 초토화가 된 산천에는 그것을 덮을 수 있는 날갯짓을 하는 존재가 바로 나비이기 때문이다. 나비가 지닌 이러한 성격은 바로 우리 민족을 끈질기게 살아남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나비의 날갯짓은 여일의 행동과 곧 바로 연결 미친 상태로 뛰어다니는 여일과 어지럽게 나는 나비, 순백의 순수성이라는 뚜렷한 주관을 지닌 여일과 선과 악을 구별할 줄 아는 나비는 그런 점에서 서로 닮아있다. 동막골이 우리 민족의 실체라면 여일은 20세기의 우리 민족이 겪었던 상태를 나타내고, 나비는 우리 민족을 영원히 살아남게 하는 순수성과 주관성으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지적하고 싶은 것은 현재의 우리들이 지니고 있는 미국에 대한 愛憎이다. 그것은 스미스 대위와 군수뇌부라는 상징을 통해 나타나는데, 스미스 대위와 미군을 따라온 국군 병사, 그리고 연합군수뇌부는 거대한 힘을 형성하여 한반도에 애정과 적대삼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과연 우리들이 웰컴투 동막골에 등장하는 다섯 명의 병사처럼 과감한 싸움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감독은 스미스라는 인물로 상징되는 미국의 사랑을 통해 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 자연과 하나 되어 삶을 살아가는 부락민들의 생활에서는 서로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없는 상태에서도 잘 운영되어 가는 인물상들을 통해 우리 민족의 미래와 가능성을 잘 보여주고 있는 점도 놓쳐서는 안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의 것들을 염두에 두면서 이 영화를 본다면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감동적인 휴머니티와 함께 민족의 문제를 함께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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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동막골(2005, Welcome To Dongmakg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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